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67 - 이탈리아 로마
내가 보고 싶었던 티볼리 데스테 방문을 마치고 우리는 티볼리 산아래에 있는 빌라 아드리아나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한동안 문제가 없었던 아톰 여자 친구가 이상한 길로 안내한다. 좁은 길로 들어갔다 나왔다는 반복 한다. 산 위에 있는 중세도시의 골목길은 비좁기도 하지만 경사도 심한 데다 이 길로 지역주민들 차량이 다니기 때문에 접촉 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에 신경이 크게 쓰인다. 이런 길로 들어가기만 하면 아톰 여자 친구 시직이 정말로 미워진다. 유독 이탈리아에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그런 데다가 이런 길 대부분이 아스팔트 포장이 아니고 사각 돌로 포장된 길이다. 이런 길에서는 차에 진동이 심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빌라 아드리아나에 빨리 도착해야 입장이 가능한데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출발부터 생긴 불길함은 빌라 아드리아나에서도 끝나지 않았다.
빌라 아드리아나 매표소에 도착하니 벌써 4시가 넘어섰다. 4시에 폐장한단다. 남은 관광객 몇 명이 문을 나서고 있고 표 판매소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또 하나 문제가 있다. 오늘 적당히 정박한 만한 곳이 없다. 관리 직원이 매표소 앞 주차장에 정박을 해도 된다고 한다. 오늘 밤을 여기에서 보낼 것인지(또는 티볼리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빌라 아드리아나 방문을 포기하고 로마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탈리아에 들어온 지 벌써 13일째다. 이탈리아에서 남은 일정은 로마, 바티칸, 폼페이, 마테라, 알베로벨로를 거쳐 바리까지 가는 것이다. 바리에서 배를 타고 그리스로 넘어가야 한다. 그리스 여행 일정을 감안하면 셍궨협정 마감일까지 며칠의 여유는 있지만 너무 지체하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래 다 보고 다니면 좋겠지만 이 또한 욕심 아니겠는가. 오늘 저녁에 로마에 들어가기로 한다.
처음부터 로마에 정박지를 정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로마에서 자동차 여행자들에게 발생했던 불상사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로마는 안전한 정박지가 어느 도시보다 필요한 곳이다. 밀라노나 피렌체에서 정박했던 곳 정도면 좋은데 로마에서는 그런 곳 조차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parking4night를 열심히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 있었다. 로마 구도심에서 시내버스로 한 시간 가량 걸리지만 지역주민들 캠핑카가 주차되어 있는 공용주차장. 오늘 그곳으로 달려간다. 날이 벌써 어두워 저서 조심 운전을 해야 한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parking4night에서 확인한 것처럼 넓은 주차장에 아톰 친구들이 한쪽 조용한 곳에 장기 정박 중이다. 캠핑카들이 정박하고 있으면 일단 안심이다.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고 버스 정류장도 바로 앞에 있다. 뒤에는 주민들이 산책로로 사용하는 공원이 있다. 공원에 공중 화장실이 없다는 것만을 제외하고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공원의 공중 화장실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탈리아는 우리가 여행 한 나라 중 가장 화장실 인심이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우리는 3일 밤을 안전하게 보냈다. 우연히 발견한 정박 장소와 무사한 3일 밤. 그것만으로도 정말로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