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29 - 세르비아 니슈로 가는 길
오늘은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세르비아로 입국하는 날이다(2019년 3월 10일)
불가리아 여행을 마치고 불가리아 국경 근처에서 1-2일 쉬어갈 계획이었다. 내가 전반기 여행을 통해서 얻은 교훈 중 하나가 장기 여행에서 적절한 기간이 지나면 쉬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행이 노동이 되어 피로가 쌓이게 되면 좋아야 할 여행이 힘들어지고 곧바로 파트너와의 갈등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날씨가 안 좋아질 것 같다는 일기 예보 때문에 세르비아로 들어가기로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아내는 일기가 나쁠 것 같다는 일기예보만 보면 항상 여행 계획을 바꾸자고 한다. 이런 정도의 계획 변경은 크게 문제가 없는데 여행 루트를 아예 바꾸자고 하면 머리에 쥐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로 작은 변경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소피아에서 세르비아 국경까지는 몇 시간 안 걸려 도착했다. 불가리아 출국은 매우 간단하게 여권 검사만으로 마무리되었다. 차량이 통과하는 게이트로 차를 진입시키면 여권과 차량 등록서류만을 검사하고 등록하는 것으로 끝. 아주 간단하다.
이제 세르비아 국경으로 진입하면 여기에서도 의외로 간단한 여권 검사만으로 통과. 차량 보험 관련 서류를 요구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간단하지. 캠핑카 내부 검사도 하지 않는다. (사실 나중에 출국할 때 문제가 발생할 줄은 그때에는 몰랐다. 출입국 관리 직원이 실수한 듯하다.). 그런데 세르비아에서 불가리아로 들어가는 버스에서는 승객들에 대한 짐 검사를 빠짐없이 하고 있다. 입국은 관대하게 출국은 엄격하게 하는 분위기이다.
통관을 마치고 나면 환전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50유로를 환전하고 출발(유로당 115 디나르, 시내에서는 117 디나르니까 조금만 환전하는 게 유리한 것 같다). 잘 빠진 도로를 달리다 보면 고속도로 게이트가 나온다. 우리나라 돈으로 3천 원 정도이었다. 가끔 공사 중인 구간도 있었는데 지금은 공사가 모두 마무리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고속도로 구간도 매우 짧아서 금방 일반도로로 나와야 했다. 오늘 방문할 목적지인 니슈 근처부터는 긴 협곡을 통과한다. 협곡을 따라 크고 작은 터널을 통과하고 또 통과하고 나니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다.
오늘은 니슈 시내에 있는 공원 앞 무료 주차장에서 정박을 할 예정이다. 아톰을 안전한 지점에 주차를 시키고 나서 산책길에 나서 본다. 공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과 시민들이 많이 있다.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이 공원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어딘지 모르게 밝은 분위기의 공원이다.
우리에게 세르비아는 2차 세계 대전 그리고 내전에서 잔인한 전쟁 범죄를 저지른 국가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던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 매우 밝은 분위기의 공원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세르비아 하면 어딘지 모르게 어두울 것 같은 분위기가 어울릴 것이라는 선입관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니슈의 공원은 그런 우리의 선입관에 대하여 다시 돌아보게 만들어주었다.
공원을 지나 도심 쪽으로 나가 니슈 성으로 가는 번화가가 나온다. 크게 흥미로운 곳은 아니지만 어느 유럽 국가의 작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노천카페들이 있어서 길거리 분위기가 좋게 느껴진다. 니슈 성 앞을 흐르는 강가에는 석양이 내리고 있다. 강과 니슈 성이 석양빛을 받아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오늘은 너무 늦어서 니슈 성으로 들어가는 것은 포기하고 세르비아 첫날 사야 할 것을 찾아 나선다. 세르비아에서는 불가리아에서 사용하던 유심칩을 사용할 수 없다. 우연히 들렀던 쇼핑센터에서 유심칩을 구입할 수 있었다. 1주일 기한에 10기가인데 300디나르(대략 3천 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왜 기한은 1주일일까? 세르비아 여행은 1주일만 하라는 뜻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이제 세르비아 여행을 위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자원이 마련되었다. 약간의 현금과 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유심.
오늘 밤은 공원에서 보내고 사온 유심으로 내일부터 니슈에서 3박 4일 머무를 숙소를 정해야 한다. 세르비아 첫날, 세르비아의 치안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편하게 하루를 공원에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