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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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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Sep 17. 2021

부소담악에 들다

-옥천 기행 2일 차

일요일의 옥천성당은 미사시간 맞춰 총총걸음 부산하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외부인은 미사를 함께 할 수 없어 순미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 기도를 했다. 오랜 냉담 중인 나는 성당 건축물과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옥천성당은 1903년 공주 본당인 공세리 성당 신부에 의해 옥천공소를 시작으로 1906년 공소에서 옥천 본당으로 승격 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성당이다. 성당 건물은 3번째까지 한옥이었으며, 1955년 현재의 건물을 건축하였고, 1956년에 확장 증축하여 현재의 서양식 건물은 4번째라고 한다.   

    

종탑의 종은 1955년 프랑스에서 3개의 종이 들어온 것으로 명동성당, 인천 갑동성당, 옥천성당에 있었는데, 현재는 옥천성당에만 남아 많이 노후화 되었다. 


미사 참여할 수 없어 섭섭해하는 친구의 마음과 성당 내부를 볼 수 없다는 아쉬운 내 마음 종탑에 매달아 놓고 나오는 길 오늘도 듬성듬성 빗방울 어깨를 적신다.          

  


장계관광단지의 짙푸른 초록이 온통 여름을 물들이고 대청호반을 가득 채운 일곱 걸음 문학 산책로의 시작점을 걸었다. 겹겹이 쌓여 있는 10권의 하얀 책 조형물을 지나 대청호를 바라보며, 친구는 사부작사부작 수국 꽃과 나란히 발맞춰가며 개미 행렬을 따라간다. 나는 온몸으로 나의 시에 꽃물 들이며 그 뒤를 따랐다.  

    

호숫물 끌어당겨 바닥에 깔아둔 연두와 화강암에 새겨진 문정희 시인의 「돌아가는 길」을 시작으로 시인들의 시를 환하게 낭송하라는 노랑의 스탠드 조형물이 잿빛 하늘에 어우러진 포토 존이 있다. '부소무니 마을의 물위에 떠있는 산'의 뜻을 지닌 호수 위에 떠 있는 병풍바위 부소담악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앞 서화천가에 병풍처럼 서 있던 암릉이 지금은 꼭대기만 나와 있어 모습을 알 수 없지만, 1980년 대청호 담수로 부소리가 수몰되고 주민들이 추동으로 이사하여 추소리가 되어 암봉 꼭대기에 추소정을 지었다고 하는 추소정가는 데크 길은 호수와 가파른 산을 깎아 부소담악과 함께 떠 있는 듯하다.    

 

내 오른발이 앞서가면 왼발이 물러서고 왼발이 앞으로 나서면 오른발이 뒤로 빠지던 많은 날들. 오늘은 친구의 오른팔이 앞으로 나오면 나의 왼팔이 양보하고 나의 왼팔이 나오면 친구의 오른팔이 양보하면서 모기떼 끝없는 구애로 헌혈도 하면서 걸었다. 온 힘을 다해 쏟아내는 고음의 매미 소리는 몇 데시벨이나 될까 서로 궁금해 하며 데크로 치장한 산길을 올랐다.


절경이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 하여 우암 송시열 선생이 소금강이라 이름 지어 노래했다는 부소담악. 본래 산이었지만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산 일부가 물에 잠겨 마치 물 위에 바위가 떠 있는 형상으로 남았다. 2008년 국토해양부 선정 한국을 대표할 만한 아름다운 하천 100곳에 선정되었다는 팸플릿 설명이지만 추소정 아래 데크 전망대에선 일부만 보였다. 

    

현대인은 바쁘다. 그래서 완벽한 휴식은 없다고, 순수한 휴식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금 쉬면 될 뿐이라고 우지현 작가는 에세이 『풍덩!』에서 말한다. 말 그대로 시간 정해서 쉬는 휴식은 휴식이 아닐 수 있다. 잠시 풍광에 넋 놓고 바라보는 것도 휴식이고 쉼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부소담악 풍경을 그리듯 잠시 쉬어 오후를 털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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