나는 원래 혼자 잘 논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 아니겠어?! 취업준비를 할 때의 수양이 많이 도움이 됐다. 친구를 만나고 오면 내 처지가 우울해졌기 때문에 아무리 심심해도 혼자 공부하고 혼자 놀았기 때문이다.
그 자산은 취업한 이후에도 귀중하게 남았다. 직장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일주일 내내 생활하면 진이 쭉 빠진다. 주말엔 녹초로 누워만 있던 내가, 혼자 축구장을 가는 세계를 알게 된 건 정말이지 행운이다! 신남과 설렘은 말할 수가 없다. 남자친구가 잘 안 보내주긴 하지만. 그래서 남친이 도저히 같이 못 갈 일이 있을 때 내가 기습 선포(?)를 하곤 한다.
예를 들면 그가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가 있을 때.
"나내일 축구장 간다!"
"-0- 동생이랑이라도 같이 가."
"혼자 잘 다녀올게. 연락 잘 할게!"
대략 이런 식이다.
혼자 가면 나름의 좋은 점이 있다. 물론 같이 신나게 응원할 사람은 없지만 혼자 요리조리 내가 구경하고 싶은 만큼 구경할 수 있다. 누구와 같이 가면 보통 경기시간에 딱 맞춰 만나니까 축구장 앞에서 하는 여러가지 볼거리를 충분히 못 본다. 티켓 교환 시간까지 생각하면 적어도 30분 전에는 가야 뭐라도 구경할 수 있다.
호주 출신 공격수 타가트의 아침 식사 체험
이번 경기에는 인스타그램에서 미리 공개한 '타가트가 아침마다 빵에 발라 먹는 잼 체험' 이 있었다. 타가트는 이번 시즌에 영입된 수원삼성 공격수인데, 호주 A리그 득점왕 출신답게 벌써 수원에 7골을 선물했다. '타갓'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수원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 '타갓'이 이거 먹고 골 넣는다는데! 안 먹어 볼 수 없지. 나는 큰 맘을 먹고 줄을 서 봤다. 결과는? 호주의 국민잼이라는 '베지마이트'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물론 너무 짜서 우리 입맛엔 안 맞긴 하다. 비스킷에 베지마이트를 조금 발라주는,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이벤트였는데 사람들은 '충격적으로 짠 맛'에 저마다 반응하며 즐거워했다. 바로 옆에 서 있는 타가트의 입간판에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나 역시 '괜찮은데?' 하며한 장 찍었다.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전세진, 박지민) 사인회
이 날은 전세진, 박지민 선수의 사인회 행사도 있었다. 경기 2시간 전부터 200명 선착순에 한한다고 했는데, 이미 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포기했다.나도 전세진 선수를 참 좋아합니다만...
치킨과 피자를 파는 빅버드 카페테리아와 각종 푸드트럭
그 옆에는 빅버드 카페테리아와 푸드트럭이 있다. 축구는 자고로 '뭘 먹으러' 가는 거다! 합법적으로 먹으러! 미리 치킨이나 패스트푸드를 사 가도 괜찮고(난 집어먹기 편한 치킨너겟을 사 갔다.) 어린 아이를 데려 온 아빠들은 아주 큰 피자를 사 오더라.아이들은 무조건 피자에 콜라인가보다.
빅버드 입장 티켓
온라인으로 미리 예매하면 티켓박스에서 종이티켓으로 교환해서 들어갈 수 있다. 티켓을 받으면 인증샷을 찍어 둔다!경기장 안에서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찍는 게 더 예쁘긴 하다.
경기 시간 30분 전
경기 시작 전에 좀 일찍 입장하면 양팀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선수들이 골대에 공을 차 넣으면 관중들이 환호를 보내기도 한다. 혼자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서 여유롭게 선수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는 것도 좋다. 다들 자신의 팀을 위해 뛰지만 어차피 그 세계(?)도 좁지 않겠는가. 원정팀에서 친한 선수를 만나면 인사도 나누고 자유롭게 장난치는 낯선 모습도 볼 수 있다. 일찍 온 사람들만의 특권이다. 경기 시작 10분 전쯤 되면 모두들 들어간다.
나는 항상 벤치석(2번째 사진은 벤치석 예매 실패로 반대편..)
내 자리는 벤치 뒷자리라서 '벤치석'인데, 나는 이쯤 자리에서 보는 축구장 시야를 선호해서 항상 벤치석을 예매한다. 조금 비싸지만 연두색의 축구장, 파란 하늘을 같이 볼 때면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축구장 뷰가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좌석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사진은 수원 월드컵경기장, 두 번째는 DGB대구은행파크, 세 번째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이다. 세 번째는 벤치 앞에 서 있는 작년 사진으로, 이을용 감독대행의 뒷모습이 보인다.(아련..)
경기 중 사진. 벤치석이라 꽤 가깝게 보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선수의 투샷
경기를 볼 때는 신나게 본다! 혼자라도 "우와!", "우씨!" 하며 생동감 넘치게(;;;) 본다. 감탄사를 내뱉고 나면 잠깐 창피해지지만, 긴박한 상황에 육성이 나오는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의 영역 아닌가. 그냥 뻔뻔해지기로 했다.
경기 끝
(좌)유니폼을 던져주는 바그닝요와 (우)사인해주는 조던 머치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한 바퀴 돌며 인사도 하고 팬서비스도 해 준다. 특정 선수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면 유니폼을 던져주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 준다. 나는 그냥 그런 걸 구경만 하는 것도 재미있다.
주말에 심심할 때 가까운 축구장으로 '즉흥 직관'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당일에도 얼마든지 예매할 수 있다!(좋은 점인지 나쁜 점인지..)
푸른 축구장과 파란 하늘을 보면 저절로 마음에 엔돌핀이 도는 게 느껴질 것이다.여유와 자유가 핵심!
조금 일찍 가서 경기장의 각종 이벤트도 구경하고, 선수들의 프리한 모습도 구경해 보자. 유니폼을 입고 온 팬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축구 얘기를 재잘대는 초딩들도 하나의 볼거리이다. 어찌나 귀여운지!
게다가 주변이 다들 뭘 먹으니 나도 혼자 뭘 먹어도 안 어색하다! 나는 치킨도 사 가고 과자도 한 봉지 사 간다. 치킨 다 먹으면 입과 손이 심심할까봐. 두어시간 동안 꽉꽉 채운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꼭 한 번 가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