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90 - Loutra Ipatis
마테오라로 가기 전에 정말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로 한 아내와의 약속대로 아침 산책을 나가기 전에 당일 호텔 예약을 했다. 후기 평가 점수가 매우 높은 저렴한 호텔이다. 호텔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은 그리스 호텔들 대부분 평점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호텔 평점이 좋은 저렴한 작은 호텔들은 대부분 배낭여행자와 같이 개별여행자들에게 특화된 호텔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 이 곳도 그런 곳이리라 생각하고 출발한다.
아침에 예약한 Loutra Ipatis의 Anixis Hotel은 노천 온천에서 약 30km 정도 달려가야 한다. 이 길 중에서 20km가 고속도로이다. 근데 고속도로 톨비가 1.5유로이다. 조금 비싼 느낌이다.
보통 호텔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지만 일단 아침 일찍 호텔에 도착했다. 다행히 주인아주머니가 흔쾌히 체크인을 해 주신다. 응접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침 커피와 먹고 싶었던 달콤한 그리스 간식 과자를 내어 주신다. 갑자기 너무나 황송하고 고마운 일이다. 이른 아침 체크인도 감사한 일인데 말이다.
응접실 한쪽 벽난로에서 나무가 타고 있다. 그리고 로비 한쪽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손님들이 먹을 수 있도록 달콤한 간식 과자가 놓여 있다. 작은 호텔이지만 나름 분위기가 좋고 손님을 배려하고 돌봐주고자 하는 주인아주머니의 온화한 미소와 친절함이 좋다. 지금까지 많은 여행을 했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내가 경험한 최고의 환대이다.
1층 가장 안쪽에 방이 배정되었다. 방에서 밖으로 나가면 바로 넓은 데크가 나온다. 방 앞에는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코너도 있다. 우리와 같은 여행자에게 너무나 맘에 드는 호텔이다. 아내와 나는 동시에 말했다.
"하루 더 묶어 갈까?"
"O.K. "
하루 더 묵어가겠다고 하니 주인이 방을 바꾸잔다. 바꾼 방은 조금 더 조용한 2층의 가장 안쪽 방. 베란다도 있다. 조용하게 푹 쉬어가라는 주인의 배려로 느껴진다. 이 모든 게 마음에 든다.
어제 온천하면서 젓은 옷과 함께 간단한 빨래를 하고 베란다에 말린다. 12월인데도 햇살이 좋아서 잘 마른다. 샤워를 하고 아까 찜해 놓은 벽난로 앞 테이블에 작업실을 꾸민다. 이틀 동안 로비 벽난로는 대부분 우리 차지였다. 지금 비수기라서 손님들도 많지 않다. 사실 이곳에도 온천이 있어서 평상시에는 온천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은 곳이었다. 그러나 주변 호텔 대부분은 문을 닫았는데 이 호텔과 건너편 호텔만이 영업을 하고 있다. 아마 이 호텔은 꾸준하게 손님이 오는 곳인가 보다.
난로 불 앞에서 그동안 못했던 사진기에 가득 차 있던 사진을 외장 하드로 옮기거나 필요한 여행 계획 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하루 종일 호텔 로비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간혹 커피나 차, 심지어 오렌지도 주신다. 난로에 장작이 떨어지면 주인아저씨가 빈 나무통을 가득 채워주신다.
로비에 아무도 없으면 로비 한쪽에 차려져 있는 달달한 간식도 내가 직접 가져다 먹는다. 저녁때 주인 할머니가 TV를 보실 저녁때에는 자리를 조금 비켜서 작업을 한다. 너무나 감사해서 무언가로도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 여행 초반에 샀던 체리 주스를 따라서 주인 할머니에게도 드려본다. 다행히도 맛있게 잘 드신다. 할머님이 나이가 지긋하신 아들에게 무어라고 말씀하신다. 아마 그리스 체리 주스라고 말하시는 듯하다. 연세가 꽤 들어 보이시는 할머니를 보니 여행 전에 돌아가신 장모님과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 두 분이 생각난다. 말은 안 통하지만 몸 짓으로 서로 고마움을 표시한다.
아쉽게도 우리가 호텔을 떠나기 전날 오후에 주인아주머니가 다른 곳에 가셔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다. 고마움의 표시로 아내가 주인아주머니에게 작은 선물을 드리고 나왔다. 주인아저씨는 호텔 비용 46유로를 드리려고 45유로를 지폐로 들이고 동전을 찾고 있는데 1유로는 됐다고 하신다. 참 인심도 좋은 분들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아마 정확하게 받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리스는 우리나라 사람 정서와 잘 맞는 것 같다. 정말로 친절한 그리스 사람들을 만난 호텔의 2박이었다. 다른 곳에서 만난 그리스 사람들 모두 친절한 분들이었지만 이 호텔 주인아주머니가 더 생각난다.
이 마을 식당에서 먹었던 두툼한 돼지고기 요리도 생각난다. 남은 돼지고기를 싸가지고 호텔에 와서 또 한 끼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 양과 맛은 잊을 수 없다. 그리스 사람의 친절함 만큼 그리스 음식도 맛, 가격, 품질 모든 분야에서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