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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Feb 28. 2024

원추형 흙집*

어떤 무덤일까

나는


지금 여기에 누워 잠을 청한다 오래 누워있으면 무너질까 두려워 잠을 청한다 모든 소리들이 내 얼굴에서 빙빙 돈다 


산다는 것은 집을 짓는 것


연애하자 우리, 느닷없이 고백하는 낯선 얼굴, 도망치고 싶다 두려워서 덥석 잡는 너의 손 움츠리지 마 멈추지도 마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공기처럼 가벼워 놓친 사랑이라면 참 아리겠지


지금 여기 무덤 속 계란귀신처럼 물컹한 노랑이 웃는다 껍질이 날카롭게 부서진다 고깔모자 속 머리카락이 소란하다 어디선가 썩은 냄새가 난다 그렇지만 나갈 수가 없다 


어떤 무덤일까 

나는


지금 여기에서 잠을 청한다 천장은 우주를 막 돌다 온 연기로 피어오르는 따뜻한 잠  

저 낯선 얼굴 속에서 도망칠 수가 없다 



*터키 하란에 있다. 구운 벽돌과 동물의 배설물을 바르고 빛이 들어오도록 장미기름과 계란을 섞어 천정을 동그랗게 구멍을 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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