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덕도 없냐며 뛰어올라온 아래층 사장님

by 지크

첫날의 매진이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200개를 더 준비했음에도 두번째날 역시 저녁시간이 되기도 전에 두바이 쫀득 쿠키는 매진이 되었다. 이틀 연속 완판의 기쁨에 취해 생산을 위해 막 동료를 보낸 참이었다.


"사장님, 잠깐 이야기 좀 하시죠."


들뜬 마음에 빈 트레이를 닦고 있던 찰나였다. 매장 앞으로 찾아온 중년 남성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속에 담긴 날은 시퍼랬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바로 아래층, 우리보다 먼저 두바이 쫀득 쿠키를 팔고 있던 그 매장의 사장님이었다.


"같은 건물, 그것도 바로 위아래 층에서 그렇게 가격을 후려치시면... 저희는 뭐 굶어 죽으라는 겁니까?"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후발주자로 같은 상품을 저렴하게 팔고 있으니 '기존 입점 업체'인 그분의 입장에서 우리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황소개구리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그 사과는 불씨를 끄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백화점 내부로 번졌다. 아래층 사장님의 강력한 컴플레인에 해당 층을 담당하는 매니저와 우리 층을 담당하는 매니저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아니, 팝업 유치해서 매출 올리는 건 좋은데, 기존 브랜드를 죽이면 어떡합니까!"


"저희라고 이렇게 터질 줄 알았나요? 그리고 고객이 선택하는 걸 어쩌라고요!"


결국 나는 호출되었다. 담당 매니저는 난처한 표정으로, 하지만 단호하게 제안을 건넸다.


"사장님, 가격... 맞추시죠. 아래층이랑 동일하게 천 원 인상합시다"


눈앞이 캄캄했다. '고작 천 원'일 수도 있지만, 디저트 시장에서 천 원의 차이는 크다. 우리가 잘 팔렸던 건 '맛'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더 싸서'였을까?

가격을 올리는 순간, 그 길었던 대기 줄이 거짓말처럼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네,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올리겠습니다"


대안은 없었다. 거절하면 팝업을 조기 종료해야 할 판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새로 출력한 가격표를 매대에 붙이며 한숨을 쉬었다.


"내일 손님들이 가격표 보고 뭐라고하면 어떻게 하지?"

"비싸다 그러면 들어야지 뭐. 근데... 맛으로 승부 보자. 천 원 더 받아도 될 만큼 맛있잖아. 안 그래?"


동료의 말에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밤새 잠 한 숨 잘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오픈 시간. 여전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맨 앞에 선 손님이 바뀐 가격표를 빤히 쳐다보았다. 침이 꼴깍 넘어갔다. '비싸졌네' 하고 돌아설까?

손님은 무심하게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여기 4개요. 아, 그리고 박스 포장되죠?"


가격표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한 태도. 뒤에 선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어? 가격 올랐나 봐"


"그래? 뭐, 그래도 먹어야지. 줄 선 게 아까운데"


천 원이라는 장벽은, 우리의 걱정만큼 높지 않았다. 오히려 가격이 오르자 '저렴한 맛에 먹는 디저트'가 아니라, '제값을 주고라도 먹어야 하는 프리미엄 디저트'로 인식이 바뀐 듯했다.


매출은 더 뛰었고, 아래층 사장님의 항의도 잦아들었다.


"어서 오세요! 더 진하고 쫀득해진 두쫀쿠입니다!"


우리의 목소리는 어제보다 더 커졌다.


이제 우리는 가격이 아닌, 가치를 파는 가게가 되었다.



keyword
이전 04화구석진 매장에서 피어난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