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서 초콜릿이 나오는 이 순간이 영원하길

by 지크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지만, 지금 우리에게 들어온 건 물이 아니라 거대한 쓰나미였다.

전 지점 완판, 백화점의 러브콜, 끝없이 울리는 전화기.


통장 잔고의 숫자가 올라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체력 게이지는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이제 '판매'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직 '생산'만이 우리의 목을 조여오는 유일한 과제였다.


나의 하루는 새벽 5시, 아직 차가 막히지 않은 도로를 달려 백화점 지점마다 할당된 두쫀쿠를 배송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퀵이나 전문 물류를 쓰면 몸은 편하겠지만 직접 담당하는 것과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비용이 20배 가까이 차이가 났기에.


9시가 되면 생산 공장 문을 연다. 공장 안은 이미 달콤한 냄새로 꽉 차 있었지만 그건 손님들이 느끼는 설렘의 향기가 아니었다. 우리에겐 전장의 화약 냄새나 다름없었다.


작업복을 입고 거대한 솥 앞에 선다. 꾸덕한 마시멜로를 녹이는 열기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옆 라인에서는 바삭하게 볶아낸 카다이프 면에 진한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붓는다. 팔뚝에 핏줄이 설 정도로 주걱을 휘저어야 겨우 섞이는 그 꾸덕한 질감. 기계가 할 수 없는 섬세한 공정 탓에, 우리는 인간 반죽기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코팅 작업이었다. 공중에 흩날리는 미세한 초콜릿 파우더. 환풍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도 역부족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달콤하고 텁텁한 가루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저 이제 초콜릿만 봐도 헛구역질 나올 것 같아요"


"죄송해요. 저희에게는 그거 다 돈가루거든요"


생산 알바의 푸념에 농담을 던지지만 나 역시 한계였다. 허리는 끊어질 듯 비명을 질렀고, 어깨는 돌덩이를 얹은 듯 딱딱하게 굳어 팔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밤 11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샤워기 앞에 섰다.

거울 속 내 모습은 가관이었다. 눈 밑은 퀭하고, 머리카락 사이사이엔 카다이프 부스러기가 박혀 있었다. 얼굴에는 탄광이라도 다녀온듯 초콜릿 가루가 거뭇거뭇 묻어있었다.


세수를 하려고 코를 팽 풀었는데, 휴지에 초콜릿 색이 묻어 나왔다.


"하, 기가 막히네 진짜..."


코 안까지 점령한 초콜릿이라니. 그 황당한 광경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거울 속의 나는 온몸이 부서져라 아픈데, 이상하게 웃고 있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었다. 몸은 고통스러운데 정신은 묘한 도파민에 취해 있었다. 내가 만든 무언가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 우리가 함께 이 말도 안 되는 물량을 기적처럼 쳐내고 있다는 '전우애' 그것이 피로를 잊게 만드는 마취제였다.


'이 유행이 언제까지 갈까?'


샤워기 물줄기를 맞으며 생각했다. 탕후루가 그랬고, 벌집 아이스크림이 그랬고 우리의 두바이 초콜릿이 그랬듯 이 열풍도 언젠가는 사그라들 것이다. 사람들은 금세 또 다른 디저트를 찾아 떠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가 주인공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동료와 전화로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잘하고 있는거겠지?"


"그래, 나중에 늙어서 얘기할 거리는 생겼네. 그때 코에서 초콜릿 나올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고"


"진짜 고생만 하는게 아니라 먹고살만큼만 벌 수 있는 보람도 더하면 좋겠다"


나는 이 고생스러운 순간들이 훗날 술자리 안주 삼아 웃으며 떠들 수 있는, 내 인생의 가장 치열하고 빛나는 한 페이지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항상 활기차게 돌아가던 공장에 어느 순간 낯설고 서늘한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행복했던 우리들의 '초콜릿 공장'에 예기치 못한 검은 암운이 드리우고 있었다.

keyword
이전 06화두쫀쿠가 대체 뭔데! 전 지점 매진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