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7
법률만화 로투니란 이름으로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아이를 낳은 이후로는 내 여가시간이란 아이들이 잠든 이후밖에 없었고, 잠든 아이들을 놔두고 밖으로 나다닐 수도 없었기 때문에 혼자 웹툰을 몰아 보는게 유일한 취미생활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요즘은 그림을 완벽하게 잘 그리지 못하더라도 많은 감동을 주거나 공감을 주는 웹툰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김보통님의 '아만자'나 쥬드 프라이데이님의 '진눈깨비 소년' 같은.
재작년 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를 핑계로 오래 근무했던 법인을 퇴사하고 나니, 나도 한 번 웹툰을 배워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영리학원은 비싸기도 하고 배워서 진짜 그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여성교육센터에서 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거기서 수업을 하시는 안선희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다. 호리호리하신 키에 작은 얼굴, 동그란 안경...와 내가 정말 작가님께 배우는구나! 마음이 즐거웠다. 작가님께서는 낙서에 불과한 나의 그림을 귀엽다며 계속 칭찬해 주시고 법률만화를 그려보겠다는 말에 정말 필요한 일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이렇게 1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듣는 시간은 일과 육아에 소진된 나를 힐링해주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웹툰을 그릴만한 실력도 장비도 없지만 선생님의 격려로 1화 '로투니를 소개합니다'편과 2화 '로투니 이사가다'란 편을 완성했다. 사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기초 근로기준법 등을 그려나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3개월간의 짧은 수업이 끝나자 또다시 일상에 치여 더이상의 작업이 진전되지 않았다. 그러기를 반년간, 이번엔 아이들이 보채기 시작했다. 의외로 1, 2화를 본 아이들이 로투니를 너무 좋아하며 어려운 법률이슈를 저희들 나름대로 이해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예 초등학생 수준에 맞는 내용과 주제로 방향을 틀고 로투니 3화 '학교폭력편'과 4화 '아동학대편'을 그렸다. 그렸다고 칭찬받긴 했는데, 아이들이 이번에는 자기들도 다 아는 시시한 내용이고 유머 코드가 없다며 항의하는 게 아닌가.
좋아. 그럼 같이 스토리를 짜서 함께 해 보자꾸나 제안하니, 유달리 학습만화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 으쌰 으쌰 신이 났다.
5화 '나홀로 집에2편', 6, 7화 '로미의 법정견학편, 8화 '로투니 방귀대소동편'은 아이들을 재우면서 함께 하하호호 웃으면서 스토리를 만들고, 아이들이 잠든 후 내가 밑그림을 그리고, 다음날 딸과 함께 색칠을 하고, 아들과 함께 포토샵 작업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이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준다. 언제까지 그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사회초년생이 되어 근로기준법 이슈를 함께 그려볼 수 있을 때까지 할 수 있음 좋지 않을까 생각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