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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Dec 30. 2019

홈쇼핑이여! 많이 준다고 능사는 아니다

   http://www.podbbang.com/ch/1773539

홈쇼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팟캐스트를 운영중입니다.


"오늘 돈까스 총 30인분을 단 59,900원에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돈까스 하나당 2천 원 꼴이고요~ 요즘 외식하면 돈까스 2천 원에 못 먹잖아요~ 방학 시즌이라 아이들 반찬 걱정 많으시죠~"


바삭하게 튀겨진 돈까스를 맛있게 먹는 호스트의 멘트에 홈쇼핑 직원인 저도 그만 구매 버튼을 누르고 말았습니다. 저렇게 맛있어 보이는 돈까스를 저렇게 저렴하게 많이 주는데 어떻게 사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기대하던 돈까스가 집으로 배송되면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30개나 되는 돈까스며 특제 소스며 일단 냉동보관을 하라는데 냉동실에 도저히 자리가 없습니다. 냉동보관된 다른 건 꺼내지도 못할 만큼 꽉꽉 눌러 넣고 남은 건 냉장실로 향합니다. 혹여나 냉장보관으로 상할까 봐 몇 날 며칠을 돈까스만 먹다가 질려서 냉동실에 남은 것들은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어쩌다 술안주, 반찬으로 한두 개 먹다가 어느덧 유통기한이 지난 걸 보고 남은 건 버리게 됩니다.


지금까지 홈쇼핑의 묘미는 대량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양은 좀 많고 전체 가격은 좀 비싸도 개당 가격으로 계산해보면 꽤나 저렴하기에 득템한 기분으로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홈쇼핑에서는 30~40인분의 식품, 몇 년치의 세제, 100개들이 화장지, 200개짜리 마스크팩 세트 등의 방송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홈쇼핑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이익이 보장되는 이런 대량 구성 고가격 상품들 방송이 많을수록 좋았기에 대부분의 방송이 이런 구조였습니다(지금도 그렇습니다)


갈수록 소형화되는 가구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유통업계에서 소량 구성 판매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시도되어왔습니다. 각종 소셜커머스와 유통업체들은 이미 1~2인 가구들을 타겟으로한 상품이나 이벤트들을 메인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홈쇼핑도 이 트렌드를 몰랐을 리는 없을 텐데 왜 유독 뒤쳐져있을까요?


TV 방송을 베이스로 한 회사의 숙명인 방송 시스템과 송출에 관련된 비용들이 발생하는 홈쇼핑은 오랫동안 개당 가격은 좀 저렴하더라도 대량 구성으로 전체 가격은 올리는 방법으로 이익을 보전해왔습니다. 또한 40~60대 주부들을 메인 타겟으로 하다 보니 아직까지도 4인 가족 기준으로 상품이 소싱되고 방송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호기롭게 시도한 여러 소량 구성 방송들의 실패도 지금의 상황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변화의 물결이 출렁였어도 지금까지는 40~60대 주부들과 4인 가족을 메인 타겟으로 한 방송들이 나름 잘되고 있었기에 홈쇼핑은 이것을 애써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변화 없는 홈쇼핑 방송이 새로운 소비층에게서 외면받고 기존의 소비층의 이탈마저 부추기고 있다는 결과들이 계속 나오면서 홈쇼핑 회사들은 다시 변화를 목놓아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묵혀두었던 과제인 소량 구성 방송입니다. 물론 지금의 홈쇼핑 구조상 쉽지 않기 때문에 실제 소량 구성 저가격 방송은 활성화되고 있지 않지만 가격은 고정시키되 구성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정기 배송의 개념으로 한 번에 결제 후 몇 달에 나눠 상품을 배송해주는 방송들이 몇 번 시도되었고 이런 방송들이 생각보다 좋은 매출을 달성하여 미래의 홈쇼핑 방송 포맷으로 관심받고 있습니다.


또한 다구성 방송 상품을 여러 명이 나눠 결제하고 각자의 배송지로 받는 서비스도 배송비 등의 이슈 등을 고려해 실현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또 방송을 제외한 영역에서도 활발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 브랜드의 상품을 소량으로 여러 가지 묶어 배송하는 형태의 서비스가 실제로 큰 관심을 받았고, VIP 전용 서비스로 방송 상품의 소량 구성 세트를 일정 금액만 넘으면 무료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논의 중입니다.


아직까지 홈쇼핑을 지탱해주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양껏 주고 생색내던 시대는 이제 서서히 저물고 있습니다. 현업에서 홈쇼핑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홈쇼핑 방송을 통해 소량 구성의 1만 원 혹은 그 이하 가격대의 방송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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