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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같은 일이!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93 - 그리스 테살로니키

by 류광민

이상한 그리스 고속도로 요금

메테오라에서 테살로니키로 가는 길 중에서 우리는 라리사를 거쳐 올림푸스 산을 왼쪽으로 볼 수 있는 노선을 선택했다. 전체 250여 킬로미터 중 100km는 고속도로이다. 그런데 이 고속도로에서 요금을 4번이나 냈다. 아니 한 번에 받으면 좋을 텐데 조금 가면 요금소이고 또 조금 가면 요금소이다. 중간중간마다 정해진 금액만을 받는 시스템. 그러다 보니 차 속도도 줄어들고 번거롭다.

그 보다 이상한 것은 요금 체계이다. 그리스 고속도로에서는 오토바이도 다닐 수 있는데 오토바이 요금이 제일 싸고 그다음에 승용차, 높이 2.7m 이상 차, 대형 화물차 등으로 요금이 올라간다. 일반 승용차에 비해 높이 2.7m 이상인 차는 요금이 2.5배 내지 3배 정도 된다. 아톰 키가 2.9m니까 딱 이 기준을 초과한다. 4번의 요금소를 통과하면서 우리는 20유로를 냈다. 100km를 가는데 2만 6천 원이 넘는 돈을 낸 것이다. 경부고속도와 비교하면 약 2.5배 정도 낸 것 같다. 더 이상한 것은 각 구간마다 거리 당 요금도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물가는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싼데 왜 고속도로 물가는 이렇게 비싼 걸까?


그리스 마지막은 행복한 날

그리스를 떠나기 전에 터키 이스탄불까지 가는데 필요로 하는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테살로니키에서 하루 밤 정박을 했다. 처음 들어간 나라의 환경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식료품을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미리 준비해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아침에 바닷가 정박지를 출발해 인근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로 이동했다. 신선식품들을 구입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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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살로니카 도심 풍경과 해변가 정박지 풍경

그런데 열쇠 복사집이 눈에 뜨인다. 사실 열쇠 복사집은 우리 여행 내내 관심 대상이었다. 그 이유는 휘어져 버린 캠핑카 후문 열쇠가 언제 부러질지 몰라 항상 불안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복사 전문집을 수소문했지만 열쇠 복사에 실패했다. 그리고 여행 내내 발견한 열쇠 복사집마다 의뢰를 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캠핑카 후문 열쇠가 조금 특이하단다. 그런데 열쇠 꾸러미 종류가 그동안 보았던 복사집보다 훨씬 많다. 좋은 예감이 든다.

열쇠 복사를 담당하는 친구가 한참 보더니 한번 시도해 보겠단다. 잠시 후, 복사된 열쇠를 주고 나보고 차에 가서 열어보란다. 열리면 대박인데라는 마음으로 문에 꼽아본다. 열쇠가 문에는 들어가는데 열리지는 않는다. 실망이다. 어쩔 수 없지. 다시 돌아와 그 친구에게 실패의 소식을 전한다.


“열리지 않아요.”

“열쇠가 들어는 가나요?”

“네 들어는 가요.”

“그럼, 잠깐 기다려요.”


잠시 후, 복사된 열쇠를 다시 손질해가지고 나온다. 그러면서 차에 같이 가잔다. 아내가 겨울인데 반팔로 나오는 이 친구가 걱정이 되었는지 한마디 한다.


“안 추워요.”


이 친구 하는 말이 재미있다.


“I am fat.”


서로 웃는다. 그리고 이 친구가 다시 가져온 복사된 열쇠로 뒷 문에 꼽자마자 문이 스르르 열린다. 마치 마술처럼 말이다. 너무나 감격스럽다. 아내와 나는 동시에 흥분.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이렇게 해결되다니.


“얼마예요.”

“2유로”


얼마나 착한 가격인가. 저절로 이런 말이 나왔다.


“Today is happy day for us.”


그 친구도 우리가 이렇게까지 좋아하니 같이 웃는다. 함께 즐거운 기념사진 한 장. 안녕. 고마웠어요.

20181220_105518.jpg 캠핑카 뒷문 열쇠 복사에 성공하고 나서 너무나 기쁜 마음

이제 그리스에서 남은 일은 국경 도시 인근 해변가에서 마지막 그리스 밤을 보내는 것이다. 국경 근처 알렉산드로폴리스 해변가에 저녁노을을 보며 아쉽고 행복했던 그리스 여행 마지막 날을 보냈다. 다시 가보고 싶어 진 그리스이다. 이제 내일이면 드디어 유럽을 떠나 터키로 넘어간다.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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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마지막 날 알렉산드로폴리스 해변가의 아름다운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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