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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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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Oct 07. 2022

파랑으로 간 빨강

-토문재 엽서 · 6

여름의 빛     


한 장 한 장 바다 위로 빛 조각들 떨어지는 오후 2시입니다. 한 뼘 한 뼘 대죽리 대섬(죽도) 바닷길 열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쪽 대죽 조개잡이 체험장에서는 굽은 등들이 햇살을 쪼개며 바지락을 캐고 있습니다. 이곳의 바지락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고 해남 농산 사장은 말합니다.

      

이쪽 토문재에 입주한 김이정, 이현수, 후경 선생님들과 신비의 바닷길 맨발의 짭조름한 문 열리고 있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찰방찰방 물의 길에는 그림자도 지워집니다. 물 길 속 녹녹하지 않습니다. 우리 선생님들 맨발의 무료 지압 들어갑니다. 울퉁불퉁 바닷길 무척 까칠한 성격을 자랑하더군요. 혼자서는 용기 없어 물길 걸을 수 없지만 함께라서 웃음소리 높이높이 올라갑니다. 삼색의 양산이 부딪치며 파도에 묻히고 대섬 길 환하게 열렸습니다.    

   


바람이 바다를 건너옵니다. 그 바람맞이하며 대섬 나무 그늘에 앉아 바닷길을 걸어온 거리만큼 서로 다른 색으로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구름들 무럭무럭 태어났다 사라지고 갈라진 바닷길 사이로 쓰는 바다 책갈피 속 선생님들의 오늘만은 작가가 아닌 작품 속 주인공인 듯합니다. 나도 작가님들 작품 속 한 줄 장식하고 있습니다. 어깨와 손끝의 대화에서.

     

국립 해양조사원에 의하면 우리나라 바닷길 열리는 14곳으로 실미도(인천), 선재도 목섬(옹진), 소야도(옹진), 제부도(화성), 웅도(서산), 무창포(보령), 하섬(변산반도), 화도(신안), 대섬(해남),  진도, 서건도(서귀포), 우도(고흥), 소매물도(통영), 동선(진해) 등이 있다고 합니다.  

    

대섬은 사리 때만 바닷길이 열리는 곳입니다. 섬과 섬 사이로 지는 일몰이 아름다워 사진 찍기에 좋은 장소이기도 한 여기, 우리가 잠시 풍경이 됩니다.  

    


바다생물들 꿈틀거릴 밀물의 시간 갈음하면서 석화 껍질 사각거리는 바닷길 나옵니다. 물이 차오르듯 우리들의 새로운 단어와 문장도 함께 출렁거렸으면 좋을, 발자국으로 꾹꾹 새기며 걷는 그때, 시원함을 가장한 바람은 빨강 양산을 데려갑니다. 파랑 타고 간 빨강은 색이 빠지면 어느 항구에 닻을 내릴까요. 바람이 전하는 깊이를 몰라 파랑으로 미끄러진 빨강 대책이 없어 그저 멍하니 바라만 봅니다. 그 또한 수채화 한 폭입니다

    

    


잠시 나를 위한 것이었을 뿐 내 것이 아닌 것은 그렇게 떠나가는 듯합니다. 빨강도 그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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