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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안녕하세요?

가우디의, 가우디에 의한, 가우디를 위한 도시 2

by 정시와 Feb 16. 2025

본격적인 바르셀로나 여행 첫날, 가우디의 건축물 ‘카사바트요’를 관람하고 나오는데 충만함이 차올랐다. 그야말로 지각을 일깨우는 예술 작품을 마주할 때 느낄 수 있는 소중하고 귀한 감정이었다. 원래는 불과 도보 7분 거리에 있는 ’카사밀라‘ 역시 연이어 관람할 계획이었으나, 가우디의 작품들을 하나씩 온전히 감상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일부러 다음 날에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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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페드레라(La Pedrera, 카탈루냐어로 ‘채석장’을 의미)로 알려진 카사 밀라(Casa Milà)

‘카사밀라’는 ‘카사바트요’와 마찬가지로, 가우디가 지은 총 3개의 주거용 건물 중 하나인데, 알록달록하고 밝은 기운의 ‘카사바트요’와 그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가우디의 건축물 중 현대적인 작품으로 분류된다는데, 역시나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겼고, 나아가 잿빛으로 뒤덮인 다른 행성에 온듯한 착각마저 주었다. 고요했다. 그래서인지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은 카사밀라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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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행성에 온듯한 느낌마저 받았던 옥상

역시나 압권은 옥상이었다. 기이한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펼쳐졌는데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겼다. 때마침 하늘은 눈부시게 청명했기에 여유를 갖고 옥상에 머물렀다. 맑은 공기를 들이쉬며 눈에 풍경을 담고, 늦가을 같던 날씨에 살랑이던 바람결을 고스란히 피부에 맞았다. 그저 좋았다.


더욱이 ‘카사바트요’와 ‘카사밀라’ 인근에는 팬시한 카페와 달달한 젤라토 가게들이 있어 잠시 숨을 고르며 여운을 간직하기에도 적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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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석굴 등 가우디 특유의 곡선의 미학과 자연주의가  잘 살아있는 구엘공원

다음 날엔 가우디가 설계한 구엘 공원을 방문하였다. 가우디의 전폭적인 경제적 후원자로 알려진 구엘 백작의 의뢰로 원래 주택 단지를 조성하려고 했으나, 비싼 분양가 등으로 인하여 목적 달성에 실패하고, 후에 1922년 바르셀로나 시의회의 주도 아래 공원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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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엘공원에서는 주택의 용도로 지어졌을 법한 건축물들은  물론이고, 넓은 부지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조형물과 휴식 공간을 만날 수 있어 일종의 놀이공원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상당히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마주칠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이윽고 방문한 가우디의 건축물은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었다. 고이고이 아껴두었다가 일부러

마지막 일정으로 잡아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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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빛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었던 성당 내부.

역시 가우디가 설계했고 1882년에 착공해 아직까지 공사 중인, 그야말로 가우디 일생의 야심작이라 칭할 수 있다. 그가 1926년 73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심혈을 기울였던 작품으로, 그의 시신 또한 이 대성당의 지하에 안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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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성당 내부에 넉넉하게 마련된 의자에 앉아 그저 가만히 시간을 보내다 보면 숙연함이 더해진다. 더욱이 인터내셔널 미사도 가능해 종교인이라면 의미가 몇 배 더 값질 거 같다. 유럽의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다른 성당들도 가본 적이 있는데 ‘사그라다 파밀라 대성당’은 확실히 특별하고 인상적이었다. 기기묘묘함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빛의 향연과 종교적 엄숙함까지 더해진 위용에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혹자는 질서 정연하지 못한 대성당의 외관에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지만, 마치 거대한 유령의 집을 연상시키는 그로테스크함이 돋보여 적어도 내겐 또 다른 독창적인 매력 요소로 다가왔다.


하루에 한 곳씩,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총 네 곳의 공간들을 방문했는데 여유롭게 돌아보기로 한 스스로의 선택이 만족스러웠다. 회화나 조각 같은 예술 작품들과 달리, 철저히 인간의 필요에 기반한 공간과 건축물에서 머문 시간은 남달랐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예술 혼을 불러일으키며 입체적인 감동을 선사한 값진 체험이었다.


기나긴 여정 끝에 ‘가우디의, 가우디에 의한, 가우디를 위한 도시’ 바르셀로나에 당도했는데 어린 시절, 잠깐이나마 건축가를 꿈꿨던 딸과 함께 한 여정인지라, 더할 나위 없이 값졌다. 바르셀로나가 적어도 관광업계에선 가우디의 막대한 아우라와 영향력에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건 사실이지만, 바르셀로나의 매력은 비단 가우디뿐만은 물론 아닐 것이다.


다음은 바로 바르셀로나의 화끈한 맛에 대한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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