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83 - 그리스 고린토스 가는 길
미케라를 떠난 아톰은 고대 고린토스 유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산을 내려와 오렌지 나무가 숲을 이루는 길로 접어든다. 어제 오다 본 오렌지 10kg에 자그마치 3유로라는 길가 표지가 생각이 나서 오렌지를 파는 농장을 찾았다. 커다란 오렌지는 5유로라고 한다. 예상했던 가격이 아니어서 돌아서려는데 아저씨가 아내를 부른다. 작은 오렌지는 10kg에 3유로란다.
아내가 3유로를 주고 커다란 오렌지 망을 들어 보는데 들리지 않는다.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던 내가 내리려고 하는데 아저씨가 번쩍 들어 차 안에 가져다준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오렌지 10kg이 4천 원이 안되다니.
아내는 터키에 와서 그때의 기억을 말하며 무게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자기가 10kg은 들 수 있는데 그때 못 들었다는 것은 오렌지가 10kg보다 더 많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오렌지 10kg을 마트에서 들어봤더니 아내가 충분히 들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아내가 하는 말이 오렌지가 너무나 많아서 "제발 가져가세요!"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한다.
정말로 길가에서 바라본 오렌지 나무마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달려 있다. 이 많은 오렌지가 다 소비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리스 여행부터 터키 여행까지 우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렌지를 먹은 것 같다. 터키에서는 1kg에 220원 정도에 사기도 했다. 그리스 오렌지 가격의 절반 정도 가격이다. 이 가격이면 오렌지 수확하는 인건비가 나올지 모르겠다. 우리에게는 정말로 감사한 일이지만 싸도 너무 싼 오렌지다.
"정말 오렌지 농장 주인아저씨는 오렌지를 정말 누군가 가져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0kg보다 훨씬 더 많이 넣었던 것은 아닐까?"
미케네에서 고린토스로 가는 길에 또 한 번의 위기가 있었다. 아톰 여자 친구 내비게이션 시직이 또 이상한 짓을 한 것이다. 다행히 좁은 농로 길을 무사히 잘 벗어났다. 고린토스가 저 멀리 보인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고린토스 유적지 앞에 있는 지역주민이 사용하는 공용 주차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행 중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린다. 주차장이 물바다로 변했다. 점심 먹고 나면 2시가 넘어갈 상황이다. 아마 고린토스도 3시에 문을 닫을 것이다. 지금 들어가 봤자 금방 나와야 할 상황이다.
지금 어디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행 중에 이런 날은 정말 싫다. 겨울철인데도 장대 같이 내리는 비로 인하여 오래 오래간만에 강제로 긴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아내는 우리의 여행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블로그에 올리면 어떻게냐고 한다. 아마 여행 마니아 친구인 현득이가 권유한 듯하다. 블로그는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한두 번 올리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지속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지금 그 문제보다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 환경과 노트북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두 대의 노트북을 가지고 왔다. 한대는 아내 맥북 그리고 한대는 나의 그램. 그런데 사진을 옮기는 작업을 무리하게 시키다가 두 대 노트북에 모두 문제가 생겼다. 아내 노트북은 배터리에 이상이 있고 내 노트북은 전원이 안 들어온다. 그나마 아내 노트북이라도 작동하니 다행이다.
그렇다고 아내의 주장을 무조건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 한번 시도는 해 봐야지. 하지 말라고 하면 진짜로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 나는 옆에서 보기만 한다. 아내는 저녁 후에 1시간 이상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있다. 사실 아내는 컴맹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런 아내가 도와 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단한 아내가 되었다. 여행 떠나기 전이었으면 벌써 도와달라고 했을 텐데 말이다. 여행이 아내를 바꾸어 놓은 것인가? 그러나 이날 우리는 일찍 잠에 들었다.
오늘은 정말 이상한 일을 많이 경험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