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미와 화사함의 공존 도시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28 - 불가리아 소피아

by 류광민

작아도 집은 집이다!

불가리아 마지막 여행지인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를 만나러 가는 날(2019.3.9)이다.

수도가 있는 레스토랑 앞 주차장에서 전날 밤을 보낸 후, 우리는 오래 오래간만에 차 청소도 하고 청수 통에 물을 가득 채웠다. 장기 캠핑카 여행을 하다 보면 차 안이 생각보다 지저분해질 수 있다. 집도 며칠 청소를 안 하면 지저분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집에 비하면 작은 공간이지만 캠핑카도 집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영어로 캠핑카는 "Motor Home" 이니까 말이다. 이곳에서도 가끔 잃어버리는 물건도 생긴다.


1석 4조

릴리 수도원에서 소피아까지는 2시간가량 걸린다. 산을 내려오면 잘 뚫린 도로를 이용해서 도착할 수 있다.

소피아는 불가리아 수도인 만큼 큰 도시이다. 많은 사람들과 차들로 시내 중심부는 매우 복잡하다.

이런 곳에서는 항상 아톰을 어디에 주차시킬 것인가가 고민이다. 정박도 해야 하고 주차도 해야 하면서 소피아 여행에도 적합한 곳을 찾았다.

그곳은 러시아에서부터 만나온 대형 마트 “METRO”.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러시아와 동유럽 일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창고형 매장이다. 소피아 METRO는 24시간 운영하고 있고 대부분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회원제로만 운영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었다.

소피아 METRO 앞에는 전철이 있어서 구도심까지 9 정거장만 이동하면 된다. METRO에서 사야 할 물건도 사고 화장실도 보고 어제 다 사용해서 없어진 현금도 현금인출기를 이용해서 찾았다. 1석 4조 정도 되는 ME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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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차들로 붐비는 소피아 도심거리와 창고형 매장 Metro

소피아 여행의 출발점은 Serdika 역

먼저 도착한 곳은 화려함과 강인함을 느끼게 해주는 성소피아 동상이 있는 Serdika 역으로 이동. Serdika은 성 도시라는 의미이고 과거 소피아의 고대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성 소피아 동상은 레닌 동상이 있던 자리에 레닌 동상을 없애고 세운 것이란다. 금색의 얼굴과 검은색 계열의 몸이 묘하게 화려함을 나타낸다. 성 소피아 동상 때문인지 주변 풍경이 활기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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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피아 동상

성당에서 초를 사다

근처에 있는 성 네델리아 교회로 가본다. 커다란 원형 돔이 매우 인상적인 곳인데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실내는 넓고 밝은 느낌을 준다. 교회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빛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이다. 특정한 구역에만 빛을 받아들이게 만든 성당보다 나는 이런 구조가 더 좋다.

우리는 성당에 가면 기도를 들이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초 2개를 사서 불을 붙여본다. 아내와 나는 서로 무엇을 기도했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사실 기도가 중요한 일은 아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교회 건축물이라면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것 같다는 점에서 마음이 통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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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들어오는 빛 때문인지 모르지만 마음이 편안해졌던 성 네델리아 교회

도시 개발이 가져온 유물들

이 주변에는 오래된 교회들이 많이 있는데 대통령궁과 호텔에 둘러싸여 있는 곳에 셍 게로르기 교회가 있다. 공사 중에 발견된 곳이란다. 작은 규모이지만 매우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곳이라는 점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사 중에 발견된 교회가 또 있는데 성 페트카 지하교회이다. 지하철 공사 중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 구역을 여행하다 운이 좋으면 대통령 궁에서 근위병들의 근무 교대식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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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로르기 교회 유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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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공사 중에 발견된 유적지와 지하철 역안에 보관되어 있는 유적지

역사에 흔적은 남는 법

불가리아도 한 때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라 많은 모스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Serdika 역 근처에 있는 바나바시 모스크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이라고 한다. 바나바시라는 이름은 바냐(러시아 전통 사우나)와 비슷하다. 한번 생긴 흔적은 오래도록 남아 있게 되는 법이라는 사실을 이곳에서 또 한 번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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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최대 이슬람 사원인 바나바시 모스크

불가리아는 온천의 나라!

모스크 옆에는 온천수가 나오는 공중목욕탕이 있는데 이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이 공중목욕탕은 지금은 소피아 지역 역사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건물 이곳저곳에서는 과거 이곳이 온천수를 이용한 공중목욕탕이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직도 건물 옆 벽면에서는 온천수가 나오고 있다.

10여 일간의 불가리아 여행 중에 3번 정도 온천욕을 하거나 온천수를 즐겼다. 오늘 또 그 과거 흔적을 이 이곳에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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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수를 이용한 공중목욕탕이었던 건물이 지금은 소피아 지역역사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산책하기 좋은 도시

불가리아는 유럽연합 국가이지만 아직도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나라이다. 러시아 황체 이름을 딴 성 니콜라 교회 뒤편에는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는 공원이 있다. 커다란 나무들이 여름에는 좋은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넓은 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다. 참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이 공원에는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어서 소피아 시민들의 삶의 모습 일부를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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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도 영원한 불꽃이 있다

그리고 성 소피아 교회 앞에는 전쟁 중 전사한 무명용사를 위한 기념비와 영원한 불꽃이 피고 있다. 이 영원한 불꽃은 러시아 큰 도시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데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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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피아 교회 앞의 무명 용사 추모 기념비와 사자상 및 영원한 불꽃

크지만 정갈한 느낌의 성당 - 알렉산드로 네프스키 성당

소피아를 가면 꼭 봐야 할 건축물이 또 있는데 알렉산드로 네프스키 성당. 이 성당도 러시아 황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란다. 불가리아를 대표하는 정교회 성당인 이 성당은 불가리아 해방을 위해 러시아-오스만 투르크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20만 러시아 군인을 추모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이 성당은 규모면에서도 소피아를 대표할 만 하지만 흰색과 옥색, 황금색이 어우러져 매우 정갈한 모습이다. 해가 넘어갈 때쯤에는 사진작가들이 이 성당과 노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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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모여드는 시민들

다시 발길을 원래 우리 여행의 출발지였던 Serdika 역 쪽을 이동하다 보면 시민 공원을 만날 수 있다. 저녁이 가까워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곳에는 1906년에 완공된 이반 바조프 국립극장이 있다. 이반 바조프는 불가리아 시인이자 소설가란다.

외관을 보면 태양의 신 아폴론과 문학의 신 뮤즈가 조각되어 있어서 그리스 건물 느낌을 받는다. 외관은 절제된 미와 화려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소피아 도시가 그런 느낌을 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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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바조프 국립극장과 시민공원. 인포메이션센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가 보다

장미 향기가 가득한 쇼핑거리

소피아 마지막 방문지 Vitisha 거리로 향한다. 이곳은 쇼핑거리이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도 가족들이나 가까운 친구들에게 줄 선물과 우리 여행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품 몇 개를 구입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장미 화장품이다. 전 세계 장미 오일의 대부분을 불가리아에서 생산한다고 한다. 장미 오일 한 방울을 생산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장미꽃이 사용되는지 상상이 안되지만 그 향기는 1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어떠한 향수의 향보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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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불가리아 공예품과 더불어 장미오일과 장미 화장품을 살 수 있는 Vitisha 거리

현대화된 소피아에서 잠을 자다

이제 아톰이 기다리고 있는 METRO로 돌아간다. 오늘 여행 중에 남아있는 현금을 다 사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일은 세르비아로 들어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METRO 쇼핑을 한 후 조용해진 주차장에서 안전한 밤을 보냈다. 주변에 최근에 지어진 현대식 건물이 우리는 살펴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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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고층 현대식 건물이 내려다 보이는 메트로 주차장에서 조용하고 편안한 하루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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