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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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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May 05. 2020

연두에 낀 오월

--화성 융릉·건릉-

  봄은 언제 태어났다 갔는지 모를, 꽃들은 어디서 시작되었다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코로나 19'에 닫힌 계절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이쪽과 저쪽 건너갈 수 없어 막막한 거리에서 마스크로 가려진 표정 읽을 수 없었던 잠시, 조금은 풀어놓고 웃음을 그릴 수 있는 오래 된 친구와 화성 융릉과 건릉의 연두에 젖어본다.

 

 연두 물감 풀어 오월이 펼쳐진 참나무와 소나무 길 따라 몇 년 전에 읽었던 이덕일 작가의 『사도세자의 고백』 그 행간을 따라 걷는다. 영조와 사도세자 아니, 노론과 소론의 갈등이 버무려진 곳에 희생된 비운의 왕세자. 혜경궁 홍 씨의 아버지 홍봉한이 영조에게 뒤주를 이용하라 귀띔. 그리하여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힌 채 두려움의 그 여드레. 전 세계가 바이러스의 두려움은 현재 진행형.   

   

 수백 년 된 송림

하늘 지붕 삼아 우뚝 선 기둥 아래 뒹굴고 있는 

솔방울들 듬성듬성

역사가 내게 던지는 질문 주머니에 담으니

어떤 말도 잡히지 않고 이해만 해주는 듯

바람은 끄덕끄덕 고개 흔들고 있다.  

    

융릉

 융릉은 사도세자(장헌세자)와 헌 경의 황후(혜경궁 홍 씨)의 합장릉이다. 사도세자의 묘는 경기도 양주시 배봉산(서울시 동대문구) 기슭에 수은 묘로 있었으나 왕위에 오른 정조가 사도세자를 장헌세자로 추숭하고 난 뒤, 묘를 영우 원으로 높였으나 묘지 이장을 지금의 자리로 옮겨 현륭원에서 융릉으로 격상시켰다.     

 

 홍살문 지나 향로(左, 향과 축문을 들고 가는 길)와 어로(右, 왕이 걷는 길) 약간 높낮이로 정자각을 향해 넓은 박석 열 지어 깔려 푸른 잔디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한 정자각이 능침의 가리개 역할을 하는데 융릉은 정자각과 능침이 일직선에 있지 않다. 뒤주에 갇혀 던 답답한 아버지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한 아들의 배려일까 능침 앞이 하게 트여있다.     


 

건릉

 건릉은 ‘임금을 독살하려는 시도를 넘어 국왕의 침실 지붕에까지 자객을 침투하는, 조선이 노론의 국가이지 국왕의 국가가 아니며, 노론의 나라이지 백성의 나라가 아 제왕의 나라, 사도세자의 나라, 백성의 나라를 건설하고자 했던’ 조선 22대 왕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이다.   

  

 언제 흘렸을지 모를 얼굴

 곱게 주워 마음에 심고

 진한 감정 씻어내며 건너온 시간

 벤치에 걸어놓고 하고 싶은 말 지우며

 발자국에 쓰는 산책길

 맑은 하늘이 초록 바람을 몰아와

 연인어깨에 닿는다.      

 엄마와 아이의 손끝에 머문다

젊은부부의

유모차에  미래를 실고간다


 억울하게 죽어간 아버지의 넋을 위로하고자 했던, 새로운 조선을 꿈꾸었던 개혁 군주의 왕릉 입구 재실 뒷마당 여물어 있는 수국에게 이렇게 왔으니 꽃필 때 다시 한번 더 오겠다고, 수국은 알았다고 꼭 다시 오라고 나를 받아줄 품은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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