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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Feb 24. 2020

홈쇼핑도 유튜브 하는 시대  

"TV 방송만으로는 홈쇼핑의 미래가 없다"

홈쇼핑 관계자들이라면 최근 몇 년간 지겹게 들어온 이야기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홈쇼핑을 먹여 살려 온 TV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모바일로 사업의 비중을 옮기자는 것인데 이제 모바일이 중심이 되는 것은 어느 유통업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껏 홈쇼핑은 타 유통업체와 달리 방송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TV를 통해 고객들을 만났습니다. 고객들은 단순한 인터넷 페이지의 상품 설명서가 아니라 호스트의 친절한 설명을 직접 보고 들으며 상품을 살 수 있었기에 홈쇼핑은 국내외 경제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후발주자 홈쇼핑 채널들로 인해 경쟁이 심해지고 설상가상으로 TV를 보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감소하면서 TV 방송이 홈쇼핑의 미래까지 보장해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해마다 치솟는 TV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이 탈 TV를 꿈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TV를 포기하더라도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이 있어야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그저 언젠가 해야지, 필요하지 하며 느긋했던 홈쇼핑은 최근에 정말 다급하면서도 절실하게 모바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홈쇼핑이 지금껏 모바일로의 이동을 열심히 해왔다고 하지만 전화로 하던 TV 방송의 결제를 편하게 모바일로 대신하는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고 이제는 그 차원을 넘어 실제 모바일에서 독립적인  방송을 시도하는 등 탈 TV를 꿈꾸고 있습니다.


먼저 모바일 전용 방송이 생겨났습니다. 어느 홈쇼핑이건 회사의 앱을 통해 송출되는 모바일 생방송을 만들었습니다. TV 생방송과 동일하게 호스트가 상품을 판매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바일로만 볼 수 있습니다. TV 생방송처럼 거대한 스튜디오나 많은 스탭도 없다. 간단한 촬영 장비와 최소한의 세팅을 하고 한결 가벼운 분위기로 방송을 합니다. TV 방송에서 보지 못하던 소구성의 상품을 팔거나 게릴라 식으로 짧게 세일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호스트 또한 절제된 표현과 점잖은 모습만을 보이던 TV 방송의 굴레를 어느 정도 벗어나 쾌활하게 진행을 하며 채팅을 남기는 고객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합니다. TV 생방송보다 시스템상의 오류나 진행 실수들이 꽤 많이 발생하지만 마치 1인 방송하듯 넘어가기도 합니다. 현재 모든 홈쇼핑에서 최소 하루에 1번 이상은 이 모바일 전용 생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TV 생방송처럼 많은 사람들이 보지도 않고 매출이 크지도 않지만 지금 시작해서 노하우를 축적해두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과감히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또 홈쇼핑 회사들이 본인들만의 SNS 채널을 만들고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SNS 채널이 회사 홍보와 판매의 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TV에 심취한 홈쇼핑은 지금까지 이 채널들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타 유통업계의 성공을 목격한 뒤 뒤늦게나마 여기에 뛰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대표 채널을 만들고 방송사고 영상부터 고객 리뷰 영상까지 닥치는 대로 업로드하며 성공을 꿈꿨지만 처참한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홈쇼핑과 SNS 채널 이용 고객의 간극이 갑자기 좁혀질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시행착오 이후 홈쇼핑명을 최대한 숨기고 서브채널들을 개설하여 채널만의 컨셉을 만들어 조금씩 홍보와 판매를 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고 몇몇 의미 있는 사례들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몇몇 잘 나가는 유통회사들의 SNS 채널에 비하면 너무나도 초라한 상황이라 "우리도 홈쇼핑의 펭수를 만들어보자"며 매일같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 사례와 연결되어 홈쇼핑 회사들이 SNS에 능한 회사들과 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뛰어든 SNS에서 홈쇼핑이 단기간에 성과를 낼 리가 없습니다. 아직 경험도 노하우도 부족한 상태에서 홈쇼핑이 가장 빠르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전문가들과 협업을 하는 것입니다. 몇몇 홈쇼핑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발히 마케팅을 하는 회사와 협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의 상품을 그들에게 제공해서 그들의 채널에서 판매해보기도 하고 TV와 SNS에서 모두 먹힐만한 상품을 같이 만들어서 각자의 분야에서 판매를 시도해보기도 합니다. SNS 전문 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유능한 인플루언서들에게서 노하우를 듣기도 하고 아예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를 해서 그들의 SNS 운영 능력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홈쇼핑에게 TV 생방송은 대부분의 매출을 책임져주는 든든한 존재입니다. 아직도 한 시간에 판매되는 엄청난 수의 상품과 매출액을 보고 있자면 진전도 없고 매출도 미미한 모바일 방송에 왜 이렇게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의아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나가던 회사가 현실에 안주하다가 하루아침에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습니다. 20여 년 넘게 TV 생방송으로 승승장구하던 홈쇼핑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비디오 커머스라는 숙명을 홈쇼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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