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동생이 한 명 더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는 내게 재차 확인을 했다. 그게 정말인지, 병원은 다녀온 건지 의사가 이야기를 한 건지.
5학년이지만 아직 임신이라는 게 뭔지는 잘 모를 테니 궁금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그날 저녁에 본인의 노트에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은 걸 보게 됐다.
“동생이 한 명 더 생기면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다 잃을 것 같다.”
“친구들과 놀아야 하는데 엄마가 동생을 보라고 할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에게도 충격이었을 수 있겠다 싶어 적잖이 당황했다. 어른들이 지나가는 말로 ‘큰애가 다 키우겠다’하는 것도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고작 초딩에게 너무 가혹한 부담이구나…
그 주말, 친정엄마와 점심을 먹었다.
임신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하나 망설이는데 큰애가 옆에서 언제 말할 거냐고 채근했다. 무슨 할 얘기 있냐는 엄마를 보고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첫째에게 대신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소식을 들은 엄마는 나이도 있고 애들도 다 키워놓고 미쳤냐고 걱정과 한숨 가득한 식사시간을 보냈다. 너무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늦둥이 셋째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축하한다고 말해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리액션 고장을 유발하는 폭탄발언이기에 나 또한 아무렇지 않았는데, 문제는 우리 집 첫째에겐 이것도 꽤나 충격이었었나 보다. 그날 저녁에 쓴 일기를 보고 찔끔 눈물이 났다.
나는 갑자기 셋째가 좋아졌다.
하지만 슬픈 게 셋째는 축복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내가 더 사랑해 주고 축복받게 해 줄 것이다. 우린 가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