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에게 북유럽 -오덴세, 오르후스
연극배우를 꿈꾸며 코펜하겐으로 떠나지만 꿈은 실현되지 못하고 동화작가로 유명해진 안데르센이 14세까지 살았던 오덴세 가는 길. 어제의 먹구름은 옷을 벗고 청명한 하늘에 흰 구름 뭉실뭉실 차창 밖은 샌드위치 풍경이다. 연두 감자밭에 토핑으로 얹어진 누런 밀밭과 하얀 집에 초록의 나무숲 위로 구름 소스 뿌려 덮어놓은 파란 하늘. 한입 베어 물고 싶어질 비건 햄버거 같은 수채화 한 폭 어디에도 없을 오늘이다.
북유럽 신화의 신 ‘오딘’의 이름에서 따온 오덴세에서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정치인 후원자 요나스 콜린을 만나 정규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안데르센은 코펜하겐 대학에서 희곡과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인정을 받게 된다. 첫 번째 장편소설 『즉흥시인』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첫 번째 동화집 『아이들을 위한 동화』 로 유명작가의 명성을 얻는다.
안데르센의 도시 오덴세에서 그의 숨결을 느껴본다. 생가 가는 길 작고 아담하지만 예쁜 도시는 조각공원 같다. 청동상 군데군데 도시를 장식하고 안데르센 동상도 곳곳에서 우리를 반긴다.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을 가진 작가는 175편의 동화, 14편의 소설, 50여 편의 희곡, 12편의 여행기, 800여 편의 시와 일대기를 남긴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덴마크 대표작가다. 생가는 노란 벽에 붉은 지붕이 동화책 표지처럼 예쁘다. 내부는 볼 수 없었다. 패키지 특성상 시간이 한정적이라 안데르센 박물관을 관람할 수 없었지만 “여행은 내 인생을 젊어지게 하는 샘물이다” 고 한 안데르센의 말을 되새기며 나의 여행은 퍼내도 솟아나는 행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행들이 다 어디로 사라진 뒤 혼자 안데르센 공원으로 들어서니 초록 잔디 뒤로 펼쳐진 크누드 대성당이 조화롭게 이야기를 꾸미며 다리 건너 행사가 있는지 아이들의 소란과 벤치에 앉아 독서 중인, 강아지와 산책 중인, 유모차의 아기와 엄마 등 현지인들의 모습이 나의 문장 속으로 들어올 배경이 되어준다.
안데르센 공원은 『미운 오리새끼』의 배경이 된 곳. 사랑의 실패로 공원에 앉아 있다가 어미백조와 새끼 백조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동화라 한다. 실연의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통찰력에 부러움과 부끄러움이 교차한다. 나도 하루쯤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그림 같은 시 한 편 나올까. 가사 한 줄 얻어 노래 말 얻을 수 있을까. 나로 만나는 나의 계절을 만질 수 있을까.
뒤늦게 공원에 들어선 세 친구들 안데르센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 남기고 벽돌 고딕 양식의 크누드 대성당과 그림자 놀이한다. 성당은 크누드 4세와 동생인 베네딕트가 반란군에게 살해당한 뒤 크누드 4세가 성자로 추대되었으며, 성당 제단에 동생과 함께 시신이 안치되어 유골은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하는데, 성당 내부는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문 열린 성당 앞에서 서성거리기만 한 안타까운 내 모습과 정보부족의 아쉬움은 항상 뒤에 온다.
아들은 항상 가족 여행에도 패키지여행에도 여행지의 예습 복습도 하지 말라 경고한다. 떠나기 전 알고 있는데 보지 못한 것에, 다녀온 후 모르고 있었던 것 알게 되었을 때 속상해하는 내 모습이 답답하였을 것이다. 내가 계획하고 혼자 떠나는 여행은 아쉬움이 남지 않는 국내여행이지만 아쉬우면 다시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해외여행은 다르지 않은가 가보지 못한 나라가 너무 많아 그곳에 두 번을 갈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고 보고 싶은 마음이 늘 아쉽게 한다.
강의 입구 뜻의 옛 덴마크어 오로스에서 유래하였으며 8세기에 바이킹 정착지이며 천연 항구의 피오르드 북쪽 해안에 세워진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 수세기 동안 농산물의 해상 무역으로 성장한 항 구도시답게 바다를 끼고 다양한 건축물들이 먼저 손짓한다. 우리나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의 건조한 건물만 보다 모양과 색깔의 다채로운 아파트는 익숙하지 않은 낯섦과 설렘이다.
북유럽에서 가장 큰 미술관으로 1997년 설계 공모에서 우승한 슈미트, 해머 & 라센이 디자인한 붉은 벽돌 건물로 정육면체를 닮은 아로스 미술관 10층 무지개 파노라마 전망대를 걷는다. 유리를 통해 섞이고 굴절되는 색상은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초대하고 다양한 색으로 보는 도시풍경은 현실과 상상력의 사이를 헤매게 하면서 파랑의 나와 만나고 주황의 너의 만지고 초록의 우리가 되는 파노라마 전망대 색과 빛의 언어에 매료된 인증 샷 맛 집이다.
9층 옥상정원 지나 8층부터 5층까지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덴마크의 황금시대, 모더니즘, 현대 미술까지 회화. 조각, 아트비디오, 데생, 그래픽, 사진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부끄럽게 미술에 문외한인 나는 듬성듬성 감상을 한다. 이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그 극 사실주의 조각품인 호주 작가 론 뮤엑의 「The Boy (소년)」이다. 쪼그리고 앉아 겁먹은 표정에 두려움이 가득 찬 눈동자가 나를 구해주세요 하는 듯 표현이 간절해보인다.
칸딘스키의 영향을 받아 1930년대에 규모가 크고 색채를 강조한 그림들을 많이 그린 덴마크 최초의 중요한 추상미술 작품의 작가 모르덴센의 추상미술품. 역설적인 것은 현실과 상상을 결합하는 사진으로 지극히 평범한 피사체를 골라 실제로 보여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암시하는 이미지를 가져와 보는 사람이 그 의미를 온전히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을 찍고 있다는 크루스 옌센의 사진 작품. 사회문화적 관계를 탐구하고 있으며, 종종 덴마크와 필리핀의 이중 문화적 배경을 유리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는 필리핀 출신 퍼포먼스 아티스트 라스무센. *위키피아 검색 자료
작품을 뒤로 미술관 나오니 오후를 즐기는 벤치의 아이와 엄마도 하나의 조각품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히르스트할스에서 노르웨이 스타방에르로 가기 위해 피오르드 라인 크루즈 탔다. 저녁뷔페 바다풍경 안주에 무한리필 칼스 버그 홀짝홀짝 갑판에 나오니 북해의 너울 파도와 세찬바람이다. 몸 가두기 힘든 바람과 물방울에 울렁이는 마음은 덴마크에 나를 두고 가는 여름이서, 물길이 쓰는 언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파랑의 바다가 아닌 먹구름 가득한 기분이어서, 느리게 오는 아침을 위해 북해의 어느 지점 지나고 있을 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