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72 - 이탈리아 마테라 동굴 주거지 유적공원
마테라 구도심 관광을 마친 후, 캠핑카 아톰을 데리고 마테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로 가기 위해서는 마테라 시내를 빠저 나와 평지 도로를 달린 후에 다시 도시 반대편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 직선거리로는 바로 앞이지만 차로 가려면 꽤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경사진 길을 한 참 올라가면 고원지대가 나타나고 그 끝에 넓은 주차장을 가진 전망대가 나온다. 지금 12월. 비수기이라 차들이 별로 없다. 바람이 적게 불 것 같은 곳에 아톰을 세워둔다. 반대편에서 마테라를 보면 동굴 유적지와 더불어 현대적인 건물도 함께 보인다. 고대도시 분위기와 현대 도시 분위기가 곂처 보이기 때문에 마테라의 풍경이 더 이색적으로 보인다.
차에서 편안하게 점심을 해결한다. 그리고 오래 간만의 여유로운 휴식을 즐긴다. 서둘르면 다음 목적지인 알벨로벨로까지 갈 수도 있지만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서 별 문제가 없으면 이곳에서 밤을 보낼 생각이다. 아마 밤이 되면 차들도 없을 거고 이 공간이 모두 우리 차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에 나타난 불청객이 있었다. 그는 바로 경찰. 순찰 나온 경찰이 아톰 문을 두드린다. 경찰은 이 주차장에는 캠핑카 주차가 안된다고 한다. 2주간 넘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처음 직접 대면한 경찰.
이탈리아 경찰이 요즘 일을 많이 하시는가 보다. 경찰 이야기가 나온 김이 이탈리아 경찰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를 하고 가보자.
이탈리아는 관광객을 상대로 한 범죄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캠핑카 여행을 준비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던 나라가 이탈리아였다. 그런데 우리가 여행했던 2018년 11월과 12월에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지를 가 보면 어디서나 경찰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총을 든 무장 군인들도 함께 깔려 있다. 로마나 밀라노와 같은 큰 도시는 물론 피사, 폼페이와 같은 작은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찰은 계속해서 순찰을 돌고 있다. 그래서 관광객 상대의 잡상인들도 많이 없어지고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범죄 용의자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덕분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3주 넘는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걱정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를 입은 적은 없었다.
이렇게 변화된 배경이 이탈리아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인지 아니면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한 테러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떠나기 바로 직전까지 우리에게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분명 이탈리아 경찰들의 노고 덕분일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감사한 일.
그런데 이 경찰 덕분에 우리는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 그래도 감사한 일이다. 경찰의 방문과 주차 금지라는 고지에 우리는 순수히 미소 지으며 말한다.
"알았어요. 우리 떠날게요."
경찰은 미안하다면 그들도 다음 순찰지로 떠나간다.
사실 마테라 전망대 주차장에는 캠핑카 금지 표지판이 있다. 그 때문에 유럽 캠핑카 정박지 정보를 공유하는 앱인 'parking4night'에 올려진 후기들을 보면 어떤 사람은 밤에 문제없이 정박을 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이 표지 때문에 장소를 옮겼다고 하는 글이 함께 올라와 있었다. 나 역시 혹시나 해서 따로 봐 둔 지점이 있었다. 근처이긴 한데 비포장 도로로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 아내에게는 인근이라만 하고 일단 출발.
비포장 도로로 아톰을 조심조심 달래 가며 올라간다. 산 정상 근처에 도로 옆 갓길에 캠핑카 한대 정도 주차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잘하면 수평도 맞출 수 있다.
주변에 집 한 채가 있지만 다니는 차들도 거의 없다. 한 시간에 한대 정도 다니는 수준이다. 아마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산 너머에 집들이 지도상에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마을에 사시는 분들인가 보다.
고도가 높아서 인지 이곳은 큰 나무가 없이 키가 작은 풀들이 주로 자라고 있다. 도로 안쪽에 있는 밭에는 야생동물이 파 놓았을 것 같은 작은 구멍들도 보인다. 황폐해 보이지만 풍부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어때, 이곳 풍경 괜찮아요.”
“응, 마음에 들어.”
“그럼 오늘 여기에서 자 볼까.”
바람도 불지 않는다. 밤이 되자 저 멀리 마테라에 불이 들어온다. 멀리서 보는 것이지만 꽤 괜찮은 그림이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줄은 이때만해 도 몰랐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에 눈이 떠졌다. 주변은 아직도 조용하다. 다니는 차도 없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침 소변을 보기 나와 본 밖 풍경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쪽 하늘은 전부 붉은 노을로 물들어 있고 저 멀리 보이는 마테라에는 환상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곤히 잠자고 있는 아내를 급하게 깨운다.
“자기야! 빨리 일어나.”
“전망대 쪽으로 빨리 내려가 보자.”
나는 아내를 재촉한다. 마테라 앞에 있는 협곡을 하얀 안개가 솜털 이불처럼 덮고 있다. 마테라의 도시 불빛이 안개를 뚫고 나와 몽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제 해가 뜨면 저 안개가 없어질 거야. "
마음이 급해진다. 여기 풍경도 좋지만 마테라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전망대에서 보면 더 이쁘겠지.
다행히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안개가 감싸고 있는 불빛 속의 마테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우연이 가져다준 커다란 선물이었다. 호텔에서 머물며 여행 하면 볼 수 없는 경험의 시간. 그 짧은 시간의 기쁨을 가져다주는 캠핑카 여행이 그래서 좋다.
오늘 또 어떤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다음 목적지인 스머프 마을 알베로벨로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