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셋째가 우리에게 왔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낳아야겠다고 결심한 건 (미안하게도) 아니었다.
지금의 우리 네 식구는 아주 안정적인 팀플레이가 완성된 상태였다. 방학이어도 유남매는 자기들끼리 점심을 해결할 만큼 컸고, 나는 재취업을 하고 회사에서 나름대로 나의 자리를 잘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침은 남편이 챙기고, 오후엔 내가 유연근무로 5시 퇴근이 가능한지라 아침조 저녁조로 서로의 생활이 루틴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말이지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맞벌이로 살며 부족하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여유롭게 사는 삶도 아니기에 이 아이를 낳고 성인이 될 때까지 우리가 경제적인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는 또 어떻고. 첫아이를 임신한 같은 팀 같은 파트 친구가 있는데, 나마저 임신했다고 통보해야 하는 그 순간을 상상하자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마냥 축하받을 일이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임신테스트기로 확인하기 이틀 전까지 나는 모임과 결혼기념일등으로 음주를 한 데다, 일주일 전에는 치아교정으로 잇몸에 스크류를 박느라 마취도 했었다.
나의 모든 행적이 불안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나름대로 몸의 예민함을 알아차려 임테기를 했지만, 그마저도 5주 차였으므로… 물론 극초기에는 웬만한 건 큰 영향이 없다고는 하나, 지금의 나에게는 모든 요소 하나하나 낳아야 할 이유보다는 낳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고 있는 듯했다.
중절수술.. 을 검색해 봤다. 14주 차까지는 합법이라고 한다. 그다음 스텝은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을
멈췄다. 그러고 나서 그 주 주일에 성당에 미사를 보러 갔다. 그날은 무슨 우연인지 부활 제6주일이자 생명주일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마치 하느님이 내게 말씀하시는 듯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늘이 응답했다, 이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