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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Oct 21. 2023

긍정의 안나에게

활력을 잃은 미니가


 긍정의 안나에게



 안녕, 안나. 


 저는 오늘 아주 게으른 주말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는 어떻게 침대에 누웠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벌써 아침이 찾아와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아침을 맞이해 당황스러워 어제 먹다 남은 맥주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놀랍게도 아직 탄산이 남아있었습니다. 이 세 문장의 글을 쓰는 동안 다섯 시간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빨래도 널고 샤워도 하고, 술을 마셨다가 침대에 쭈꾸리로 누워 잠시 잠도 들었었습니다. 


 주말의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흐르나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은 오늘은 여유롭게 보내보잔 마음을 쉽게 앗아갑니다. 요즘 소망이 있다면 정말 하루종일 책을 읽고 싶다는 거예요. 읽고 싶은 책들은 쌓여만 가는데 일주일에 책 한 권 읽지 못한다는 것에 가책감이 듭니다. 제가 시간관리의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평일에 밤새서 일할 정도의 업무량을 같고 있진 않거든요. 이런 하소연을 하고 있으니 그런 바보 같은 생각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말하며 위아래로 솟을 안나의 눈썹이 그려집니다.


 예전에는 매 주말 전시회나 재미있는 공간을 찾아다녔었는데요, 요즘엔 그게 궁금해하면서도 잘 찾아가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건가 싶으면서도 내가 아직 이럴 때는 아닌데?라는 생각을 해요. 여전히 좋아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다면 그 애정의 에너지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깎이고 만 것일까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믿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나이가 들 수록 아무리 에너지를 꽉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공백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고요. 가전제품의 배터리처럼 열심히 일을 할수록, 아니 사실 일을 하지 않아도 자연히 우리는 방전되고 다시 충전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먹는다는 것은 그런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에너지'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요. 그래서 나이를 막론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을 보면서 우리는 ‘젊다'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보유할 수 있는 최대의 에너지양을 생각하자면 저는 확실히 늙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떤 일을 좋아하거나 선망하는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거든요. 전에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팬클럽을 다니거나 소위 ‘덕질'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에너지가 필요한 일인가요. 그들의 집중하고 있는 눈동자와 웃음으로 올라가는 광대뼈에서 사랑스러운 활력을 봅니다. 


 안나, 에너지는 도대체 어떻게 늘릴 수 있는 건가요? 아, 이런. 질문을 할 대상을 잘못 선정했군요. 그렇지만 안나,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반드시 찾아야만 할 것 같아요.



 활력을 잃은 미니가








Photo l © 안나와 미니 

2021년 카타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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