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우리 아이에게 맞는 운동이 어딘가엔 있을거야
ADHD 아이에게 맞는 운동 찾기
축구, 농구, 태권도, 수영
남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운동 종목입니다.
남자아이들이 보통 좋아하는 운동 종목인데다 인기도 많으니
저도 위 종목들을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때부터 한번씩은 다 시도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모두 다 실패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놀이터 터줏대감이라 불릴만큼
활동적이었고 운동신경도 꽤 좋은 편인데.....
정말 의문이었고
몇년간 운동에 정착하지 못하고
거듭 거부하는 아이에게 저는 지쳤습니다.
‘왜 남들 좋아하는 운동을 다 싫어할까.
도대체 이 아이는 쉽게 되는 게 없을까.
운동 하나 시키는것도 너무 버겁다‘
란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한동안 운동을 못 시켰어요.
아이가 3학년 겨울방학에 ADHD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와 돌이켜보니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아이는 태권도 품새처럼 외워야 하는 운동,
축구처럼 몸을 부딪히며 팀워크로 움직여야하는 운동,
농구처럼 재빠르게 판단하고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운동에 흥미가 없었고, 잘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운동에서뿐 아니라 일생 생활에서도 아이는 산만함과 충동성으로
암기, 규칙에 따라 순발력있게 움직이기, 몸 부딪히며 겨루기 같은 활동은 거리를 두었었는데
운동도 예외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아이와 제가 병원에 다니고 치료를 받으며 호전되어가면서
아이에 대한 제 관점이 바뀌었고,
아이의 특징을 아이의 고유성이자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운동에 대한 관점 또한 바뀌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운동이 많은데.
우리 아이가 좋아할 운동이 분명 어딘가에 있을거다"
남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아이가 좋아하게 만들 게 아니라
아이가 좋아할 운동을 여러가지 시도해보며 찾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관점이 바뀌니 기회가 온 걸까요.
우연한 기회에 아이의 최애 운동을 찾게 됐습니다.
검도였어요.
시작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닙니다.
2달 정도는 셔틀 탑승 시간 직전에 안간다고 하거나,
피곤해서 안간다 등등
충동성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실행하지 못하곤 했어요.
관장님께 부탁드려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응기에 도와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집에서는 약속 시간 지켜 실행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격려를 했고
아이와 어떻게하면 운동을 잘 갈 수 있을지 상의해 운동을 안가면 미디어 하루 금지라는 패널티를 적용하기도 했죠.
적응기가 지나자 놀랍게도
검도 가는 날은 미리 옷을 입고 기다리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검도를 다녀오고 나면 땀 흘리고 운동했기 때문인지 기분이 좋았어요.
그리고 검도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기 시작하더라고요. 어린 동생들을 챙기는 형으로.
아이에게 검도의 매력은 뭘까 생각해보니
검도는 일단 죽도라는 도구를 사용해 무엇인가를 치는 운동이었습니다. 이 점이 ADHD 아이에게 흥미를 일으킨 것 같습니다. ADHD 아이들 가만 보면 치는 행동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검도는 상대와 몸을 부딪히지 않고 몸싸움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외울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연습용 타이어이 혼자서 간단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연습하기 때문에 오히려 머리를 비우는 운동에 가깝습니다. 전략을 짜고 계획을 짜는 게 다른 운동에 비해 적어서 아이의 관심을 끌지 않았나 싶어요.
아이가 스스로 검도 대회에 나가겠다는 말을 했을 때
감격이었습니다.
믿고 기다리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며
기다려 아이가 스스로 혼자 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란
제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감동입니다.
지난 여름 미국에 왔을 때
아이는 검도 호구를 직접 챙겼습니다.
미국에 가서도 검도장을 다니고 싶어했습니다.
아쉽게도 살게된 지역에는 검도장이 없었는데요, 그래도 애지중지 잘 보관하고 있어요.
일년 뒤 한국에 돌아갈 때 다시 가져갈 예정입니다.
미국에 와서도 운동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팀운동이 인기가 많습니다.
역시나 축구나 미식축구, 농구 같은 것들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종목은 아이가 싫어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이를 믿고 시도는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가 농구 수업을 3번 가고나서 절대 안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올 것이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많이 속상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아닐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속으로 내심 넘어서주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안되는 걸 억지로 할 순 없겠지요.
그래도 제가 하나 잘 했다고 생각하는 건
과거와 대처 방식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속상하고 아쉬운 마음을 아이에게 티 내지 않았어요.
속상한 마음은 제가 혼자 소화시켜야 할 감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속상하다고 아이에게 잔소리 할 게 아니라는
경계가 제게 명확히 인식됐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였습니다.
세상에 운동은 많고
그 가운데 우리 아이에게 맞는 운동 하나쯤은 있겠지.
다행히
아이는 이곳에서 재미있어하는 운동을 찾았습니다.
이번엔 Gymnastic 입니다.
이 또한 우연한 기회에 찾게 됐습니다.
동생이 Gymnastic을 하고 싶다고 해서 온가족이 나들이 겸 gymnastic 체육관에 참관을 갔습니다.
동생은 물론, 아이까지 뿅 반해버렸습니다.
아이는 덤블링을 해내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맞는 운동을 찾자 일주일 2번 가는 gymnastic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 체육시간에 우연히 pickle ball을 접해보더니
너무 재미있다고 집에서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관점이 변하면
이렇게 기회가 오는 것일까요.
다른 아이들에게 맞추려는 태도를 버리고
비교하는 관점을 버리고
우리 아이를 중심에 놓고
다양성과 고유성을 바탕으로
진정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가면
아이에게 맞는 것과 비로소 만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제가 아이를 키우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더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제가 더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