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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도시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92 - 그리스 메테오라

by 류광민

아내가 아프다!

높은 바위 산 위에 있는 메테오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메테오라 아래에 있는 도시 Kalabaka까지 간 다음 그곳에서 그곳에서 바위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 칼라바카까지는 기차로도 갈 수 있다. 높은 바위 산에 아톰을 데리고 가는 게 부담이 되어서 칼라바카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여행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아내가 다리가 아니라 발바닥까지 아프다고 한다. 오늘 많이 걸으면 안 될 것 같다. 일단 아톰을 칼라바카까지 데리고 가는 것으로 여행 계획을 변경했다. 트리칼라에서 칼라바카 까지는 25여 킬로미터의 평지 도로이어서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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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칼라에서 칼라바카 가는 길 풍경. 저 멀리 마테오라가 보인다.

칼라바카에 아침에 일찍 도착해 시내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져 본다.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몰라도 마트에서 빵을 사가는 사람들이 가끔 눈에 들어올 뿐 관광지라는 분위기를 느낄 수는 없다. 다만, 카페 주변에서 본 메테오라와 지도를 비교 분석해 보니 아톰을 데리고 올라가도 될 것 같다. 택시로 Great Mateora까지 간 다음 천천히 산책하며 마을로 내려오려는 계획을 변경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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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바카의 아침 풍경. 조용한 카페에서 아침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렸다.

일단 우리는 Kastraki 마을 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선택했다. 마을로 들어갈수록 메테오라에 솟아 있는 바위산과 사원이 더 잘 보인다. 메테오라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풍경은 칼라바카 보다 이곳이 더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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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straki 마을 쪽에서 마테오라로 올라가는 길 풍경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좋았다. 캠핑카 아톰이 그동안 지나온 그리스 산악지역과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도로포장상태는 더 좋다. 무사히 Great Meteora에 도착했다. 눈이 녹지 않은 곳이 있기는 하지만 도로 위의 눈은 모두 깨끗하게 녹아 있고 주차장도 생각보다 넓다. 아마 성수기 때에는 이 주차장이 차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Great Mateora에서 보는 풍경은 압도적이다. 어떻게 이런 곳에 성당이나 수도원을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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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Mateora 풍경과 앞 주차장

메테오라는 공중에 떠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이다. 깎은 것 같은 바위가 하늘 위로 솟아 있고 그 위에 성당과 수도원이 들어서 있다.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이 험한 곳에 은둔 수도원이 지어졌다는데 그중에 현재 6개가 남아있다. 그 당시 수도원에 들어가려면 산 위 수도원에서 내려오는 수레를 타고 올라가는 방식으로 드나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걸어 다닐 수 있다. Great Meteora도 600미터가 더 되는 곳에 세워저 있다.

현재 6개 메테오라 중에 1-2개만 돌아가면서 관광객을 맞이한다. 이러한 정책은 그 옛날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도사들이 이곳을 떠났다고 한다. 수도사들에게 많은 사람들의 방문은 그리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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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마테오라 풍경들

주차장에 한국 관광객을 가득 태운 버스가 들어왔다 다시 출발한다. 두 명이 탄 우리 아톰보다 항상 조금씩 빨리 움직인다. 대단한 한국인들이다. 산 위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전망 좋은 포인트마다 자동차들이 서 있다. 우리도 그 지점마다 잠깐 씩 쉬어 간다. 참 경이로운 풍경들이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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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스테판 수도원

각 포인트마다 한국 관광객 버스가 먼저 와 있으면 우리가 그다음에 도착하는 일정이 반복된다. 그러다가 아톰을 유심히 지켜보는 분들이 있다. 한국 번호판을 단 차가 이곳까지 어떻게 와 있냐는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그런 일정이 반복되다 마지막 수도원에 도착했다. 이곳은 오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Saint Stephen 수도원. 작지만 정교회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 좁은 터 안에 예배당과 박물관, 정원도 있다. 이 높은 바위 산 위에 수도 시설까지 있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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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스테판 수도원 내부 모습

그 수도원에서 관광객 한 분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한국 캠핑카 주인이냐고. 우리 여행이 자기 일 같으시단다. 한국에 돌아오면 반드시 여행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하신다. 서로 기념사진을 찍고 남은 여행을 잘하시기를 바라며 헤어졌다. 이런 인연도 여행의 즐거움 이리라.

조심조심 아래로 다시 내려간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인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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