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보물의 발견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71 - 이탈리아 마테라

by 류광민

마테라를 소개합니다!

마테라는 바리에서 남쪽으로 7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바리에서 마테라 가는 길은 확장되고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톰으로는 1시간이 넘게 걸린다. 기차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최근에 이탈리아 남부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어가는 느낌의 마테라는 이교도의 박해를 피해 이주한 수도사들이 바위산에 굴을 파고 생활했던 곳이란다. 해발고도가 400m 정도 되니까 꽤 높은 산 위에 있는 샘이다. 마치 그리스의 메테오라와 사연이 비슷하다.

마테라 유적지구(Sassi de matera, 사시는 동굴 주거지를 말한다) 가운데에는 깊은 협곡이 흐른다. 그 협곡을 사이에 두고 마테라 시 쪽에는 성당과 바위 동굴 거주지와 이와 함께 중세 시대에 형성된 거주지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마치 터키의 마케도 키아 같은 분위기도 나고 선사시대에 와 있는 분위기도 나는 매우 이색적인 곳이다. 지금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굴은 거의 없지만 그 시대 분위기는 그대로 남아있다. 협곡 반대편에는 마테라 유적지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곳곳에 과거 동굴 주거지들이 흩어져 옛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망대까지 차로 갈 수 있고 유적지구와 전망대를 왔다 갔다 하는 셔틀이 운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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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라 협곡과 동굴 유적. 그리스 메테오라는 바위 산 위에 수도사가 거주하던 곳이다. 두 지역의 이름도 비슷하다.

노인들과 함께

아톰을 마테라 유적지 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무료 공용주차장에 주차를 시킨다. 대부분의 차는 안에 들어가기 힘들기 때문에 관광버스 관광객들은 입구에 내려서 걸어 들어간다. 오늘이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많다. 그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이 분들과 함께 속도를 맞추어 걸어가 본다.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화려한 상가를 지나면 마테라 성당이 나온다. 이제 이탈리아에서 너무나 많은 성당을 보았기에 큰 감흥이 없다. 오히려 성당 앞에 세워진 이상한 조각품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내도 여기에서 한 컷. 여기까지는 일반 중세도시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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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로 붐비는 쇼핑거리와 마테라 성당과 앞의 조형물

그러나 협곡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면 아 이게 마테라구나 하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바위를 뚫고 만든 작은 대문부터 바위 위에 지어진 작은 집들과 지금 운영되고 있는 소박한 호텔들. 골목골목을 탐색하고 다니는 관광객들이 매우 이색적인 풍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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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라 전경과 옛날 건물을 활용한 작은 호텔

이 마테라를 잘 보기 위해 명당자리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는 그중의 한 성당(San Pietro Caveoso 성당) 앞 광장으로 가본다. 큰 차들도 다닐 수 있는 도로 끝의 절벽 위에 매우 단정한 모습으로 서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성당이 아니라 바로 이 성당 앞의 광장에서 바로 보는 마테라일 것이다. 협곡도 잘 보이고 마테라도 잘 보인다. 이 성당 뒤에는 바위를 뚫어 만든 성당이 있어 과거 이곳의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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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Pietro Caveoso 성당 앞에서의 풍경

그리고 성 Pietro Caveoso 성당에 붙어 있는 아치형 문으로 들어가면 과거 동굴 주거지를 활용한 박물관이 있다. 그 위로 난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 본다. 넓은 바위가 나온다. 이곳에서 쉬어 가보자.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도 많지 않아 혼잡하지 않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랜 오래간만에 목적지에 아침 일찍 온 날이다. 정박지를 찾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편안하게 오전 햇살을 즐겨본다. 12월인데도 따뜻한 느낌이다. 바위에 피어있는 노란 꽃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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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라 동굴 거주지 박물관과 주변 풍경들

화장실에 샤워실이 있네요!

이쁜 게스트 하우스와 호텔들이 있는 골목을 지나 마테라 성당이 있는 광장 쪽으로 나와 본다. 광장에 화장실이 있다. 마테라에는 무료 화장실이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 일도 볼 겸 들어가 본다. 아내가 갑자기 나에게 말한다. 이곳에 샤워실이 있다고. 사용료는 2유로. 문제는 화장실 영업시간이다. 바리에서 처럼 이곳도 점심시간에 길게 쉰단다. 샤워를 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가지고 와야 하는데 그럼 점심시간이 된다. 오후 2시가 넘어와야 한다는 결론. 참 어이없는 상황이다. 매우 아쉽지만 포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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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걷다보면 중세시대에서 현대로 이어진다.

노신사가 말을 걸어오네요!

그냥 돌아가기에는 섭섭해 다른 골목길로 들어가 본다. 레스토랑이 많이 있는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니 조용한 거리가 나온다. 그 골목길에 매우 작은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아담한 교회가 옷을 잘 차려입고 있는 정숙한 신사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아내와 나는 큰 교회보다는 이렇게 작은 교회가 마음에 든다. 한참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노 신사분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영어 할 줄 알아요.”

“할 줄 알아요.”

“이 교회가 마테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이에요.”

아주 뿌듯한 표정의 얼굴로 말씀하시고는 웃으며 가신다.

저 노신사는 어떤 마음으로 우리에게 이 교회를 자랑했을까? 이 작은 교회가 비록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는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이분에게는 마테라의 소중한 보물이었을까? 우리에게도 이 작은 교회가 마테라 대성당보다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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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로 붐비는 골목을 나오면 만날 수 있는 작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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