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장의 풍경은 조금 독특했다. 두바이 초콜릿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눈감고도 반죽의 점도를 알아채는 '인간 문화재'급 4050 그룹 그리고 틱톡과 릴스를 찍듯 경쾌한 에너지로 무장한 1020 그룹.
노련함과 패기, 이 이질적인 두 그룹의 공존은 내게 묘한 자부심이었다. 서로 나이 차이는 났지만, 일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며 공장은 문제없이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폭발적인 주문량이라는 호재가, 역설적으로 우리 공장의 가장 약한 고리를 건드리고 말았다. 육체적 피로가 극에 달하자, 잠재되어 있던 갈등의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이다.
4050 그룹에게 1020 그룹은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야 할 햇병아리'였고, 1020 그룹에게 4050 그룹의 조언은 '비효율적인 꼰대질'로 들리기 시작했다.
"아유, 학생. 반죽을 그렇게 치대면 어떡해? 힘 좀 팍팍 줘봐!"
작업 반장 격인 최 여사님이 혀를 차며 잔소리를 던졌다. '손맛'과 '감'을 중시하는 그녀 나름의 노하우 전수였다.
하지만 대학 휴학생인 지유의 반응은 싸늘했다.
"저 학생 아니고요. 그리고 레시피 매뉴얼에는 이 정도로 하라고 되어 있는데요?"
그녀의 눈빛은 당돌했고, 목소리엔 날 선 짜증이 묻어있었다.
"어른이 말하는데 왜 짜증을 내?"
"여기서 어른이 왜 나와요? 그리고 자꾸 반말 좀 하지 마세요, 제발"
내가 현장에 있을 때도 팽팽했던 활시위는, 결국 관리자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날 끊어지고 말았다. 퇴근 직전,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터진 '청소 당번' 문제가 화근이었다.
"젊은 애들이 좀 더 하지"라며 은근슬쩍 넘기려던 4050그룹의 태도에, 참아왔던 1020그룹의 불만이 폭발하며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공장의 공기는 무거웠다. 서로 단 한마디도 섞지 않은 채, 오직 두쫀쿠를 만드는 소리만 가득한 생산 라인은 이미 병들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거짓말처럼 떨어진 '생산 효율'이었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할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서, 두 집단의 감정싸움은 치명적인 모래알이 되었다. 반죽을 넘겨주는 타이밍은 묘하게 어긋났고, 포장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작업 지시가 오가야 할 공간에는 날 선 눈빛과 한숨만이 부유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하루 3,500개라는 기적을 썼던 우리 공장은, 이날 2,500개의 벽조차 넘지 못했다.
"하... 오늘 물량 펑크네"
"비상용으로 빼둔 재고 얼마나 있지?"
"500개 정도. 그거라도 털어서 내일 거 막자"
급한 불은 껐지만 머리가 지끈거렸다. 차라리 기계가 고장 나거나 원재료가 떨어진 거라면 좋았을 텐데. 기계는 고치면 되고 재료는 사 오면 되지만, 곪아 터져버린 사람의 마음은 어디서 부품을 구해온단 말인가.
그때, 1020 그룹의 서너 명이 굳은 표정으로 나를 찾아왔다.
"사장님. 저희는 오늘까지만 일할게요"
지금 손 하나가 아쉬운 이 전쟁터에서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행복한 비명'이라며 자만했던 나의 안일함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숫자에 취해, 정작 그 숫자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멍하니 멈춰버린 생산 라인을 바라보았다. 과연 나는 이 견고한 세대의 벽을 허물고, 다시 우리 공장에'달콤한 화합의 레시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