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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Aug 18. 2024

11화 샌프란시스코, 메타 그리고 유튜브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느냐일 것이다. 


회사가 샌프란시스코에 혁신연구소 비슷한 이름의 사무실을 차렸다.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몰려있는 이곳에서 일하는 방식과 혁신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그 소식을 듣고 기대를 했다. 탐방 핑계 삼아 샌프란시스코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었던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듯 회사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원들을 샌프란시스코로 보냈다. 문제는 일주일 체류비만 몇천만 원 단위인 상황에서 모든 직원들이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회사는 냉정하게도 직원 등급을 나누기 시작했다. 퍼포먼스가 저조하거나 전력 외라고 판단되는 직원들은 가차 없이 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애매한 포지션의 직원들도 모두 갈 수는 없었다.


교육 프로그램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인사팀의 메일은 한동안 최고의 희소식으로 통했다. 당연하게도 나는 두 번째로 가게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주일 남짓한 그 시간은 모두가 탐낼만했다. 회사는 교육에 참가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고급 호텔 1인실을 제공했다. 샌프란시스코 유명 스테이크부터 베이의 인기 해산물까지 식사 또한 푸짐하게 준비했다. 

구글 등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회사의 업무 방식을 배우고 그것을 실무에 적용해 보는 워크숍도 진행되었다.


그렇게 업무 시간이 끝나면 우리는 야구장으로 금문교로 베이로 관광을 다녔다.

이 정도면 갑자기 복지가 추가된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다녀온 사람들의 만족스러운 후기가 많아질수록 선정되지 못한 직원들의 좌절감은 커져갔고 퇴사로까지 이어졌다. 어쩌면 회사의 큰 그림이었을까?


그렇게 샌프란시스코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임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


"다음 달에 탐방 차 메타 본사를 갈 건데 출장 준비를 해주면 좋겠어"

"갑자기 메타를요?"

"이번에 메타랑 광고 사업 이야기를 하다가 초청을 받았는데 회사에서는 자네가 꼭 같이 갔으면 하던데? 아무래도 신사업 쪽 맡고 있으니까"


그렇게 급하게 이번에는 메타 본사로 날아가게 되었다. 


환대해 주는 메타 본사 직원들과 3일 간 워크숍을 가지며 메타의 광고 알고리즘이라든지 메타가 추구하는 업무 방식 등에 대해 소개를 받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잔디밭에서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업무를 하는 메타 직원들을 보며 자율성과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 있었다.


메타 HR 총괄 책임자는 이런 메타의 기업 문화를 소개하며 아직 메타에게 더 필요한 기업문화가 무엇이냐는 내 질문에 더 많은 자율성이라고 대답했다. 충격이었다.


주기적으로 주커버그 CEO가 직원들에게 필터링 없는 의견을 듣는 타운홀 미팅 현장에서 거침없는 직원들의 질문과 개의치 않는 주커버그의 답변을 들으며 새삼 세계를 이끌어가는 회사들의 차이점을 몸소 느꼈다.


메타 본사의 배려로 스탠퍼드 대학교를 방문해 보는 기회도 얻었다. 세계 최고의 대학 중 하나에서 어떤 프로젝트들이 진행되는지 학생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는지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렇게 의미 있는 출장을 다녀오자 스스로 출장거리를 만들고 싶었다. 회사에게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출장이 무엇이 있을까 찾아다녔다. 그러다 내 레이더에 들어온 것이 바로 유튜브 최고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VIDCON이었다. 유튜브에서 주관하는, 유튜버들과 유튜브 관련 회사들 그리고 유튜브 자체 연사들이 모여 네트워킹 자리를 가지고 각종 유명 연사들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는 최고의 이벤트였다.


나는 VODCON 행사 개요와 참가 필요성을 구구절절 어필하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냅다 임원에게 미팅을 신청했다.


"이제 저희도 유튜브나 SNS를 신경 써야 하는 입장에서 전문가가 없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이런 행사에 꼭 참가해서 배움을 얻고 실무에 적용시킬 기회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회사에서도 유튜브 등에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출장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다만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래. 그 목적가 취지는 동의해. 그리고 자네가 가면 뭐 어련히 알아서 잘 배워와서 적용시키려고. 그런데 이 시기가 말이 안 돼. 관리자 전부가 참석하는 리더십 워크숍이랑 겹쳐. 그 말인즉슨 같이 갈 관리자가 없다는 뜻이야"


특히 해외출장은 회사에서도 큰 비용을 쓰는 일이기에 감시의 측면으로라도 관리자가 꼭 동행을 한다. 하필 이 시기에 출장을 가겠다고 내가 선언을 해버린 것이다.


몇몇 임원들과 팀장들이 모여 긴 시간 논의를 했다. 


"창립 이래 이런 일이 처음 이기는 한데.. 실무자만 가는 출장이지만 허락하기로 했어. 자네니까 믿고 보내는 거니 많이 배워와서 회사에 큰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가는 김에 애들 둘 정도 데리고 가서 경험하게 하고"


그렇게 나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관리자 없는 출장을 가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 일정을 짜고 출장의 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었다. 관리자가 동행하지 않는 출장, 그것도 업무가 아닌 유튜브 이벤트에 TO가 둘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갑자기 내 전화기와 메신저가 불이 나기 시작했다.


"선배님. 이번 출장 저같이 가면 안 되나요?"

"PD님 저 유튜브 하는 거 아시죠? 너무 도움 될 것 같은데 꼭 저랑 가요"

"내가 선배지만 염치없게 부탁 좀 할게. 가서 매일 술 살 테니까 나랑 가자"


인사팀에서 관여를 해야 할 정도로 참가 열기가 뜨거웠고 결국 PD 두 명이 추가로 함께하게 되었다.


우리는 전 세계 유튜버들과 회사들이 한자리에 모일 애너하임으로 갔다. 회사에서 걱정하는 만큼 놀다 오는 출장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매일 같이 대학 강의 시간표 짜듯이 참가해야 하는 이벤트들 목록을 만들었다. 


우리는 유명 유튜버들 뿐만이 아니라 WWE 같은 유명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회사의 CEO들을 만나 그들의 유튜브 철학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유튜브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각종 회사들의 소중한 자료도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참가하는 모든 이벤트를 영상으로 남겼다.  마지막날 자유시간, 나는 PD들을 디즈니랜드에 보내고 영상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영상 편집을 마무리하고 출장 보고서를 만들었다.


복귀 후 바로 행사 전반에 대한 영상과 자료들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모두가 인사이트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또한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출장 보고서를 제출했다.


실제 출장에서 얻은 자료 중 일부가 회사 업무에 매우 유용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실무자끼리 가서 놀다 오는 것 아니냐는 회사의 걱정은 쏙 들어갔다.


보통 출장은 누군가를 바쁘게 만나고 결과를 가지고 와야 하는 업무이다. 하지만 나의 출장 대부분은 경험과 성장을 위한 회사의 배려였고 나는 부담 없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그것을 활용했다.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슈퍼맨의 힘이 이런 기회를 가져왔고 또 이런 기회가 슈퍼맨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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