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프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마음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by 찐니

6개월에 한 번 있는 정기검사하는 날,

딸은 병원 가는 걸 싫어할 법도 한데,

진료 후 근처 국숫집에서 잔치국수를 먹고, 창경궁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오는 코스를 아주 좋아한다.


국숫집 아주머니에게,

"국수를 맛있게 해 주셔서 딸이 병원 올 때마다 기분 좋게 다녀가요.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자, 아주머니가 환히 웃으시며 도리어 맛있게 먹어주어 고맙다고 하신다.


작년부터 아이 검사 결과가 좋아서 두 달만 더 약을 먹으면 된다.

이제 한 번만 더 병원에 오면 더 이상 안 와도 된다고 하니까, 딸은

"시원섭섭하네."라고 한다.


"시원하기만 할 줄 알았더니 섭섭한 건 왜 그럴까? 이제 여기(창경궁) 못 와서? 병원 안 와도 그냥 놀러 오면 되지"

"아니야. 이렇게 오는 맛이 있단 말이야~"


딸은 6년간 엄마와 함께 병원에 왔던 일들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정말 모든 일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고, 또 뒤돌아보면 모든 게 감사한 일 것만 같다.


아이가 아픈 건 축복일 수 없다.

그런데 아이가 아프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축복이 있다.

아이의 존재 자체로 기뻐하는 것.

아이가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살아 숨 쉬고

내 곁에 살 맞대고 있는 게

너무 감사하고,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노래하고 만화를 그리고 색칠하는 순간순간이 마냥 경이롭고,

그래서 해 줄 건 축복과 기도뿐이어서

아이가 선물이 되었다.

아이가 보석이 되었다.


내가 뭘 잘못해서 주어지는

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도

이제부터라도 똑바로 잘 살라고

뭐가 더 소중한지 바로 보라고

나를 붙잡아 세워주는 힘이 되었다.


잘 먹고 잘 살려면 공부해야 된다고

불안을 주는 엄마가 아니라

하늘 나는 새도 돌보시는 하나님이 계시니 아무 걱정 말라고 말하는 엄마로 바뀌었다.

너 왜 그 모양이냐

몰아세우는 엄마가 아니라

넌 귀한 사람이야. 뭐든지 할 수 있어 믿어주는 엄마로 바뀌었다.

그래서 아파도 행복하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마음을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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