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셀프 리모델링 도전기

by 류광민

어떤 캠핑카를 살까?


캠핑카 세계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한 후, 어떤 캠핑카를 사야 하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아내와 캠핑카를 사기로 덜컥 결정했지만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비싼 새 캠핑카를 살 만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일 년 동안 부부가 차 안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너무 작은 캠핑카를 살 수도 없다. 어떠한 환경에서 운행할지 모르기 때문에 차 내구성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모두 비용이다.


많은 고민과 정보검색을 통해 처음에 선택한 것이 5천만 원 내외의 이동식 사무실용 캠핑카였다. 이동식 사무실용 캠핑카를 제작하는 업체의 모델을 꼼꼼히 검색하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업체를 방문하여 제작 상담까지 받았다. 그리고 제작 계약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어떤 블로그에서 '이동식 사무실용 캠핑카가 해외 반출이 안 된다'라고 하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충격적인 내용이다. 분명히 이동식 사무실용 캠핑카가 해외 임시 송출이 되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관련 법률을 직접 확인해 봐야 한다. 관련 법률을 요약하면 해외 반출이 가능한 차량은 크게 3가지 종류로 제한된다. 1) 승합차를 포함한 승용차 2) 오토바이 그리고 3) 화물트럭 중 특수한 법률에 의거하여 허락을 받은 경우에 제한되어 있다. 그러니까 정식 캠핑카로 변경 승인된 차는 1)항에 포함되지만 사무실용 캠핑카는 3가지 항목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세관에서 차량 등록증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이동식 사무실 캠핑카 제작 계약 바로 직전에 이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하지. 며칠 동안 멘붕 상태가 되었다. 원래 계획대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하는 수 없다.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었는데 말이다. 정식 캠핑카로 알아보기로 했다. 사실 유럽의 캠핑카에 비해 국내 캠핑카 가격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독일의 중고 캠핑카를 구매하는 방안을 포함하여 국내 중고 캠핑카까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독일에서 차를 구매하는 것은 현지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해서 포기. 결국 국내 중고 캠핑카로 눈을 돌려야 했다.


국내에서 제작하여 시판되고 있는 캠핑카로 구조 변경이 이루어진 1-2년 내의 새 캠핑카는 대부분 8천만 원 정도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예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하는 수 없이 가격이 더 낮은 중고 캠핑카로 급 변경. 우리 눈에 갑자기 들어온 문제의 차가 나타났다. 15년 되었지만 주행거리는 9만 km가 안 되는 차. 중매상에 있는 차를 가서 보니 실내 내부를 개조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름 깔끔한 상태였다. 차 가격도 이동식 사무실용 캠핑카보다 저렴한 수준이었다. 15년이 된 차라는 것이 마음에 거슬렸지만 조금 손을 더 보면 될 것 같았다. 이 차 이름은 아톰.

중매상을 방문한 첫날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현장에서 그 차로 계약하고 한 달 후 인수하기로 하였다. 한 달 후 잔금을 치르고 캠핑카로 구조 변경되었음이 분명하게 인쇄된 차량등록증과 차키를 넘겨받았다. 이러한 용기도 캠핑카라는 차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캠핑카를 잘 알았으면 사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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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키를 인수받고 마주한 아톰(아톰은 캠핑카 이름). 외부는 물론 실내도 깨끗하고 계기판의 주행거리도 9만km가 안되어 있다.


문제 투성이 캠핑카


"비록 아톰 나이가 많지만 주행거리가 9만이 안되었으니 큰 문제가 없겠지!"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차를 인수했다. 그러나 우리는 캠핑카가 차에 하나의 집이 달린 특수한 물건이라는 점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었다. 오래된 가구를 제거하고 새롭게 내부 개조를 하면서 오히려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캠핑카 문외한이었던 우리 눈에는 그러한 점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출발을 5개월 정도 앞두고 차를 인수한 것은 결과적으로 천만다행이었다. 캠핑카를 인수한 날부터 발견되기 시작한 캠핑카의 많은 문제를 하나하나 고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차를 인수받았을 때에만 해도 아직까지 돈 버는 일을 하던 중이라 본격적으로 캠핑카 여행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집에서 시외로 덩치가 큰 캠핑카를 몰고 나가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꽤 기름도 많이 들어서 자주 몰고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한두 번 캠핑을 나가다 보면 차량 내부에서 추가로 필요한 점이나 차를 개조하면서 발생한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다.


거실의 탁자가 너무 좁게 설치되어 있는 점과 동시에 하단 침대를 만드는데 통로 부분에 받침이 없어서 정상적으로 침대를 펼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상단 침대 매트리스가 수납장에 걸려서 침대가 완전하게 펴지지 않는다는 점. 전기 부분에서는 주행 중 충전기도 없고 12 볼트 직류 전원(국내 캠핑카 대부분은 내부 전원이 직류 12 볼트로 되어 있음. 대형차로 개조를 하는 경우에는 24 볼트로 되는 경우도 있음)을 220 볼트 교류 전원으로 바꾸어주는 인버터가 없다는 점. 인버터는 노트북을 사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장비이다.


차 내부 전기 계기판에 관련 스위치가 달려 있어서 지나가는 말로 직원에게 “인버터도 있네요.” 하였는데 나중에 다시 물어보니 자기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녹음한 것도 아니고. 구매계약서 체결 전에 정말로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어야 했다. 그 직원은 우리에게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인버터를 주고는 관련 업체에 가서 직접 설치하라고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캠핑카에서의 전기 작업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배선이 전부 차량 가구 내부 속으로 연결되어 있고 표준화된 작업이 아니라 어떤 선이 어떤 선인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선이 없으면 가구 속으로 다시 설치해야 하는 등의 작업이 매우 번거롭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설치비용도 꽤 들어간다. 그러니 사전에 필요로 하는 사항은 설치를 요청하거나 아니면 차 가격에서 그 비용만큼 제외하고 가격 협상을 하든지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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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침대가 완전하게 펴지지 않고, 테이블 폭이 너무 좁으며, 하단 침대 받침대가 없는 점 등이 차례로 발견되었다.


장기 캠핑카 여행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 중 하나가 차 안에서 사용하게 될 물과 에너지와 관련된 사항이다. 차에 오수 통과 배수구가 연결되어 있지 않음이 발견되었다. 중매상에게 항의했더니 수리를 했던 업체의 말을 전하는데 그냥 오수를 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아니 오수통을 만드는 이유가 왜 있을까? 국내 캠핑카를 수리하는 업체의 인식 수준이 이러한 수준이라면 캠핑카 업체의 미래는 어둡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문제는 해외여행을 할 때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중매상에 부탁을 해서 힘들게 연결을 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문제가 가스레인지이다. 이동식 사무실 캠핑카에는 가스레인지를 부착할 수 없지만 정식 캠핑카에는 가스레인지를 부착시킬 수 있다. 처음부터 가스레인지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중매상과 협의를 하여 가스레인지는 설치한 상태로 인수받았다. 우리가 인수받았을 때 나오던 가스가 실제로 사용하려고 하니 가스가 나오지 않는다. 가스가 다 사용된 것 같다는 거래상 직원의 말에 따라 힘들게 가스 충전소를 찾아갔더니 가스통 불량이란다. 가스는 많이 있다네. 아이고.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그러던 중 '가스가 들어있는 가스통은 해외 반출이 안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빈 가스통을 해외에 가져가서 충전하면 되지만 국내 가스통 주입구와 해외의 주입구가 맞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가스 충전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정보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방법은 부르스터라고 하는 부탄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것. 러시아에서도 쉽게 부탄가스 캔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였다. 그리하여 결국 가스레인지 위에 2구짜리 부르스터를 설치하였다.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나무를 가스레인지 크기에 맞게 주문하고 내부 가구 색깔에 가까운 색의 오일로 표면처리를 하여 설치하였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문제없이 사용했다. 그리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유럽에서도 부탄가스캔을 구입할 수 있었다.



어려울 때 은인을 만나게 된다


다시 전기문제로 돌아가 보자. 차 지붕에 100와트짜리 태양열 전지판 2개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오래되어 성능도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그 자체로 충분한 전기를 공급받기 어렵다. 특히 겨울이 되면 태양고도도 낮아지고 해가 떠 있는 시간도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정말로 보조수단일 뿐이다. 그렇다고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히 훨씬 좋다. 그래서 추가로 설치한 것이 주행 충전기이다. 주행 중 남는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해 주는 장치이다.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중에는 하루 주행거리가 300km 이상 되기 때문에 하루에 필요로 하는 충분한 전기가 충전된다.


그러나 단거리를 주행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에는 전기가 부족해질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단은 최대한 전기 사용을 줄여야 하고 발전기를 가져가는 등의 모든 방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우리 차에는 250와트 산업용 배터리 2개가 달려 있다. 인산철 배터리로 교체하려고 했으나,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내부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외부 전원 공급을 자주 받던가 아니면 주행 중 충전기나 발전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리도 발전기를 가져갈 까 고민하다가 발전기를 실을 공간도 없고 해서 전기를 아껴 쓰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무대뽀(?)로 결정했다. 다행인 것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발전기 도움 없이 여행하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외부 전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캠핑장이나 숙소에서 충전하면 된다. 그러나 캠핑장이나 숙소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비용이다.


차 안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기기구는 냉장고이다. 내부 전등은 LED 전구이어서 1개당 0.2와트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냉장고는 모터가 돌아가기 때문에 전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소모한다. 외부 전원으로 100퍼센트 충전시킨 경우에는 냉장고를 킨 상태로 3일 정도 정상작동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는 제거하기로 했다.


인버터와 주행 충전기를 달기 위해 우연한 소개로 찾아간 이천의 조그만 공장에서 1박 2일간의 대수술이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몇 시간 안에 끝나리라고 생각했지만 공장에서 하루 밤을 보내야만 했다. 왜냐하면 인버터를 달기 위해서 열어본 전기박스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하부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할 말이 없었다. 국내에서는 비포장도로가 거의 없지만 러시아나 다른 나라를 여행할 경우에는 비포장도로를 자주 만나곤 한다. 이러할 경우에 엄청난 먼지가 차 내부로 다 들어오게 되어 전기 박스를 오염시키고 바닥에서 혹시나 튀어 오를 물들이 전기박스에 들어가면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점에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배터리 연결 부분들이 집게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면 외부 충격으로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은인이 되어준 사장님이 이러한 점들을 모두 발견하여 배터리가 움직이지 않게 다시 설치했다. 그리고 연결부분도 모두 볼트로 다시 연결하고 테이프로 연결해 놓았던 전선 연결 부분을 하나하나 모두 찾아 납땜 연결 작업을 하였다. 그래야 차가 움직일 때 발생하는 충격에도 전선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

꼼꼼하게 차 내부 전기 문제를 점검해 나가던 중 냉장고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최종 확인되었다. 그래서 상표도 없는 중국산 직류 냉장고를 한국산 직류 냉장고로 대체하였다. 직류 냉장고를 처음 접해본 우리는 사장님이 아니었으면 고장이 난 줄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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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설치된 국산 직류냉장고, 새롭게 설치된 인버터와 무시동히터 배기구, 밧데리 연결부분이 볼트로 단단하게 조여져 있다.

실내 온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무시동 히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공기 흡입구를 차 운전석 방향에서 캠핑카 박스 내부 쪽으로 변경(이를 통해서 무시동 히터로 유입되는 공기를 차가운 운전석이 아닌 따뜻한 내부 쪽으로 변경시켜서 짧은 시간 동안 가동을 해도 되도록)하는 것까지 신경 써 주셨다.


인버터 달기 위해 방문했던 공장에서 주행 충전기와 냉장고 교체까지 1박 2일의 긴 시간을 보냈다. 사장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의 캠핑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 당시에 사장님이 우리에게 하신 말이 있는데 "여행 중에 어려움을 만나면 항상 은인을 만나게 된다"고. 실제로 여행 중에 여러 명의 은인을 만나게 되었고 사장님은 우리의 첫 번째 은인이었다. 생각지 못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아톰이 정말로 괜찮은 캠핑카로 변모하는 순간이었기에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 감사했다.



낭만이 아닌 생활공간으로


캠핑카는 자동차 기능과 이동형 주거 공간의 기능을 함께 가진 특수한 기계이다. 대부분 캠핑카를 낭만스럽게 바라본다. 그 이유는 캠핑카는 생활공간이라기보다는 잠깐 야외에 나가서 낭만을 즐기는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우리에게 캠핑카는 앞으로 1년 동안 아내와 내가 거의 24시간을 먹고 자고 해야 하는 좁은 생활공간이다. 그러므로 공간 이용이 낭만이 아닌 생활공간으로서 매우 효율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캠핑카 내부를 살펴보니 거의 다 보완해야만 하는 공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양념통들은 어떻게 수납하지?

작은 생활소품들은 어떻게 놓고 사용해야 할까?

요리하는 공간은 충분한가?

신발은 어디에 벗어 놓아야 하지?

입었던 옷은 어디에 걸어야 하나?

빨래는 어디에 보관해야 하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는 있나?

어디에서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지?

슈퍼에서 사 온 물건들은 어디에 보관하지?" 기타 등등


이러한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업체에게 의뢰를 해야 하나? 그러나 업체를 찾기도 어렵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특수한 상황에 맞도록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곳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 우리 집 리모델링한다고 생각하고 직접 해보자.

한번 해보면 되겠지. 우리 집 도배나 바닥 교체도 다 내가 했는데 말이야"


낭만의 공간을 일상적인 생활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무모한 프로젝트가 2018년 7월과 8월의 뜨거운 태양 속에서 한 달가량 이어졌다.


새롭게 탄생한 새로운 부엌과 거실

우선 식사 준비를 위해 필요로 하는 도구와 재료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위치에 수납할 수 있는 수납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단기간 여행이라면 특수 제작된 양념통 박스에 넣어 다니다 꺼내어 사용하면 되지만 장기 여행인 경우에는 집에서 처럼 수납공간에서 편하게 꺼내어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야 했다. 이 외에도 생활을 하다 보면 많이 사용하게 되는 작은 물건들이 있다. 안경, 필기도구, 손톱 깎기 등등. 이러한 물건들을 손쉽게 사용하고 놓을 수 있는 수납공간도 필요하다. 가구를 제작해본 적도 없는 우리로서는 가구를 만들어 부착하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기성품 중에서 사용 가능한 물건들을 찾기로 했다.


일단 부엌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들은 싱크대와 연결된 화장실 벽면과 싱크대 밑 수납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하고 부착 가능한 수납도구를 다이소를 뒤져서 찾아내었다. 개당 2천 원의 저렴한 가격에 6개(한 개당 3칸씩이 있음)를 사서 벽에 붙이고 칸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양념통들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조금 무거운 것들은 싱크대 밑에 철로 된 수납 칸을 붙여서 그곳에 보관하였다.


조리 공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어서 냉장고와 뒷문 사이에 접이식 조리대를 제작하여 추가로 설치하였다. 제단 된 삼나무를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표면은 가구 색과 유사한 것으로 오일 처리를 하였다. 접이식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접으면 뒷문으로 출입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요리할 때에는 “ㄱ”자형 주방이 되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추가로 설치만 한 것이 아니라 과감히 없애고 새롭게 용도를 변경한 공간도 있다. 냉장고 위 상판에 설치되어 있던 전자레인지를 빼 내고 비워두었다. 전자레인지 사용 빈도가 높지 않을뿐더러 한번 사용에 상당한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민 끝에 제거하였다. 물론 외부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경우에는 효율적인 도구일 수 있다. 그렇게 생긴 빈 공간에 접시 등을 놓을 수 있는 접시 꽂이대와 수저통(이 또한 다이소에서 구입)을 찍찍이 테이프를 이용하여 부착하였다. 생각보다 부착력이 우수하다.


차를 인수했을 때에는 차 한잔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다. 가끔 주말여행을 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1년 동안 24시간을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작은 테이블이었다. 그래서 이 테이블을 걷어내고 접이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크게 제작하여 다시 설치하였다. 이 테이블에서 4명 정도 함께 식사도 하고 간단한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탁자 윗면과 아래 면 사이에 높이가 매우 작은 수납 칸을 만들었다. 이 비밀 수납공간은 현금이나 노트북과 같은 귀중품을 보관할 때에도 유용하다. 장기 여행을 하는 경우에 단기적으로 여유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현금을 보관하는 비밀창고가 하나 정도 있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테이블 쪽 상부장 밑에 길고 작은 수납공간을 추가 설치하였다. 이 공간에는 매우 작은 소품들(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지만 마땅히 보관하기 어려운 것들)을 보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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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를 제거한 곳에 설치한 접시꽂이대, 가스레인지 위에 설치한 부르스터, 넓게 재탄생한 탁자, 냉장고 옆면에 설치한 접이식 조리대(오일처리 전)


숨은 공간을 찾아라!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신발도 여러 켤레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 신발들을 어디에 보관해야 하는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캠핑카에 사용 가능한 신발 걸이가 판매되고 있었다. 이 신발 걸이는 주로 뒷문 쪽에 설치하는데 이곳에 접이식 조리대를 설치했으니 우리는 불가능하고 식사 준비 장소와 너무 가까워 위생적이지 않을 것 같아서 포기. 대신에 운전석 뒤와 차량 사이에 남은 공간이 있는 곳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이곳에 각목으로 사각 틀을 만든 후 위에 나무 상판을 올렸다. 나무 상판 밑에는 신발을 넣고 위에는 다른 물건을 수납할 수 있게 되었다. 주로 비상용 자바라 물통(20리터짜리)을 넣어두고 남은 공간에는 식수로 구입하는 물병, 화장지 등을 넣어두는 곳으로 사용하였다.

운전대 조수석 뒤편에도 여유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 밑에는 차량 공구용품을 넣어두는 박스를 밑에 깔았다. 그리고 나면 위에 평편한 공간이 생기는데 이곳에도 여러 가지 물건이나 빨래 등을 넣어둘 수가 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하나 남아있다. 바로 옷걸이이다. 여름철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겨울철에는 많은 옷을 입고 다니게 된다. 그러면 외투 등을 벗어서 걸어둘 공간이 필요했다. 옷걸이를 만들기 위해서 캠핑카 안과 운전석 사이의 공간과 차량 앞 상단 침대 밑에 1미터 정도의 철봉을 하나씩 연결했다. 주행 중일 때에는 뒤쪽에 옷을 걸고 정박 중일 때에는 운전석 앞에 옷을 걸어두었다. 그리고 외부 시선을 조절하기 위해 커튼을 설치하였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이다. 우리가 구입한 차는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로 구조가 변경되어서 화장실 공간이 꽤 넓게 되어 있었다. 한 여름이 아니고서는 실내에서 샤워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식 화장실로 바꾸기로 하였다. 바닥에 삼나무 판을 깔고 그 위에 휴대용 변기와 야채 박스 등을 올려놓고 바닥에는 천 매트리스를 깔았다. 천정에 샤워를 할 수 있도록 원형 레일을 부착하고 샤워 커튼을 달았지만 여행 중에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런데 거울이 없다. 그래서 찾아낸 공간. 화장실 문. 그 안쪽에 플라스틱 거울을 부착했다. 유리거울은 무겁기도 하고 깨질 수도 있다. 문을 열 때마다 실내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까지. 화장실에 사용하는 칫솔 걸이 등도 부착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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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뒤면에 사각틀 위에 상판을 놓았다. 운전석 연결 부분에 철봉을 설치하여 커튼을 설치하고 옷걸이로 사용하였다. 화장실 바닥에 나무판을 깔고 이동식 변기를 설치하였다.


한 달간의 뜨거운 여름 햇살만큼 캠핑카 내부 공간을 낭만이 아닌 생활공간으로 바꾸는 뜨겁고 설레었던 첫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처음 해보는 도전이었지만 나와 아내가 일 년간 살아가야 할 작은 집 하나를 새롭게 지었고 성공했다는 뿌듯함에 너무나 기뻤다. 이제 결혼한 지 29년이 지나 제2의 신혼여행을 떠나기만 하면 된다. 예쁜 수저세트와 접시, 분홍꽃무늬 테이블 보, 산뜻한 침구와 쿠션들까지 우리 둘만의 신혼여행 분위기를 한껏 내보았다.


새로운 결정과 도전에는 많은 역경도 있지만, 항상 우리는 슬기롭게 극복해왔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우리의 신혼여행 집 아톰을 데리고 일 년간 세계여행의 첫 목적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가기 위해 2018년 8월 19일, 동해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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