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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Jan 17. 2020

홈쇼핑을 구독합니다.

구독 경제가 큰 화두입니다. 구독 경제란 매달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아쓰는 경제 활동을 뜻합니다. 최근 모 백화점에서 업계 최초로 베이커리 월 정액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한 달에 5만 원을 내면 매일 빵 하나씩을 제공받는 것으로 가격을 계산해보면 정가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이렇게 식음료는 물론이고 화장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구독 모델이 시도되고 있고 유통업계의 핫 트렌드입니다. 이를 홈쇼핑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 이번 글에서는 홈쇼핑에서 시도된 구독 상품 판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시도되었던 상품은 채소 정기배송 상품이었습니다. 현대인들의 식습관이 건강하지 못하고 채소를 사도 금방 상하는 특징 때문에 집에서 채소를 섭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착안한 상품이었습니다. 구독을 하면 정기적으로 수경 재배한 채소를 그날 수확해서 뿌리째 보내주는데 매번 채소의 종류도 바뀌는 독특한 상품이었습니다. 조금씩 신선한 채소를 받아서 먹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어 홈쇼핑에서 야심 차게 방송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방송을 준비하며 막상 신선한 채소를 구독해서 받기는 하는데 더덕, 고구마 등을 적절히 섞어서 배송함에도 불구하고 채소만 먹기가 고역이라는 기존 구독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었습니다. 60분의 시간 동안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홈쇼핑 방송의 특성상 눈에 띄는 한 방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고기도 소량 같이 보내서 먹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정기적으로 채소는 물론 품질 좋은 돼지고기까지 배송한다는 이 사소한 아이디어가 큰 시너지를 일으켜서 당시만 해도 채소 정기 구독이라는 것이 생소했던 시청자들도 런칭 방송을 보고 부담 없이 주문을 했습니다. 고기를 넣으며 판매단가를 올린 홈쇼핑도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또한 채소의 신선함에 감동한 고객이 홈쇼핑사에 전화를 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 전설적인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채소 정기 배송의 성공에 힘입어 다음으로 시도된 것은 과일 정기 배송 상품이었습니다. 매달 제철 과일을 배송하는 상품으로 첫 시도는 매달 자두, 복숭아, 사과를 차례로 배송하는 형태였습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밝혔지만 같은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홈쇼핑의 특성상 과일이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많이 주는 건 좋지만 금방 먹지 않으면 상하는 과일의 특성상 구매를 꺼리는 고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각각 다른 과일을 매달 배송해주는 이 상품은 매우 큰 호응을 얻으며 시즌 2를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시즌 2는 매달 가장 맛있는 사과 품종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상품이었습니다. '사과가 그냥 사과지'라고 생각했던 시청자들은 매달 제철인 사과가 이렇게 다양한 것에 대해 놀라면서도 확실히 제철에 먹는 사과의 맛 차이를 느끼면서 열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미리 몇 달 뒤의 제철 사과를 방송해야 하니 소위 말하는 방송 소품용 사과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고객이 받아볼 제철 사과는 나무에서 무럭무럭 익어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품종을 가져다 놓고 뻥을 칠 수는 없으니 별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사과 판매 방송이지만 사과 하나 보여주지 못하고 단정히 선 호스트가 오직 멘트로만 교육방송 뺨치는 정보전달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방송은 대박이 났으니 이 구독 경제에 대해 홈쇼핑사들은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밖에도 김치, 생리대 , 인테리어용 대형 아트 프린트 등을 정기 배송하는 상품들이 홈쇼핑 방송을 통해 소개가 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또 어떤 상품을 구독 상품으로 테스트해볼지 PD와 MD가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TV를 보는 사람들이 적어지면서 홈쇼핑의 고객도 서서히 증가세가 꺾이고 있습니다. 미래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신규 고객 유입은 물론이고 지금 홈쇼핑을 자주 이용하는 VIP들을 확실히 잡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수단인 이 구독 상품은 앞으로 홈쇼핑에서 더욱 많이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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