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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Jan 17. 2024

내가 나를 오해하지 않도록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사이에 갑자기 '탁', 막다른 골목을 만납니다. 직장에서 한창 능력을 발휘하다가도 한두 번쯤 나의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어요.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고 들켜서도 안 되는 시점이 와요. 결혼을 하면 배우자와 서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열렬하게 사랑해서 결혼했다 한들, 평생 다른 환경에서 산 두 사람이 같으면 얼마나 같겠습니까. 행복하고 완벽해 보이는 결혼이지만, 또 결혼한 친구들은 미혼 친구들에게 말해요. "야, 넌 결혼하지 말고 즐기며 살아!"



남부러운 싱글의 삶을 살아도 때로는 '지는 다 해보고 저런다'라며 그렇게 말하는 친구들이 얄밉기도 합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나 자신의 앞가림하기도 어려운데, 다른 인간을 '인간답게' 키우며 선한 영향을 발휘해야 하는 책임감에 고달프기도 합니다. 그렇게 은퇴하고- 자녀를 독립시킨 후, 자녀의 원망이라는 과거에 발목 잡힌 채 허탈함에 잠시 무너질 수도 있어요. 누구나 그렇잖아요! :)



우리가 맞닥뜨린 모든 문제, 바로 상황은 언제나 길이 있습니다. 살면서 각자 나름대로 축적한 통로에서 얻은 지혜가 번쩍 위기에 순간에 발휘됩니다. 저는 새까맣고 어두운 방에 들어갈 때마다, '이 방은 통로다'라고 읊조리며 이 통로로 계속 걸어가다 보면 눈부신 그곳에 닿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그렇게 웅크리고 생각하고 곱씹어 보고 혼자 생쇼를 하다 보면 어느새 지금까지 안 보였던 빛이 새는 구멍이 보여요. 



막힌 상황에 봉착하면 잠시 숨 고르며 본연의 나로 돌아가 봅니다. 언제나 해결책은 지금 눈앞에 있고 내 안에 있어요. 보이지 않을 뿐이에요. 때로는 안 보이는 그대로 스쳐 지나가는 방법도 해결책이 될 수 있고요. 여기서 벗어나려고 끙끙대기보다는 이 기회에 오늘의 나를 알아가 봐요. 과거의 내게 일어난 일들로 상처받은 오늘의 나를 토닥이고 위로해 주세요. 다시 미래의 나에게 오늘의 힘듦을 미루지 말기 위해 오늘의 나를 더 잘 알고 원하는 방향대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해요. 



아주 잠깐 동안의 정적으로도 가능하고 무언가를 도구로 삼으며 순간의 집중으로 작은 성공을 맞볼 수도 있어요. 요가를 예로 들면, 동작을 모두 완벽히 해내지 못해도 1분 찰나 집중으로 모든 근육의 눈을 번쩍 뜨게 할 수 있죠. 그 1분으로 하루가 달라질 수도 있을 거예요. 안 쓰던 근육에 심폐소생술 하면서 지혜도 함께 번뜩일 수 있겠죠.



저는 과거를 생각하고 현재를 배워 미래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과거를 돌아봅니다. '이럴 때 엄마라면, 아빠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리고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으면 서점에 가 책을 둘러봅니다. 책을 읽으려고 가는 게 아니라 그저 둘러보려고요. 또는 정적이 흐르는 곳에서 책을 읽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답을 구하려는 요구 없이, 그대로 읽기만 합니다. 에세이를 읽으면 타인의 지혜를 엿볼 수 있고요, 소설을 읽으면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숨을 고를 수 있어요.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기도 하고요, 철학을 읽으며 모든 진리는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후루루 여행을 떠나거나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분위기의 카페에 앉아있거나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 사람마다 지혜를 얻는 방법이 다르겠죠. 독서를 하든, 어떤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든, 공통된 하나는 결국 그로써 자신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잘 생각해 보면 파랑 새는 내 안에 있습니다. 자신을 나약하고 슬기롭지 않은 사람이라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각자 너무 훌륭합니다. 



누군가에게 손 내밀어도 좋아요. 단, 당신에게 너무나 소중한 상대일지라도 그 말이 당신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배움을 장착하고 손을 뻗길 바랍니다. 내 마음에 가냘픈 방패조차 없다면 타인의 진심 어린 말들로 생긴 흔적을 봉합하기까지 꽤 오래 걸릴지도 몰라요. 



사람이란 매우 다양한 측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변 상황, 경험, 세월에 따라서 그 순간에 부각되고 뾰족해지는 부분이 있을 뿐입니다. 아름다운 말을 모아 내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세요. 내 안에도 그런 단단한 보석이 어느 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잠시 놓쳤다면 다시 찾으면 됩니다. 자신이 자신을 어떠하다 단정짓고, 오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 2024년 1월 17일 11:5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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