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15
오늘도 아들과 부딪혔다. 평일 한 시간씩 숙제를 모두 끝내고 하기로 하고, 주말엔 하지 않기로 한 게임을 화장실에서 몰래 숨어서 하다 들킨 거다.
눈치가 빨라 얼른 '죄송합니다' 하며 재빨리 엄마가 좋아할 만한 일을 찾아 하는 약은 둘째 녀석과 달리, 눈치 없는 이 녀석은 오늘도 점점 커지고 지루해지는 엄마의 잔소리 폭격에 시달리면서도, 두 눈만 끔뻑 꿈벅이라 엄마 화를 돋우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이런 패턴, 화를 내고 나면 나도 힘들고 미안해진다.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에, 주일이라 성경을 묵상하며 예수님을 생각해 보았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잡혀가시기 전날 겟세마네 동산에서 제자들에게 깨어 함께 기도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제자들은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을 보시고 화내며 꾸짖지는 않으시고 깨우시며 안타까워 말씀하셨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구나.
라는 공감의 말씀을 하시면서 말이다.
사실 예수님은 그 전에도 자신의 가르침을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을 꾸짖으시기보다 온유함으로 쉽게 풀어 가르쳐 주시고, 기다려 주시고, 발을 직접 씻겨 주시는 등 본을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그런데 도무지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서로 싸우고, 잡혀가시던 날 예수님을 부인하며 뿔뿔이 흩어졌던 제자들은, 이후 죽음을 불사하고 예수님을 전하는 사도들이 된다! 이런 드라마틱한 일이 있나.
아마도 예수님은 미리 아시지 않았을까. 지금은 어린아이 같은 제자들이지만, 나중엔 복음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성인들이 될 거란 걸.
나도 미래의 아들에 대해 결국 훌륭한 청년으로 자랄거라는 믿음을 갖는다면, 지금의 사소한 어리석음과 부족함에 훨씬 관대해지지 않을까. 결국 걱정과 근심, 불신의 눈으로 자식을 바라보기 때문에 가슴속에 화가 불일 듯하는 거였는지도 모른다. 작은 허물을 침소봉대하면서 말이다.
예배가 끝난 후 아들에게,
네가 잘못했긴 하지만, 엄마도 잘못에 비해 과도하게 화를 내 미안해.
라고 하니 아들도 내 손을 꼭 잡는다.
그러면 하루 아이패드 금지를 취소해 주면 안 되나요?
이런 약은 녀석을 보았나.
그건 아닌 것 같다. 아들.
이라고 말하며 살며시 손을 놓았다. 대신 오랜만에 쾌청한 날씨에 동물원으로 출동하기로 했다.
너무 부족한 엄마라 이제 시작인 사춘기 아들과의 멀고 험난한 갈등이 예상되지만, 멋지고 훌륭하게 자란 아들을 상상하면서 치밀어 오르는 화와 짜증을 눌러보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