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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을 어떻게 내나요?

캠핑카 세계여행 에세이 117 - 터키 앙카라에서 이스탄불 까지

by 류광민

터키 식당은 즐거운 곳!

터키 여행 70여 일을 마감하는 날이 되었다. 내일은 터키의 수도 앙카라를 떠나 불가리아 국경까지 갈 예정이다. 캠핑카를 다시 정비하고 터키의 마지막 날을 즐겁게 보낼 예정이다. 먼저 오전에는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다른 나라에 들어가면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최소한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저녁에는 터키 전통 케밥 식당에서 즐거운 식사를 할 예정이다. 미리 숙소 주인에게 물어서 알아놓은 식당을 찾아 놓았다.

이 식사는 우리 부부의 터키 여행 마감을 축하하기 위한 것익도 하지만 서울에서 우리를 위해 씻은 쌀과 맛있는 미역라면 등등을 바리바리 싸다 준 최 박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정 때문에 같이 하기 힘들다는 연락이 왔다. 최박사에게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해서 미안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우리끼리라도 즐거운 식사를 하려고 출발.

알아 놓은 식당은 시내 번화가에 있었다. 다행히 큰 길가에 있어서 찾기 쉬웠고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아서 인지 직원들이 외국인 손님맞이를 능숙하게 하고 즐겁게 해 준다. 적당하게 음식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 나왔다. 직원들은 토마토와 고추 구이에서 탄 컵질을 벗겨주고 먹기 좋도록 썰어주기 까지 한다.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를 추천해주었는데 우리는 주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음식을 먹고 있는데 슬그머니 디저트 두 쪽을 가져다 놓는다. 아내는 공짜인 줄로 알고 하나는 먹고 하나를 싸 달라고 한다. 사실 터키 여행 중에 많이 보아왔던 디저트였고 가격이 결코 싼 디저트는 아니었다. 그 덕분에 생각보다 조금 더 많은 요금이 나왔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터키 전통 음식을 맛보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 듯싶다.

전체적으로 맛도 좋고 양도 넉넉하다. 우리가 시킨 음식으로 최박사 함께 했어도 충분할 듯싶다. 결국에 남겨서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왔다. 그 음식으로 그다음 날 여행 중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파카도 키아처럼 터키 식당에서의 또 한 번의 유쾌한 식사였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터키 식당은 항상 즐거운 곳으로 기억될 듯 하다.

현금이 없어요!

앙카라를 출발하는 날, 아침에 3일 동안 우리를 편안하게 보살펴 주었던 에어비앤비 주인아주머니와 아쉬운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

3일동안 항상 따뜻하게 보살펴 준 에어비앤비 주인과 기념사진 촬영. 항상 아침은 간결하지만 정성스럽게 차려주었다. 간식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본.

그런데 오늘 큰 걱정이 있다. 앙카라에서 불가리아 국경까지는 약 710여 킬로미터의 대 장정이다. 이 정도의 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는 고속도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스탄불에서 이즈미르로 갈 때 고속도로 요금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기 때문에 현금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안되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사용하고 남은 터키 돈은 100리라 정도. 숙소 주인에게 이스탄불까지 고속도로 요금이 어느 정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50리라가 넘지 않을 거란다. 일단 그 말을 믿고 출발해 본다.


HGS가 작동이 안 돼요!

앙카라 시내를 빠저 나와 고속도로로 진입해 본다. 이 고속도로는 무인요금 체계로 운영된다. 소위 HGS라고 하는 시스템이다. 충전카드를 사서 부착하고 다니면 자동으로 요금이 빠져나가는 시스템이다. 이 카드는 우체국이나 셀 주유소 그리고 고속도로 사무실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우리는 고속도로 입구의 사무실에서 사기로 하고 그 사무실 앞에 차를 세웠다. 여권과 차량 서류를 가지고 들어가서 HGS를 달라고 하니 직원이 지금 작동이 안 되어서 그러니 그냥 가란다. 그리고 이스탄불에 가서 현금으로 돈으로 내라고 한다.


"하는 수 없지. 어떤 일이 벌어지든 잘 해결될 거야."


다행이다!

일단 우리는 직진. 차는 힘차게 뻗어진 고속도로를 타고 산 길로 한참을 올라간다. 따뜻했던 앙카라는 사라지고 여기저기에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산들이 보인다. 고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에 점심을 하기 위해 들린 휴게소 온도계는 영하 1도를 가리키고 있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고속도로가 끝나고 요금을 징수하는 차단기가 나타났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차단기 앞으로 가 본다. 그리고 버튼을 눌러본다. 그런데 요금 카드도 안 나오고 차단기도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버튼을 눌러본다. 그랬더니 차단기가 열린다.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통과.

얼마 달리지 않아서 차단기가 또 한 번 있다. 이곳은 사람이 직접 돈을 받는 곳이 있다.

요금은 20.65리라란다.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안도가 된다. 당당히 요금을 지불하고 다시 이스탄불 도심 외곽지역을 빠져나가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시내 도로와 연결된 고속도로여서 인지 차량 정체가 매우 심하다. 이스탄불을 빠져나가는데 한 시간 이상이 걸린 것 같다. 도로 위에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도로 정체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나서 벌써 해가 지려고 한다. 다행히도 해가 지기 전에 이스탄불을 벗어났다.

고속도로 요금은 무사히 내고 드디어 이스탄불에 도착. 퇴근 시간이 가까워서인지 모르겠지만 이스탄불의 큰 도로는 항상 교통량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첫날과 마지막 날의 정박지는?

터키에 입국한 날 하루 정박했던 Siliva 근처 도로 휴게소에서 정박을 하기로 했다. 마켓도 있고 식당, 주유소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마켓에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다. 조용하고 필요한 물품도 살 수도 있고 편안하게 화장실도 사용할 수 있는 곳. 우리와 같은 캠핑카 여행자에게는 최고의 장소이다. 마켓 뒤편 한 적한 곳에 다른 자동차 옆에 자리를 잡았다. 밤이 되니 생각보다 조용하다.

그다음 날 아침에 고속도로를 다시 타고 불가리아 국경으로 향한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올 때 또 한 번 HGS 존을 통과했다. 우리는 HGS가 없다. 어떻게 요금이 부과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른 블로그에서는 그냥 통과 시 1주일 안에 우체국에 가서 요금을 내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터키를 떠난다.

본의 아니게 앙카라에서 불가리아 국경까지 약 600km 정도의 고속도로를 20.65리라 만을 내고 이용했다. 혹시 한국으로 고속도로 통행료가 청구될까?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6월까지 청구서는 날아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요금 징수체계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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