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항의 상징인 선수였던 김승대가 전북으로 이적했다. 포항에서 도합 5년을 뛰었다고 한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으로 1년 반정도 갔다가 다시 포항으로 돌아와서 2년. 주장과 부주장을 도맡아 했다. 외국에 갔다가 다시 K리그로 돌아올 때 친정팀으로 돌아오는 것은 팬들에게도 의미가 큰 것 같다.
MBC sports 중계 캡쳐작년에 K리그를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했던 게 블로그에 구단별로 선수를 세 명씩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도 새롭게 알게 된 선수가 많았는데, 그 때 알게 된 게 김승대였다. 주요 선수 세 명을 포항 스틸러스의 SNS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강현무, 김승대, 강상우가 포항 팬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김승대는 독자적인 기술로 인한 별명을 갖고 있었다. '라인 깨기의 달인'.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도록 상대팀의 수비라인과 라인을 맞추며 들어가다가 순간적으로 빠르게 라인을 깨고 골을 넣는 기술(?)이다. 오프사이드가 아~직도 정확히 정의가 안 된 나에게는 이렇게밖에 설명이 안 되는 점을 이해해달라.
오프사이드에 걸릴까봐 머뭇거리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라인을 맞추며 가로로 침투하거나 스피드를 조절하거나, 아무튼 감각이 필요하다.(어쩌구 저쩌구..) 국가대표도 몇 번 지냈으니 뛰어난 선수라는 것은 분명했다.
김승대는 계약 기간이 조금 더 남은 상황에서 포항에 이적료를 안겨주고 떠났다. 전북에서 일정을 촉박하게 원했는지 고별전도 따로 갖지 못하고 이적했다. 그의 인사 영상에서는 포항 팬에 대한 미안함이 묻어났다. 일주일동안 우울했다는 포항 팬도 있었다.
우리 팀 선수가 전북으로 고별전도 못 하고 간다면 얼마나 슬프고 기가 막힐지 잠깐 상상했다. 잘 되러 가는 선수를 괜히 이러쿵 저러쿵 흔들 수도 없고. 포항 팬들은 많이 쓸쓸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별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적한 팀에서는 성대하게 그를 환영해줬다. 그야말로 사랑을 받으며 입단한 것이다. 게다가 첫 출전한 경기에서 골까지 넣었다!
모든 게 완벽한 환영식이었다. 그 날 경기는 서울 대 전북의 빅매치였던 데다가, 후반 30분쯤 2:2인 답답한 상황에서 터진 결승골이었다. 상암에서의 원정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주성인 줄 알 정도로 전북 팬들이 많이 왔으며 설상가상 그의 특유의 '라인 깨기' 기술로 골을 넣어 자신의 영입 이유를 완벽히 증명했다.
기사가 쏟아졌다. 이제는 녹색 전사 김승대! 전북 김승대 서로에게 반했다! 김승대 영입으로 더 다양해진 공격!
전북의 이동국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김승대가 원하는 대로 해 줄것이다. 방을 두개 달라면 두개를 주고, 세개 달라면 내 방을 빼서라도 주겠다. 앞으로 더 큰 일을 할 선수이기 때문에 귀찮게 하면 안 된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전북의 SNS에 올라온 김승대 선수의 골 영상에는 벌써 초록색 하트가 즐비한 댓글이 수두룩했다. 초록색이 없는 댓글이 포항 팬들이 씁쓸해하는 댓글이었다.
축구의 숙명일까. 어제까지 우리 팀의 레전드였는데 다음날은 다른 팀의 히어로가 된 상황이라니. 사랑했던 선수가 뜨거운 환영을 받고 떠나갈 때, 나 말고도 사랑해줄 사람이 많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을 때. 쿨하게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다! 잘 해서 좋은 클럽으로 갔고 잘 해서 환영받는데, 분명 좋은 일이고 축하도 하지만 말이다.
축구를 보다 보면 선수들이 떠나고 새로 들어오는 것을 숱하게 보게 된다. 타가트는 사리치의 이적에 대해 '그게 축구'라고 했다. 선수의 의지와는 다르게 이적을 당일 통보 받은 제주의 김호남은 '예정된 이별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았다'고 했다.
나는 자꾸 우리 팀에 대입해보게 되면서 아찔해졌다. 우리 팀에도 내가 사랑하는 선수가 많다. 그런데 그들이 너무 잘 하게 되면 꿈을 키우기에 지금의 수원은 조금 부족할 수도 있지 않나. 잘 되면 떠날 수도 있겠지. 그리고 프로는 어찌됐든 자기가 속한 팀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운명이다.
게다가 레전드 선수라면 팀과 그 선수에 대한 사랑이 동일시된다. '수원 팬=염기훈 팬' 같은 거지. 그런 선수가 떠난다면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아찔한 일이다. 게다가 환영받고 골도 넣고 에이스가 된다면? 우리 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는다면?오 마이 갓!
차라리 아예 외국으로 갔으면 좋겠다. 사리치가 중동으로 간 건 아쉬워만 하면 되니까. 속쓰려서 어떻게 본담!
결국 받아들이겠지만, 받아들이고 또 금방 우리 팀을 응원하고 있을 테지만 그 날 하루만큼은 참 서운하고 쓸쓸할 것 같다. 축구는 무수한 이별의 연속.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보는 미련한 취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