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언덕으로 불리며 주황빛 모래언덕의 의미를 갖는 ‘홍고린 엘스’ 아득한 모래 사구 아래 섰습니다.
비스듬히 누운 능선코스는 완만하지만 쉽지 않은 모래 산입니다. 우리는 험난한 고행의 직선코스로 처음엔 별것 아닌 듯 나란히 옆모습을 보며 걸었지요. 모래산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모래 바람 휘몰아칠 때마다 입안이 서걱거립니다.
거북이 등 같은 썰매 힘들게 짊어지고 갑니다. 결국 정상에다 팽개치고 모래를 발로 무너뜨리거나 엉덩이 구르며 내려오고 말았지만 분홍 썰매 모래 싸대기 치는 바람막이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연두 썰매는 모래 산 꾹꾹 찍으며 오르는 지팡이가 됩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사람 혹은 한 무리로 두 사람 때론 세 무리로 뒷모습을 보며 오르고 올랐지요. 모래 울음소리 으르렁거리며 일직선으로 오르는 모래산은 오르면 오를수록 정상은 점점 멀어지는 듯합니다. 아래서 올려다보거나 위에서 내려다봐도 모래벽에 박혀있는 한 톨의 점. 점. 점. 순간 우리는 모래 문장 안의 쉼표이거나 말줄임표입니다.
오랜 꿈이었던 고비사막의 빛나는 모래 두 손안에 있는데 어째서 자꾸만 나를 숨기고 싶어 지는지 모르겠어요. 얼굴을 움켜쥐고 사막을 오르는 석양 무렵 신기해서 아직 봐야 할 것 많은 고비는, 돌려줄 대답보다 받아낼 질문이 많은 고비는, 모래만이 뭉텅뭉텅 발가락 사이를 관통하고 빠져나갈 뿐 갑니다.
정상을 향한 시간 정해진 게 없고 생각에는 마침표가 없기 때문에 윙윙거리는 모래 울음소리 끝이 없어 모래의 이동인지 내가 이동하고 있는지 또한 모를 그 사이로 한 무리는 사막을 빠져나갔고 우리는 남았습니다.
기억의 모래알갱이 바지주머니에 소복소복 쌓이고 있습니다. 오늘의 고비 사막은 조금씩 붉어지고 굽이굽이 능선을 이루지만 그건 마치 고비의 흙먼지가 바람의 방향 쪽으로 날아가는 이치겠지요. 이제 사막의 무수한 모래가루 날려 버리거나 훌쩍 뛰어넘거나 사실은 모래 산이 아니라고 믿거나 통과해 버리는 등의 묘기를 부리지 않고는 오를 수 없습니다. 모래 산 정상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계속 오르기로 사막의 다짐입니다.
사진- 최수희님
한 사람은 사족보행으로 두발 오르면 한 발 미끄러지는 무수한 반복의 숫자를 새기며 모래벽 따라 앞으로 옆으로 읽을 수 없는 긴 문장을 기록하듯 오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걸어온 삶의 길과 닮아서 그곳으로 가까워지는 동시 멀어지는 그 무엇을 봅니다.
한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듯 천천히 모래 산 오르는 의지가 대단합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이대로 미끄러져 내려가고 싶다는 유혹으로 자신과 싸우면서 온몸으로 쓰는 문장들은 영웅전집 속의 기분이 됩니다. 정상에는 달콤한 와인 병이 삐죽 고개 내밀 듯 한 사람의 사막 일기장이 펼쳐지겠지요.
한 사람은 하얀 모래 꽃 한 줌 한 줌 꺾으며 모래의 깊이를 알 수 없지만 사구 속에는 알아볼 수도 완성될 수 없는 영원을 구할 눈과 코와 입에 모래문장 가득 채워지고 있다고 기쁜 숨 쉬며 맨발 콕콕 찍어 길을 만들며 오릅니다.
사진 - 최수희님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는 정상 모래톱을 딛고 서서 망망한 사구의 바다를 바라보는 장쾌함과 사구의 칼날 같은 모래톱 능선과 능선을 잇는 작은 사구들 무엇을 연출하든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도 잠시,
한 사람은 날아오르기 직전의 썰매를 움켜쥐고서 모래를 파 내려가는데, 아무리 파도 모래뿐인 사막에서 모래를 두고 새의 기분으로 창백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발은 모래 속, 긴장된 손은 얼음, 열정으로 타는 마음은 불꽃, 몸은 허공에서 시작되었고 빛의 속도로 약 300m의 모래 산에서 날아오른 날개의 끝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낭떠러지. 속도 조절의 실패와 중력의 힘 대단합니다.
우리는 말을 잃었습니다. 충격이 언어를 뛰어넘으면 입은 열리지 않습니다. 꼬리뼈 상처의 통증은 있지만 대형사고가 아니라서 감사합니다. 고비에서는 누구나 언제든지 고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비에서는 고비를 잘 넘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