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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사색가 Jan 22. 2023

애자일(Agile) 조직문화 및 업무 경험

애자일 조직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과 소회

"잠시 후 데일리 스크럼(Daily Scrum) 시작하겠습니다."
"지라(Jira)에 티켓(ticket) 등록해주시면 확인할게요"
"관련 이슈는 칸반 보드에 정리되어 있고, 현재 delay 상태입니다."


애자일 조직에서 업무를 하다보면 흔히 듣게 되는 대화 내용이다.

관련 업무를 진행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용어부터 매우 생소할 것이다.


회사에서는 재작년에 애자일 문화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에 따라 애자일 방식의 프로젝트 팀이 사내 최초로 구성되었고, 현재 그 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증이다.

기획자/PM, UX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까지 동일 팀 내에 편성된 조직이다.



4개월간의 애자일 조직을 경험하며 느끼고 배운 것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애자일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는 것은 쉽지 않다.

애자일 문화가 정착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

많은 회사에서 도입하려다 실패한 케이스가 많은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1. 애자일 조직은 상호 수평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업무가 진행되어야 한다.

하루는 개발자와 커피를 마시는데 푸념을 늘어놓는다.

후배 녀석한테 A라는 방식으로 개발하라고 얘기했는데 본인은 B방식이 좋다면서 말을 듣지를 않는다고 한다. 경험많은 선배가 얘기하면 들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본인 생각만 고집해서 화가 난다고 한다.


애자일 문화 아래에서는 기존 조직처럼 선배가 말하면 무조건 들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호 간에 충분한 논의와 설득의 과정을 통해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갓 입사한 사원이라도 투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 논리 및 근거가 합리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의견이 채택되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개발자는 아직 애자일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 하고 있다.

기존의 상하관계 중심의 조직문화에 근거하여 업무를 진행하려고 하다 보니 답답한 것이다. 본인이 명확한 논리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후배에게 납득시키면 된다. 물론 선배 입장에서 예전보다 불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후배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후배를 설득하는 대신 '야,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서 가져와' 라고 하면 더 이상의 소모적인(?) 언쟁은 없었을 테니까.


2. 자율성이 주어지는 만큼 업무에 대한 오너십과 책임감도 필수이다.


"그건 백엔드 쪽에서 계정작업을 안 해줘서 저도 시작을 안 하고 있어요"
"DB테이블 중 아직 정해지지 않은 항목이 있는데 지금 해봤자 저만 2번 작업하는 거 아닌가요?


프로젝트 개발 마무리 단계가 다가오니 이슈가 하나씩 발생한다. 이슈가 생기면 본인의 책임을 피하고자 어떻게 해서든 남의 탓으로 돌리려고 핑계를 찾는 사람이 있다. 본인의 영역임에도 다른 영역과 억지로 연결시켜 변명거리를 찾고, 새로운 문제해결 방법조차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일정 지연으로 귀결된다.


자율성이 주어진다는 것은 책임도 수반되는 것이다.

개인에게 업무적 자유도가 주어지고, 상시 감시하는 사람이 없다면 일을 대충하거나 제대로 완수하지 못 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점이 애자일 조직의 큰 단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오너십 없고 무책임한 행동은 프로젝트 구성원 전체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이러한 피해에 대해서는 업적평가를 통해서 심판(?)을 받게 된다. 애자일 조직에서의 평가는 직속상사가 구성원들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고, 프로젝트 구성원 간의 상호평가 방식으로 이뤄지게 된다. 본인의 책임을 다 하지 못 한 사람은 상호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3. R&R (Role and Responsibility: 업무분담과 책임)이 명확해야 한다.

꼭 애자일 조직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직적으로 업무감시 및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프로젝트 구성원끼리의 소통을 통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애자일 조직의 특성상, R&R만큼은 명확히 정해진 상태로 업무가 시작되어야 한다.


구성원 간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주도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지,

업무 프로세스가 명확하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개선하고 책임을 가져갈 것인지 등 큰 단위에서의 역할은 미리 명확히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게 되고, 누군가는 업무는 안 하면서 실리와 명분만 챙기려고 할 것이다. 이는 프로젝트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4. 구성원 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애자일은 의사결정, 상품개발, 리더십까지 업무 전반에 대한 모든 것을 가볍게 진행하여 빠른 시일 내에 시장에 결과물을 출시한 후, 고객 반응을 살펴 개선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 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구성원간 협업과 상호존중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구성원간 여러가지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소통이 부재하거나 원할하지 못 하다면 애자일은 성공할 수 없다. 이슈나 문의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조직문화가 중요한 것이다.


애초부터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구조로 일을 해 왔던 조직이라면 애자일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조금이라도 단축시키려면 경영진의 의지가 강해야 한다.

애자일이 필요하다고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진행상황과 고충을 주기적으로 살피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5. 회사 전반의 업무 프로세스가 개선되어야 한다.

애자일 조직으로 운영되는 부서는 전사에 하나뿐이다.

애자일 조직으로 운영되긴 하지만 유관부서와 연계되어 이뤄지는 프로세스는 그대로이다.  

계약을 위해 업무요청 및 검토를 진행하고, 입찰을 진행해야 하며, 각종 보안검토 및 법무검토 등의 프로세스또한 기존의 체계 속에서 진행되어야만 한다.


2~3개월 내에 상품이 개발되더라도 유관부서 검토 등 일련의 프로세스를 다 거치고 나면 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애자일의 철학인, 가볍고 빠르게 시장에 출시한다는 기조가 무너져버렸다.

물론 법적인 Risk 관리 등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알지만, 어느 정도 프로세스를 손봐야 제대로 된 애자일 조직을 운영하고 문화가 정착되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2년간, 2개의 회사에서 애자일을 경험했다.

다시 말하지만, 상하관계가 명확한 대한민국에서 수평문화에 근간을 둔 애자일 조직문화를 단시간 내에 정착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문화라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쉽게 바뀌지는 않더라도 하나씩 변화되는 것을 서로가 지켜보고 노력하면서 원하는 그림에 한 발국씩 다가가면 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완벽하진 않아도 지금과는 다른 환경과 문화 속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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