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퍼즐 맞추기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68 - 이탈리아 폼페이

by 류광민

이게 웬 횡재!

로마의 3박 4일 일정을 마치고 아침 일찍 로마 남쪽에 있는 폼페이로 향한다. 로마 시내를 벗어나자 서리가 하얗게 내린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우리는 캠핑카 여행을 하면서 유럽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면 항상 어떤 시설이 있는가를 탐색하는 습관이 생겼다. 가끔 샤워실이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샤워를 했었다.

그런데 오늘 휴게소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무료 샤워실을 발견했다. 아무리 바빠도 이런 횡재를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나와 아내는 당연히 샤워를 했다. 늦은 아침까지 먹고 샤워까지 하느라 폼페이에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다.

IMG_0457.jpg 기대하지 못한 선물을 준 휴게소

급한 일이 있어요!

폼페이 유적지를 방문하는 일보다 먼저 해야 할 급한 일이 있다. 지난 일주일 가량 보급하지 못한 식료품을 구해야 한다. 여행 중 필수품이 되어버린 감자, 당근, 양파, 고기 등을 보급받아야 한다. 그래서 안전한 주차도 할 겸 먼저 폼페이 유적지 인근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를 찾았다.

캠핑카 여행할 때, 도심에서 가장 안전한 무료 주차장은 쇼핑센터이다. 나라에 따라 시간제한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특히 영국이 그렇다. 그러나 이곳은 시간제한이 없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후 늦은 점심을 하고 나니 2시 반이 넘어가고 있다. 서둘러야 한다. 5시가 되면 해가 지기 시작한다. 쇼핑센터에서 폼페이 유적지까지는 걸어서 20여분. 차는 이곳에 주차시켜 놓고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이 혼잡하지만 구글이 안내를 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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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쇼핑센터에서 품페이 유적지로 걸어 가는 길 풍경

영화 세트 장 같은 폼페이 유적지

폼페이는 서기 79년에 폼페이 인근에 있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매몰된 유적지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돌로 포장된 도로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집들 중 상당수는 다양한 물건들을 사고팔았을 상점들로 보였다. 어떤 가계에는 일정한 크기의 구멍이 파진 탁자도 보인다. 아마 무언가를 크기별로 구분해 놓기 위한 것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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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로 들어가는 입구와 돌로 포장이 되어 있는 골목길, 다양한 크기의 구멍이 나 있는 상점 가계의 탁자 유물

그리고 작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상점보다 훨씬 넓은 면적과 정원이 있는 고급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보존이 잘되어 있는 저택에는 바닥이 타일로 장식되어 있고 여러 개의 방들이 다양한 용도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그 저택들 대부분은 아담한 정원을 가지고 있다. 고대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현실에 그대로 있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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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들의 복장을 하고 나타나면 영화의 셋트장과 같은 분위기이다. 벽면에 회칠만 하면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풍요와 환락의 계획도시 폼페이

목욕탕으로 사용되었던 대형 건물 그리고 관광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사창가 건물도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사창가 건물은 의외로 작았고 그 안에 고정식으로 설치되어 있는 침대도 작다. 그 당시에 사람들 키가 매우 작았나 보다.

그 건물 옆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공중목욕탕이 있다. 아마 이 당시에도 도시 계획이 있었나 보다. 분명하게 주택가와 상업지가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공중목욕탕이 여러 가지 방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당시에 제공했던 목욕 서비스가 다양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폼페이는 지금으로 치면 대형 온천 리조트 기능과 상업 기능이 함께 있는 그런 유형의 도시였다. 이런 시설을 통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해변가에 있었던 폼페이는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꽤 많은 인구가 거주하던 유명한 상업 도시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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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창가로 알려진 건물 내부의 그림(그 당시의 성 문화를 볼 수 있다)과 침대가 있는 방과 대형 공중 목욕탕

중요 유적지라고 하는 곳에는 관리인이 배치되어 있다. 빨리 걸어 다녔는데도 아직 원형경기장에도 도착하지 못했다. 그런데 주요 유적 방문지가 문을 닫기 시작한다. 좀 규모가 있는 정원에 들어가려는데 아저씨 한분이 나가란다. 문을 닫아야 한다고. 시계를 보니 4시 30분이 넘었다. 이제 박물관 전체가 문을 닫아야 하는가 보다. 왔던 길 방향으로 서둘러 돌아가 본다. 이 와중에도 아내와 내가 궁금한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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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페이 끝자락에 있는 원형경기장과 해가 넘어가는 풍경

돌로 포장된 도로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폼페이는 도로가 모두 돌로 포장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2천여 전에 도시 전체 도로가 돌로 포장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건물들은 모두 도로보다 꽤 높게 배치되어 있다. 도로와 건물 사이에도 사람이 충분히 다닐만한 정도의 여유가 있다.

그리고 도로에 길게 패인 두 줄의 흔적이 있다. 간혹 도로 한가운데 돌기둥도 박혀 있다. 궁금해진다. 이 두 줄의 흔적이 왜 생긴 것인가 하는 것과 이 도로가 어떠한 용도이었을까 하는 것이다. 수로로 사용된 도로는 아닐까? 아니면 지금의 자동차 도로처럼 수레만 다닌 도로는 아니었을까? 그리고 지금 보인 흔적은 수레가 다녀서 생긴 흔적은 아닐까? 그렇게 단정하기에는 조금 어색한 곳이 있다. 어디에는 고르게 패인 곳도 있고 어떤 곳은 불규칙하게 패인 곳도 있기 때문이다. 포장할 때부터 파 놓은 것인지 아니면 포장 후에 파진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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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포장된 도로 바닥을 보면 가늘게 파여진 홈이 길게 나 있다. 수레가 많이 다녀서 생긴 것으로 생각해 본다. 길 중간에 징검다리도 있다. 그 용도가 궁금해진다.

이 궁금증들을 풀지 못하고 폼페이 유적지를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서쪽 하늘 해가 폼페이 유적지를 길게 비추고 있다. 고대 시대의 역사 퍼즐을 맞추어보는 놀이를 시작하다 그만둔 게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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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페이 유적지에서 만나는 광장과 열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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