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70 - 이탈리아 바리
8월 중순에 캠핑카를 몰고 한국을 떠나고 나서 지금 12월 2일 이탈리아 남부 항구도시 바리. 상대적으로 따뜻한 이탈리아 남부 해안가이지만 이곳도 겨울은 겨울이다. 겨울이 되면서 차 안에서 물방울이 맺히고 있다. 차 안 온도와 차 밖 온도 차이가 크게 나면서 생기는 일종의 결로 현상이다. 날씨가 추우니 환기는 상대적으로 덜하게 되고 실내에서 조리하는 시간은 늘어나니 실내에 습기가 높아진다. 이 현상 때문에 캠핑카 안의 벽지 일부에 곰팡이가 생겼다. 다행히 곰팡이는 로마에서 산 곰팡이 제거제로 깨끗하게 처리했지만 아직 습기를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새벽이 되면 차 뒷문과 벽에 송골송골 물방울이 맺혀있고 심한 경우에는 천정에서 물이 떨어지기도 한다. 단열재로 로마에서 산 재료가 너무 딱딱해서 벽에 붙일 수가 없었다. 바리에서 산 재료는 부드럽고 두께도 적당하다. 우선 시범으로 벙커 쪽 벽면에 붙였다. 결과는 대 성공. 벽지에 물기가 생기기 않는다.
터보와 휴즈는 유럽제로, 차 하부 고무패킹은 러시아제로 무장한 아톰이 이제는 벽지 일부를 이탈리아제로 무장했다. 점점 세계화된 차로 변신하고 있다. 며칠 후에 차 뒷문 쪽에도 마저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제 차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다.
혹시 캠핑카로 장기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준비하고 계시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소프트한 스티커형 단열재를 준비해가지고 오면 좋을 듯하다. 사실 환풍기로 강제 배기를 자주 해주면 큰 문제는 없다.
사실 바리에 오기 전부터 나는 운전이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4달가량 매일 나 혼자 운전을 해왔고 오스트리아부터는 호텔 숙박과 같은 제대로 된 휴식을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바리에서 인근 지역 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오자고 아내에게 제안했었다. 그 핑계로 바리, 마테라, 알베로벨로를 주행하려면 300km 정도 달려야 해서 차에 무리도 가고 비용도 꽤 드니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자고 했다. 이탈리아 기름값이 북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꽤 비싼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내 속마음은 잠깐 운전을 쉬어야겠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 아내가 보다폰 매장 앞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 마테라와 알베로벨로 두 군데를 차를 가지고 가자고 한다. 바리에서 잠깐 쉰 2일간의 휴식으로 몸이 조금 회복된 상태인지라 흔쾌히 ‘그럼 그래’라고 대답했다.
아내가 원하는 일이라 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가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그리스로 가는 배를 타는 날까지 여유가 있으니 충분한 일정이다. 그리고 나는 아내와 일정에 대해 충분히 합의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저녁에 어렵게 구해온 삼겹살을 너무나 행복하게 구워 먹었다. 나의 온 정성을 들여 노릇노릇하게 구워 낸 삼겹살. 얼마나 행복한 저녁인가. 몇 달 만에 먹은 삼겹살인데. 그것도 와인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그 행복은 짧았다.
행복한 마음으로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다정하게 탁자에 마주 앉았다. 그런데 아내가 내일 바리 날씨가 안 좋으니 마테라에 기차로 다녀오자고 한다. 날씨는 그렇다고 치고 아까 낮에 차로 다녀오자고 했잖은가. 내가 퉁명한 소리로 말했나 보다. 아내가 화를 낸다.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말해본다.
“아니 차로 간다고 했잖아.”
“아니 자기가 두 군데 다 가면 300km 정도 된다고 해서 차로 안 간다고 했잖아.”
아니 이 무슨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인가!
내 이야기를 언제까지만 들은 것인지 모르겠다. 자기야 다시 정리해보자.
“아톰 데리고 내일 아침 일찍 마테라 가고 그다음 날 일베로벨로 간다. 알았지. O.K. ”
30년을 살아온 부부가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24시간 같이 있는데 서로 외계어를 하고 있나 보다.
그게 부부 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