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진 매장에서 피어난 기적

by 지크

"여기가... 저희 자리라고요?"


우리 매장은 팝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외진 곳에 있었다. 메인 동선에서 한참을 비껴난, 굳이 찾아오지 않으면 눈길조차 닿지 않을 구석.


"연말이라 이미 행사 일정이 꽉 차서요. 이 자리도 겨우 빼드린 겁니다. 하하"


대행사 대표의 곤란한 듯한 웃음소리가 텅 빈 공간에 공허하게 울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위치가 아니었다. 분주히 매대 설치를 하던 우리에게 그가 툭하고 던진 한마디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참 미처 말씀을 못 드렸는데... 바로 한 층 밑에 '두바이 쫀득 쿠키' 파는 업체가 하나 더 있긴 해요. 뭐 참고만 하시라고... 하하..."


등골이 서늘해졌다. 검색을 해보니 심지어 그곳은 매일 오후 4시면 '완판'을 기록한다는 소문난 맛집이었다. 이미 검증된 강자가 바로 발밑에 버티고 있는데 듣도 보도 못한 우리가 구석진 위층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거기 매진되면 낙수효과라도 노려야 하나..."


"찾아봤는데 거기 후기도 엄청 많아. 우리보다 크기는 좀 작은데 천 원 더 비싸네"


동료들의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 이미 판은 벌어졌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최근 들어 일이 시원하게 풀린 적이 언제였던가. 원래 사업이란 게 매번 맨땅에 헤딩하는 것 아니었던가.


자정이 되어서야 설치가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무거운 침묵을 깬 건 동료의 억지스러운 긍정이었다.


"그래도... 매장 설치는 금방 끝났네. 냉장고도 필요 없고 쇼케이스도 없으니까"


"맞아, 알바 쓸 필요도 없겠어. 우린 그냥 주구장창 계산만 하면 되잖아"


그 말들이 애처롭게 들렸지만, 굳이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었다.


"그래. 아래층 5시에 매진되면 아쉬워서라도 우리 찾겠지. 해보는 거야. 밑져야 본전이지"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본전도 못 찾으면 어쩌지.'


다음 날 아침, 백화점 오픈 시간. 폭풍전야처럼 한산하던 매장 앞을 지나던 한 커플이 걸음을 멈췄다.


"어? 여기도 있다! 오빠 여기도 두바이 쫀득 쿠키 있다!"


그 한마디가 신호탄이었다.


"네 개 주세요"


"하나만 사도 되나요?"


"선물용 박스 포장되죠?"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멈춰 섰고, 호기심은 곧 긴 대기 줄로 변했다.

아래층의 웨이팅을 포기하고 올라온 사람들, 우연히 발견한 사람들, 남들이 서니 따라 선 사람들까지.


우리는 쉴 새 없이 포장을 하고 카드를 긁었다. 그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빴다. 결국 백화점 보안요원이 허둥지둥 달려와 대기 라인을 정리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주변 매장 사장님들의 눈빛이 변했다. 동정에서 호기심으로, 그리고 부러움으로.

두바이 초콜릿 대란 이후, 처음 느껴보는 뜨거운 시선이었다.


바쁜 와중에 동료와 눈이 마주쳤다. 죽어있던 그의 눈동자가 오랜만에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그가 내 귀에 대고 급하게 속삭였다.


"혹시 몰라서 차에서 100개 안 뺐어. 그것도 가져올게. 그리고 난 지금 바로 작업장 가서 내일 물량 생산 인원 세팅할게"


오후 4시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동이 났다. 완판이었다. 어안이 벙벙해 멍하니 서 있는데 백화점 담당 매니저가 상기된 얼굴로 달려왔다.


"사장님 내일은 몇 개나 가능해요? 500개로는 택도 없겠는데요? 최대한 많이요, 무조건 많이!"


"네, 지금 작업장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최대한 맞춰보겠습니다"


작업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 조수석의 동료는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 순수익만 40이야. 이거 한 달만 유지해도 1,200만 원이고, 유행이 좀 더 간다고 치면..."


"야, 김칫국 마시지 마. 근데... 진짜 왜 잘 나가는 거지?"


"몰라. 배부른 고민 하지 말고 일단 오늘은 죽었다 생각하고 만들자"


작업장은 이미 전쟁터였다. 먼저 도착한 동료의 지휘 아래 아르바이트생들이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과거 '두바이 초콜릿' 때 한번 겪었던 경험이, 이번에는 완벽한 생산 매뉴얼이 되어주고 있었다. 경험은 역시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야간조까지 풀가동해 겨우 700개를 만들어냈다. 포장까지 마치고 트렁크에 짐을 실으니,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다. 곧 백화점 오픈 시간이었다.


"집에 못 가겠다. 검품장 주차장에서 한 시간만 눈 붙이고 바로 들어가자"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온몸이 부서질 듯 피곤한데 가슴 한구석이 벅차올라 잠이 오지 않는다.

피곤한데, 피곤하지 않은 이 기분.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성공의 달콤한 뒷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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