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사과 여행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5 - 에스토니아 Parnu

by 류광민

하루 쉬어가자!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을 지나 라트비아 수도 리가로 가는 중간 지점 바닷가에 온천 휴양도시 Parnu가 있다. 파르누는 1838년부터 해안 관광도시로 개발되었다. 서양에서 바다가 휴양 공간이 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반부터이니 파르누는 해안 관광도시 발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지금도 다양한 스파 휴양시설과 해양 레저스포츠 시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어서 그 명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해안 습지에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탐방로가 잘 꾸며져 있다. 그곳에서 하루 쉬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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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플래그가 걸려 있는 파르누 해안가와 추운 날씨에도 윈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10월 5일이었지만 발트해 3국 지역은 벌써 바람이 세고 차갑게 느껴진다.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해변과 호수임을 알려주는 'Blue Flag '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이 추운 날씨에서도 해안가에는 여러 명이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다. 해안가에 차를 대고 우리도 이 바다를 즐겨볼까 했지만 바람이 너무 세차다. 해안가를 즐기는 대신에 잘 정비되어 있는 해안 습지 탐방로를 산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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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비된 해안 탐방로와 주변 풍경들

온천을 즐겨 볼까?

해안 습지 탐방로를 산책하고 나서 주택가 쪽으로 가보니 커다란 리조트가 보인다.


아내 : “저 리조트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나 : “글쎄. 한 번 가볼까?”


아내가 용기를 내어 카운터에 물어본다.


"온천이나 수영장만 이용이 가능할까요?"


그러나 온천이나 수영장은 모두 숙박객들만 이용할 수 있단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비싼 숙박요금을 내면서까지 목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공원 같은 마을

해안가 쪽에 있는 전원 마을을 돌며 산책에 나섰다. 휴양도시답게 공원이 너무나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다. 커다란 유적지는 없지만 공원 그 자체로도 훌륭한 관광지이다. 그러나 아내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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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정비된 공원과 산책길, 요트 계류장, 유적지

사과는 왜 줍지 않는 것일까?

공원이나 빈 공터에 심어져 있는 사과나무들이 바로 그 주인공. 많은 집 정원에 사과나무에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려있고 바닥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었다. 마치 붉은 꽃이 떨어져 있어서 푸른 잔디밭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떨어져 있는 사과들 대부분은 그냥 집어 들어 깨끗한 물에 씻어 먹으면 될 정도로 좋은 상태였다.


나 : “근데, 왜 여기 사람들은 떨어진 사과를 안 줍지?”


정말로 궁금해진다. 에스토니아를 여행하면서 보니 사과나무가 농원에 심어져 있기보다는 대부분 정원에 심어져 있다. 그리고 그 나무에 달린 사과는 먹는 게 아닌 것처럼 많은 사과들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사과가 판매를 위해 또는 먹기 위해 심어져 있는 게 아니라 정원수인 것이다. 정원수인 장미꽃이 떨어져도 우리가 그 꽃을 줍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아내는 나의 궁금증과는 다른 곳에 관심이 있다. 아내의 사과 채집 욕심이 발동하였다.


아내 : “자기야! 저 사과 하나 따주면 안 돼?”

나 : “안돼!.”


다시 시작된 아담과 이브. 또 나는 아담이 되어야 하는가?

그날 저녁에 세찬 바람을 피하고 조용한 정박을 위해 차를 공원 안쪽으로 이동시키면서 아내가 빈 집에 있는 커다란 사과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를 줍고 나무에서 딸 수 있도록 하였다. 커다란 사과를 나무에서 따 가지고 돌아오는 아내 얼굴에 어린애 같은 함박 미소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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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 도시처럼 잘 정비된 마을길과 빈 집 정원에 꽃 처럼 떨어져 있는 사과들. 꽃잎이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주여. 우리를 또다시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


그러나 우리는 발트해 3국을 지나 체코를 떠날 때까지 한 달 이상 아담과 이브가 되었다.

사과도 문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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