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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69 - 이탈리아 바리 가는 길

by 류광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정박하게 된 이유는?

폼페이를 떠나 다음으로 가려는 목적지는 바리이다. 폼페이는 이탈리아 반도 서쪽 해안가에 있고 바리는 동쪽 아드리안 해안에 있는 항구 도시이다. 폼페이에서 바리까지는 300km 정도로 꽤 먼 거리이다. 이탈리아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장거리 주행을 해야 한다. 캠핑카 아톰의 속도로는 4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이다. 중간에 휴식까지 생각하면 이보다 더 걸릴지도 모른다.

폼페이 유적지를 나와 쇼핑센터에 주차해 놓은 아톰에게로 돌아오니 5시가 조금 넘었다. 벌써 컴컴한 밤이 되었다. 그러니 오늘 밤은 폼페이 근처에서 자고 내일 떠나야 한다. 그러나 밤 운전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덩치가 큰 캠핑카를 몰고 어둠 속을 헤매는 상황은 생각하기 싫다.

로마를 떠나기 전에 준비한 계획은 폼페이 여행을 마치고 해가 떠 있는 오후에 인근 해변가에서 하루 쉬고 바리로 떠날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늘 정박지 후보지로 찾아 놓은 곳은 바리 가는 방향이 아니라 반대 방향이고 좁은 길을 찾아 들어가야 하는 해안가이다. 그러나 해가 넘어간 지금 그곳까지 찾아가는데 한 시간 가량 시간을 더 쓰는 것도 문제이지만 벌써 어두운 밤이 되어 좁은 길을 찾아다니는 것은 더 무리이다. 지금까지 정박지 찾는 문제로 크게 고생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곳을 정박지로 정하기로 했다. 바로 그곳은 고속도로 휴게소. 다행히 이탈리아 고속도로에는 크고 작은 휴게소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정박을 한번 해보자는 것. 아내도 흔쾌히 O.K.


휴게소 정박도 생각보다 괜찮네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는 것이라 밤에 시끄러워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지만 위험한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다. 화장실도 편하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도 있다. 기름을 충분히 넣은 뒤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밤길 고속도로에서 기름이 떨어지면 큰일이다. 다행히 30여분 지나고 나니 작은 휴게소가 나타난다. 아톰을 주차장 가운데 당당히 세운다.

가끔 식당을 이용하는 차들이 드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차량이 줄어들고 고속도로에서 들려오는 소음도 점차 줄어든다. 차 안에서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로마를 떠날 때 보았던 서리는 보이지 않는다. 날씨도 따뜻하다니 정말 다행이다.

바리로 가는 이유는?

폼페이 인근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아침 일찍 떠난 아톰은 남쪽 해안가 도시인 살레르노 방향으로 가다가 다시 북상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살레르노에서 아말피로 들어가는 해안도로와 만난다. 잠깐이지만 지나온 해안도로는 그야말로 절벽 위에 있다.

살레르노 해안가 절벽 위 도로와 주변 풍경들

아말피로 가려면 이 절벽 해안도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주변 풍경은 너무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서는 위험이 따른다. 한편으로 아말피 해안에 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따뜻한 날씨에는 정말 가볼만한 곳일지도 모른다는 후회도 든다. 그 이후로 아톰은 큰 무리 없는 도로를 따라 바리에 무사히 도착했다.

바리에 가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곳에서 그리스 파트라스로 넘어가는 배를 타는 것이다. 그리고 바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인근에 있는 마테라와 알벨라벨로를 다녀오려고 하는 것이다. 배를 타기까지 5일 정도 남았으니 여유 있게 출국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때문에 1유로를

바리 정박 후보지는 해안가에 있는 공용 주차장이다. 도착해서 보니 하루에 15유로나 한다. 그런데 바로 길 건너 빈 공터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주차를 한다. 관리시스템은 없다.

오늘 할 일은 바리 중앙역에서 마테라와 알벨라벨로에 가는 기차 시간표를 알아보는 일과 인터넷 유심을 교체하는 일이다. 마테라 가는 기차는 사철인데 중앙역 뒤쪽에 있는 작은 역에서 출발한다. 이 역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설사 기운이 나를 공격한다. 시간이 없다. 급한 대로 유료 화장실을 사용할 수밖에. 이탈리아에서는 기차역에서도 무료 화장실이 없다. 설사 때문에 화장실 이용료로 1유로나 써야 했다.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화장실 한번 사용하는데 1,350원을 써야 하다니 말이다!


보다폰 유심을 사다!

무사히 마테라 가는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이제 유심을 사러 간다. 보다폰은 30유로인데 3 유심은 35유로나 한다. 오스트리아에서 3 유심을 25유로에 구입하였는데 이곳에서는 왜 35유로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3 유심은 인터넷만 지원해주는 반면에 보다폰은 전화통화까지 지원해준다. 그런데 왜 3 유심이 더 비싼지 모르겠다. 참 희한하다. 지금까지 3 유심을 이용했는데 보다폰으로 바꿔야겠다.

보다폰 가계 직원 표정이 그냥 무덤덤 조금 더 과장하면 불친절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직원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여권을 차에 두고 왔기 때문에 내일 다시 오겠노라 하고 아톰에게로 돌아온다. 오늘 길에 닭 볶음용 고기를 샀다. 사실 삼겹살을 사고 싶었는데 우리가 먹을 만한 적당한 삼겹살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이탈리아 여행도 막바지이다. 셍궨협정 기한 90일 이내에 그리스 여행까지 마치고 터키로 넘어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보름 넘게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여행을 하고 있다. 조금씩 힘이 드는 기분이다. 닭 볶음을 해 먹고 기운을 내야겠다.

바리는 아드리안 해안 도시들을 배로 연결해주는 항구도시이면서 크고 작은 역사 유적물이 많은 도시이다. 아파트 창문 밖으로 내건 빨리를 가리는 천이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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