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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아이를 위한 본질육아> by 지나영

by ADHDLAB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지나영 작가님의 신간 <산만한 아이를 위한 본질육아>를 읽고 기록합니다.


지나영 작가님은 ADHD를 가진 본인의 좌충우돌 경험을 책에 녹여냈어요. 이 부분이 백미라고 생각해요.

ADHD 아이를 보며 의아했던 부분이 작가님의 설명으로 이해됐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상태를 일일이 설명해주지 못하잖아요.

작가님은 ADHD인이자, 소아정신과 전문의이기 때문에 ADHD인의 상황을 누구보다 자세히 그리고 과학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 3가지입니다.

1. ADHD 부모 자식 유전에 대한 오개념을 바로잡은부분

2. 실행기능과 주의조절, 각성 조절, 보상처리 4가지 영역에서 ADHD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설명하며 본인의 경험을 소개한 부분.

3. ADHD의 단점을 장점으로 볼 수 있도록 관점의 변화를 유도한 부분


위에 제시한 3가지 항목 순서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ADHD 유전에 대한 오해


아이가 ADHD라면, 부모가 ADHD였을 확률이 높다고 하죠. 그래서 저도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가 ADHD가 있는게 혹시 나 때문일까? 자책도 했어요.

제가 자책했던 마음엔 ADHD가 유전적 결함이고 이게 자식에게 유전되었다는 속상함이 묻어 있었죠. 그런데 지나영 작가님은 제 오개념을 탁 깨 주었어요.


32쪽에 나온 내용입니다.


“유전자에 어떤 결함이 있는 거야?(남편)”

“결함이라고 하지 않고, 변이(variants)라고 해. 모든 사람은 변이를 가지고 있어. 그 변이들이 당신은 제프가 되게 하고 나는 나영이가 되게 하는 거야.(지나영)”

변이의 어원은 '다르다', '다양하다'라는 뜻입니다. 틀렸다. 잘못됐다라는 뜻이 아닙니다.


ADHD는 가족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전되는 건 아닙니다.

두개가 무슨 차이일까요? 혈우병이나 주걱턱 같은 특징은 유전자를 통해 자손에게 유전되고, 이를 보고 가족력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ADHD는 유전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ADHD를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있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전이 된다고 말하려면 ADHD를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있어야 하고, 이 유전자가 자손에게 유전되어야 합니다.

ADHD는 다양한 유전자가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부모가 ADHD일 경우 자식에게서 ADHD가 나타날 확률은 높지만, 얼마나 어떻게 전달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나영 작가님은 ADHD가 유전적 결함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결함은 유전자 일부가 탈락되거나 중복되는 등 유전자에 문제가 일어난 걸 말합니다. 다운증후군, 헌팅턴 병, 색맹 등 다양한 유전 질환이 있죠. ADHD는 유전적 변이로 봐야 합니다. 변이는 부족함의 증거가 아니라, 다양함의 증거입니다. 우리 몸 속 32억 쌍의 DNA에 있는 변이는 평균 400~500만 개에 달합니다. 이 변이가 각자의 키, 체형, 성격, 그리고 뇌의 정보처리방식을 결정합니다. ADHD도 그 중 하나인 거고요.


작가님의 말이에요.

“특정 환경에서 유리하거나 불리한 변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인간 전체를 놓고 보면 어떤 조합도 절대적으로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습니다. (중략)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어떤 특성이 언제 강점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왼손잡이 투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요.“


2. ADHD 뇌의 작동방식에 대한 과학적 설명


작가님은 소아정신과 전문의답게 ADHD인들의 뇌 작동방식에 대해 한층 깊이있는 설명을 해줍니다.

전 ADHD의 뇌가 다르게 작동하는 이유가 궁금했었어요.

작가님 설명에 따르면 "ADHD 와 연관된 유전자 중 상당수가 시냅스 형성과 신경발달 그리고 도파민에 관여"한다고 합니다. 시냅스는 뇌의 신경세포(뉴런)이 연결되는 부분이에요. 시냅스에서 화학물질이 전달되면서 다양한 신경작용(사고, 보상, 조절 등등)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아예 뇌가 생길 때부터, 달랐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그래서 "ADHD 특성은 몇몇 부위에 국한된 게 아닌, 뇌의 전반적인 발달과 연결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도 이해가 갔어요. 단수히 전두엽만의 문제가 아닌거고, 단순히 편도체만의 특성도 아닌거네요.


아래는 책에서 말한 ADHD의 뇌의 작동방식 4가지입니다.


1)실행기능: 목표 세우고 계획 실천하도록 이끄는 기능(by 전전두피질,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ADHD는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처럼 여러 뇌 기능이 두서없이 작동. 목표 향한 집중 어렵고, 자기조절 약하며, 충동성 커짐.


2)주의조절: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산만한 자극을 걸러내는 기능(by 전전두피질,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다른 것 걸러내는 게 어려움, 오랜기간 주의 지속 어려움, 과제 끝내기 어려움, 실수 잦음


3)각성조절: 뇌와 몸이 깨어 있는 정도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기능(by 망상활성계, 노르에피네프린, 아세틸콜린, 도파민 등)

→ 망상활성계 불안정, 편도체가 감각 신호에 과도하게 반응, 노르에피네프린(교감신경 활성화)과 아세틸콜린(부교감신경 활성화) 불균형으로 부적절한 저각성이나 과각성 나타남, 시험시간에 졸리거나 취침시간에 흥분해서 진정이 안되거나. 저각성 상태에서 일을 벌이는 일이 잦았는데 ‘저각성 상태를 벗어나려는 나름의 노력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

→ I think) 아이이가 흥미로운게 없으면 금새 지루해지고(저각성), 자야 할 시간에 침대에서 뛰는 것(과각성)이 주의전환의 어려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각성조절의 어려움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루할 때(저각성 상태) 재미난 것을 찾아다니는 게 스스로 저각성 상태를 벗어나려는 노력이었을지도...


4)보상처리: 어떤 행동으로 인해 즐거움을 느낀 경험을 기억해,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학습하는 과정

→뇌의 보상회로에서 일어나는 과정.

→복측피개영역(시작점)에서 보상이 있거나 예측될 때 도파민 분비. 기저핵에서 신호 받아 보상이 따르는 행동 선택&반복 행동을 습관으로 형성. 전전두피질은 즉각적 충동 억제, 눈앞의 유혹보다 장기적 목표 선택하도록 도움. 편도체와 해마는 보상경험을 감정과 연결시켜 기억함.

→ADHD 뇌는 기저핵과 전전두피질 발달이 미숙.하고 두 부위의 연결이 약해 보상처리가 잘 되지 않음. 도파민 시스템도 불안정해 저동기 상태(동기유발 어려움) 지속. 그러다 가끔 흥미로운 자극 만나면 도파민 과도하게 분비돼 과잉집중 일어남. ADHD 뇌는 저동기 상태와 과잉집중을 오가며 해야할 일은 미루고 즉각적인 만족과 흥미로운 자극을 더 추구.

→I think) 정확히 우리 아이의 상태임. 지나영 작가님도 어지간한 일에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늘 흥미로운 것을 찾아다녔다고. 가만 보면 우리 아이도 탐험형 여행, 액티비티를 하는 여행을 좋아했음. 건강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부모인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일 듯.


3. ADHD의 단점을 장점으로 보기

(1) 낮은 작업기억 → 망각이라는 장점. 부정적 감정을 빨리 잊어버림. 기존 틀에 박힌 사고나 선입견에도 영향을 덜 받아서 새로운 사람이나 상황을 열린 마음으로 대함.


(2) 정리정돈의 어려움 → 혼란 속에서 돋보이는 뛰어난 적응력. 어려운 환자 볼 때 끝까지 파서 해결책 찾는 의사로 자리매김. 어려운 케이스를 잘 풀어내는 의사. 정리정돈하고 소지품 잘 간수하는 건 필요한 일. 그러나 그게 잘 안된다고 해서 그 삶에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님. 그것 때문에 서로 비난하고 싸울만큼 삶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었음.


(3) 시간 관념이 없음 → 시간을 초월한 몰입(flow). 현재 중심적인 삶을 살게 됨. 시간 관념 없어 보이는 아이는, 그 안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놀라운 발견이나 성장을 이루고 있을지도 모를 일.


(4) 조심성이 없음 → 위험을 무릅쓰는 용기


(5) 산만함 → 관심 있는 과제에 과잉 집중하기도. 무한히 펼쳐지는 사고력


(6) 잡생각이 많음(기본 모드 네트워크가 잘 안꺼짐) → 자유롭게 뻗어가는 사고


(7) 과각성 상태→각성의 파도 타고 서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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