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세계 여행의 손익계산법

by 류광민

기쁜 인생이 아니면 돈이 왜 필요한가?


나는 40살이 넘어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을 하였다. 그 당시에 선택했던 전공이 바로 지금 나의 일이 되어 버린 관광학이었다. 열심히 일을 하던 내 인생에 커다란 어려움(사기사건으로 인하여 20억 정도의 부채를 지게 된 상황)이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돈을 벌어서 갚는 것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사실 그 돈을 벌어서 갚을 수도 없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돈 버는 일을 하지 말고 공부를 하면 어떨까? 공부를 하면 그 자산은 긴 시간 동안 나의 자본이 될 것 아닐까? 지금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사건들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정리되겠지."


무거운 사건의 정리 방식이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나는 전혀 몰랐지만 결국에는 해결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어려움(적은 수입 속에서 일정한 금액을 채무 변제에 사용해야 하는 5년 이상의 과정이 있었다)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지혜롭게 해결해왔다. 그 지혜라는 것이 별거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된다. 은행이나 채권회사에서 아무리 어떠한 압력이나 유혹을 해도 내가 할 수 없는 것이면 나는 할 수 없다고 당당히 말하면 된다. 내가 죽으면서 빚을 값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면 된다. 그다음에 다시 제시되는 더 좋은 제안들이 이루어지고 많은 기간 동안에 협상이 이루어진다. 내 인생의 소중한 정서 에너지를 그 협상과정에 사용하지 않고 즐거운 일을 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지혜로운 나의 방식이었다고 나는 지금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 함께 해주고 응원해준 아내가 다시 한번 고맙다. 그리고 나는 40살 이전의 삶과 전혀 다른 공부만을 하는 행복한 6년간의 시간을 가졌고 관광연구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나와 아내는 그 긴 무거운 긴 터널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박사 학위 취득 후, 연구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3년간 연구교수로 연구에 집중하던 시간을 가졌고 그 이후에 한국관광공사 전문위원으로 3년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소위 정규직 교수는 되지 못했지만 많은 논문과 저서, 번역서를 내는 등 나름 전문가로서 열심히 활동을 해왔다. 재정적으로는 과거보다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지만 나를 둘러싼 근무 환경은 나의 정서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있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한 환경을 만들 필요가 절실해졌다.


내가 기쁜 마음으로 내 인생을 살아가지 못한다면 그 돈(사실 많은 돈도 아니지만)이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 관광학 공부를 시작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나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는 약간 추상적인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전문위원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라고 본격적으로 제안했다. 사실 가족 세계여행은 결혼 이후 나와 아내의 오랜 꿈이기도 하였다.


“여행 끝나고 나서는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에 내려가서 살자. 1년 정도 세계 여행을 하고 나면 새로운 우리가 되어 있지 않을까? ”


우리는 해남에 살고 있는 아내 친구 집 옆에 있는 작은 집터를 샀다. 우리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곳에서 아내와 둘이서 새로운 행복한 삶을 다시 시작해보는 꿈을 꾸어 보면서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배낭여행에서 아시아 대륙횡단 캠핑카 여행으로 변경


아내 : “세계여행. 좋아. 그런데 1년 하지 말고 몇 달씩 여행을 다녀오면 어떨까?”

나 : “지금 살고 있는 삶의 기반을 완전히 벗어나 보지 않으면 지금까지 살아오던 방식을 벗어날 수 없을 거야. 완전히 벗어 나와야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 동안 일상에서 벗어나 있어야 할 것 같아.”

아내 : “그럼 어디로 갈까? 그리고 돈은 얼마나 들까?”

나 : “남미를 일주하고 남은 시간에 중미와 북미를 여행하면 1년 정도가 걸릴 것 같아. 그리고 브라질 가는 비행기가 가장 싼 것(그 당시에 중국 북경을 경유하는 중국 항공사의 편도 가격이 50만 원대에 있었음)을 골라서 겨울에 떠나면 한 4천만 원 정도 들지 않을까.”


그래서 남미를 중심으로 세계 여행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아내가 몇 가지 질문을 한다.


아내 : “ 차를 가지고 가면 어때. 서울에서는 필요하지 않지만, 시골에서는 차가 필요하잖아. ”


사실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몇 년 전에 차를 팔았다. 서울에서는 자동차가 그리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주차장이 별도로 있는 집이 아니어서 골목길에 주차를 해야 한다. 이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고 차량 유지에 돈도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여행 후에 국내에 들어와서는 캠핑카를 사서 여행을 하자고 아내에게 제안한 적이 있었다.


나 : “그렇지. 시골에 내려가면 차가 있어야 해. 여행 갔다 와서 사야지.”

아내 : “그럼 차를 미리 사서 그 차를 가지고 가면 비용이 절약되지 않을까?”


가끔 아내의 용감한 상상력이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러한 일이 그중 하나다. 물론 차를 사서 남미로 보낼 수는 있지만 그 비용과 관련 수속 그리고 남미에는 육로로 국경 통과가 불가능한 나라들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현지에서 차를 렌트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나 : “가능은 하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어려운 점들이 많아. 차를 가지고 여행을 하는 현실적인 루트는 아시아 횡단을 하는 거야. 동해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배를 보내서 거기서부터 유럽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거야. 그러면 일 년은 필요하지 않을까?”

아내 : “그럼 캠핑카를 먼저 사서 가지고 가면 비용이 적게 들겠네. 캠핑카를 다시 가지고 오면 차는 남는 거고 그 차로 국내에서 여행을 계속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리하여 우리의 세계 여행은 미주대륙 여행에서 아시아 대륙 횡단과 유럽여행으로 변경되었고 배낭여행 방식의 여행에서 캠핑카 여행으로 변경되었다.


부부 캠핑카 해외여행 손익 계산법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꿈을 꾸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여행. 사람들은 우리에게


“돈이 많은가 봐요”,

“영어를 잘하시나 봐요”,

심지어는 “부부가 일 년 동안 어떻게 같이 여행할 수 있어요”


등등의 질문을 한다.


과연 우리는 돈이 많은가? 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많은 것인가? 누구의 기준에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이지만 국내에서 생활비로 사용하는 2백만 원으로 한 달 해외여행하기라고 생각하면 큰돈은 아닐 수 있다. 다만 그 기간 동안에 돈을 벌지 않고 쓰기만 한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물가가 비싼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물론 노르웨이에서도 2명이 하루 평균 6만 내외의 비용으로 여행이 가능한 것은 바로 캠핑카 덕분이다. 만약에 아무리 값싼 호텔을 이용하였다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아내와 나는 캠핑카 여행은 돈이 많아서 하는 편안한 여행이 아니라 오히려 돈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여행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좋은 여건(?)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행운 중 하나이다. 그러나 돈과 관련해서 캠핑카 세계 장기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돈을 벌지 않는다는 기회비용 때문이지 않을까? 이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본심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니까 여행도 하고 싶고 돈도 벌고 싶고. 이 두 가지를 충족하는 방식이 바로 단기간에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는 여행이다.

유럽 10일 여행을 아무리 싸게 한다고 해도 얼마가 들까? 한 사람 당 2백만 원이 든다고 하면 부부가 30일 유럽 여행하는데 5백만 원내지 6백만 원 정도가 들지 않을까? 그 비용이면 캠핑카로 3달 정도 여행이 가능하다. 경제적으로 생각해보면 여행경비는 당연히 캠핑카 여행이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카 장기 여행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남은 비용 바로 기회비용 때문이다. 그러니 기회비용은 캠핑카 장기 해외여행을 결정하는데 장애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그 기회비용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 또한 존재할 것이다. 나 또한 1년간 쉬고 나면 무엇해서 밥 벌어먹고 살지 하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이 문제는 아내와 많이 논의해본 사안 중 하나이다. 우리 부부가 합의한 것은 바로 지금과 같이 돈을 많이 쓰고 이를 위해서 많이 벌어야 하는 삶을 살지 말자는 것이다. 돈을 조금 쓰고 덜 벌면서 행복할 수 있는 삶. 바로 이러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가지는 것. 이것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적은 돈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이라는 또 다른 삶의 자본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내와 내가 생각하는 다른 방식의 기회비용은 바로 이것이다. 그 힘과 능력이 여행 후에 생겨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우리는 그 꿈을 꾸어 본다.


미래에 대한 불안의 기회비용에 대하여 우리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그 기회비용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당장에 구체적으로 다가와 있는 이익 즉 현재의 구체적인 소득을 나중에 다가올 추상적인 편익(우리에게는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의 확보. 남은 노년의 긴 시간 동안 우리 부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보다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과감하게 현재 우리를 힘들게 하는 울타리를 벗어나기 힘든 것인지 모르지만.


아내와 나는 영어 회화를 아주 능숙하게 하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필요로 하면 의사소통이 가능한 기술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중국인과 한국인이 관광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관광 환경은 한국인이 자동차 여행을 하는데 매우 우호적인 문화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중학교 수준의 영어만 된다면 영어문제로 주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부부가 어떻게 24시간 1년간 같이 지낼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신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노인이 되면 과연 누구와 같이 긴 시간을 살아가게 되는가?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가 부부 아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바로 나의 반쪽 아내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로 소중한 아내 또는 남편을 잘 알고 있는가? 서로 무엇을 같이 하면서 지내고 있는가? 같이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돈 번다는 이유로 아이들 교육시킨다는 이유로 함께 해온 시간은 결코 많지 않다. 직장 동료와 보낸 시간보다도 아내와 함께 보낸 시간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직장 동료와 보내는 시간 투자전략에서 벗어나 이제 소중한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진정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효과적인 투자전략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부부의 연을 맺어 30년 동안 아이들 잘 키우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온 우리에게 작은 선물 하나씩 주어도 되지 않을까?

20180822069.JPG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일 만에 세관 수속을 마친 후 다시 만난 아톰(우리 캠핑카 이름이 아톰이다)

나와 아내를 사랑하는 희망의 마음으로 배에 우리 작은 집을 싣고 동해항을 출발. 그날이 2018년 8월 19일. 이 배에는 우리와 비슷한 꿈을 가지고 떠나는 부부들이 또 있었다. 우리보다 10살 정도 많으신 부부(우리와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함께 여행하셨다)와 제주도에 살고 있는 젊은 부부(이 부부는 4륜 구동차로 중앙아시아를 여행하였다. 터키까지 와서 배로 차를 보내고 귀국하였다.) 이 분들에게도 똑같은 희망이 달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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