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공정이 말이 안 돼. 미쳤어?"
나는 동료가 내민 레시피를 거의 던지다시피 내려놓았다.
동료가 가져온 '두바이 쫀득 쿠키'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시한폭탄이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두바이 초콜릿의 제조과정 몇 배는 힘들어 보였다.
마시멜로를 녹여서 볶은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섞은 속을 잘 감싼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게. 그리고 파우더에 굴린다. 예쁘게.
또 속은 너무 기름지지도 않아야 하고 너무 퍼석거리거나 눅진하지도 않아야 한다.
벌써 그려지는 그림에 머리가 아파왔다.
원가도 문제였다. 핵심 재료인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는 1kg 한 통에 몇 만 원을 호가했다.
심지어 품귀 현상으로 구하기도 힘들었다. 여기에 카다이프 면까지 더하면? 또 마시멜로는?
"우리 이거 냉정하게 보자. 이거 하나 팔아서 얼마 남길 건데? 마진율 20%도 안 나와. 또 만드는데 사람 쓸 거고 파는 사람 쓸 거고 그러면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나의 날 선 지적에 동료가 입술을 깨물며 반박했다.
"지금 개당 마진이 중요해? 사람이 모이는 게 중요하지! 일단 많이 팔면 되잖아"
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구겨 넣으며 마른세수를 했다. 사실 돈 문제보다 더 두려운 건 '트라우마였다.
한쪽에 쌓여있는 대추야자 박스며 스팀 찜기통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대추야자 잠깐 반짝하고 고스란히 재고로 남아서 저기 있지? 백화점에서 하루 무조건 500만 원은 나올 거라던 스팀식빵 대체 어떻게 되었어?"
나는 지쳤다. 또다시 '한탕'을 노리다 고꾸라질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구석에서 말없이 캔맥주만 찌그러트리던 다른 동료가 입을 열었다.
"그때 두바이 초콜릿으로 우리가 백화점 1등 찍었잖아. 백화점에서 두바이 쫀득 쿠키 유행하니까 바로 우리 생각이 났대. 기회 아닐까?"
싸늘한 정적이 좁은 사무실을 메웠다.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만 위태롭게 들렸다.
"사실 백화점 입점도 대행사 껴서 하고 있고 이래저래 진짜 우리 사업처럼 안 느껴지는 것 나도 공감해. 그런데 딱 두어 달 고생하면 우리 한동안 걱정 안 해도 되거든"
동료는 텅 빈 맥주 캔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성공할지 모르지. 아무도 알 수 없지. 다만 딱 하나 있는 업체가 매일 오후면 매진치고 룰루랄라 하는데 백화점에서 기회를 준거잖아"
재빨리 다른 동료가 말을 거들었다.
"보수적으로 우리 순수익 15%는 남길 수 있어. 우리 딱 1월까지만 미친듯해서 5천만 원만 벌자. 그 뒤로 우리가 하려고 했던 거 해보자"
동료가 붉어진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은 애원이 아니라 협박에 가까웠다.
'여기서 포기하면 우린 평생 패배자'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고개를 젖히고 천장을 바라봤다.
"해보자"
동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도 전에 내가 덧붙였다.
"대신 조건이 있어. 예전처럼 지점 막 다 들어가서 관리도 안되고 우리 몸만 축나고 대행사 좋은 일만 시켜줄 거면 안 할 거야. 한 번에 딱 한두 지점만"
동료들은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급히 재료를 주문하는 동료들에게 나는 나직이 말했다.
"늦어도 1월 중에는 카페도 닫자. 하루 20만 원도 안 나오는 카페에 우리 힘을 분산시키기 싫어. 진짜 미친 듯이 두바이 쫀득 쿠기만 올인하는걸로"
그렇게 우리는 새벽 2시, 얼마 남지 않은 회사 자금을 털어 온갖 재료들을 주문했다.
이제 돌아갈 다리는 끊어졌다.
이 비싸고 끈적거리는 디저트가 우리를 구원하든, 지옥으로 끌고 가든 둘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