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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nie Feb 21. 2022

마다가스카르 Madagascar

바오밥나무 / 칭기 / 리머 / 자이언트 스파이니 랍스터




마다가스카르를 찾은 이유, 바오밥

어린 왕자의 바오밥 나무는 별을 산산조각 내 버릴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였지만 지구에서의 바오밥 나무는 여러 동물의 안식처가 되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하지만 자라면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별을 집어삼킬 거라는 어린 왕자의 말은 맞았다. 나무라기보다는 큰 기둥에 가까운 이 식물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아우라가 있다. 이 크고 웅장한 나무가 최근 들어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만년을 사는 바오밥 나무의 요절', 기사 제목만 봐도 가슴이 아릿하다. 만년을 사는 녀석들이 천년, 삼천 년 만에 원인도 모른 채 죽어버렸단다. 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를 가장 강력한 원인으로 꼽았다. 이대로 지구가 더 뜨거워진다면 남아있는 바오밥 나무들도 다 죽어버리겠구나 싶었다. 녀석들을 보러 갈 이유는 충분했다.

 바오밥 나무는 전 세계에 총 9종이 있는데 그중 6종이 마다가스카르에 있다. 한 그루도 보기 힘든 바오밥 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모론다바의 바오밥 나무 거리는 경이롭다는 말 밖에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나무들만으로도 압도적인데 해가 질 때면 풍경은 거의 비현실적으로 변한다. 해지는 바오밥 나무 거리에서 어른들은 소 달구지를 몰고 아이들은 굴렁쇠를 굴린다. 여행객들은 모두들 같은 생각을 하는지 말없이 바오밥을 바라보다 간간히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이런 풍경을 가진 곳은 온 우주를 통틀어 여기밖에 없다. 바로 여기, 마다가스카르.






자본주의의 그림자

 해 뜨는 바오밥 거리, 일출 풍경에 감탄하고 있는데, 한 무리 아이들이 다가오더니 카멜레온을 보지 않겠냔다. 대답을 하지도 않았는데 한 녀석이 우리 바로 옆에 있는 나무를 타더니 손에 뭘 얹어 가지고 내려온다. 보니까 작은 카멜레온 두 마리. 자연스럽게 우리 손에 얹어준다. 사진을 찍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돈을 요구한다. 땅에다 숫자를 쓰는데 이 녀석, 마다가스카르 물가에 비해서는 너무 큰 금액을 요구한다. 우리가 그 숫자를 지우고 더 작은 숫자를 썼더니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한다. 결론은 오케이. 돈을 받고는 다시 능숙하게 나무에 오르더니 카멜레온들을 숨겨놓는다. 그리고는 가지고 왔던 달구지를 끌며 하하호호 떠나간다. 마치 '나 오늘 마수걸이는 했다' 이런 뒷모습. 가난한 바오밥 거리 아이들에게는 벌써부터 돈벌이가 절실한가 보다. 


 카멜레온 소년들을 보내고, 다시 이른 아침 안개가 가시지 않은 바오밥 거리의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조그만 여자아이 셋이 나를 보더니, 뽀또? 뽀또? [Photo? Photo?] 거린다. 간혹 사진 찍힌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인가 싶어서 사진을 찍어 주려했다. 내가 카메라를 드니까 흩어져있던 세 자매가 갑자기 촥 합체하더니 화알짝 웃는다. 많이 해본 솜씨. 그리고는 모니, 모니 [Money, Money]. 가볍게 내 예상을 벗어나 버렸다. 요 쪼꼬미들도 돈 맛을 아는 구만. 하지만 그때 내 수중에는 돈이 없었다. 돈이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이제는 봉봉, 봉봉 [불어로 사탕]을 외친다. '미안해, 봉봉도 없어'라고 어깨를 으쓱하자 흥! 하고 쌩 돌아 가버린다. 천사 같은 얼굴 뒤에 숨겨진 자본주의의 그림자라니. 그렇지만 너무 귀엽잖아. 사탕이라도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다음에 또 모론다바에 갈 일이 생긴다면 사탕을 잔뜩 들고 가야겠다.





칭기, 까치발로 걷기

 칭기, 이 뾰족뾰족한 석회암 지대는 마다가스카르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이다. 칭기는 까치발로 걷기라는 뜻이란다. 살이 베일 듯 뾰족한 돌들 사이를 얼마나 조심조심, 살금살금 걸어야 했을까. 그 이름에 걸맞게 칭기 트레킹은 생각보다 고 난이도다. 보호장비를 차고 협곡을 오르내려야 하고,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설치된 허름한 다리도 건너야 한다. ‘이건 일반적인 트레킹이라고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전망대에 도착한다. 탁 트인 시야, 눈에 닿는 곳 끝까지가 칭기 지대다. 와아- 소리가 절로 나는, 고생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 옛날 칭기를 처음 발견한 원주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가장 위대한 건 자연이다'라는 명제가 절로 떠오른다.






사랑스러운 여우원숭이, 리머


 리머는 마다가스카르에만 서식하는 여우원숭이이다. 리머를 보호하고 있는 숲에 가면 가이드가 리머를 찾아서 보여주는 투어가 있다. 야행성인 리머를 보기 위해 한밤에 진행하는 투어에 참여했다. 가이드 할아버지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숲을 자기 정원인 양 슬렁슬렁 걸어 다니시며 여기저기에 있는 리머를 찾아주신다. 야행성인 리머들은 돌아다니지만 주행성인 리머들은 나무를 꼭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중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마우스 리머! 쥐만큼 작은 몸집에 비해 너무 큰 눈을 꿈뻑이는 이 녀석은 귀여움 그 자체다. 밤에도 자고 있더니 낮에 발견한 마우스 리머도 자고 있다. 너네는 대체 언제 움직이는 거냐- 귀여우니까 봐준다.





자이언트 랍스터의 맛


 여행객들이 마다가스카르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제 나에게 마다가스카르는 랍스터다! 1kg에 만 오천 원이라는 믿기 힘든 가격에 신선하기는 또 어찌나 신선한지… 한국 마트에서 파는 랍스터들이 300g 내외임을 감안하면 1kg짜리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다. 모론다바에서 머무는 내내 저녁 식사는 랍스터였다. 호기심에 레스토랑 주인에게 잡히는 랍스터 중에 가장 큰 사이즈는 어느 정도냐고 물었더니 3 - 4kg이 가장 크단다.

 이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날은 3kg짜리 랍스터를 구해달라고 말해놓았다.

 실물로 영접한 3kg 랍스터는 가히 괴물이었다. 어른 상체만 한 크기에 더듬이와 다리에까지 살이 꼭 꼭 들어차 있다. 성인 3명이서 먹어도 배가 너무 불러서 나중엔 서로 더 먹으라고 양보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자이언트 랍스터를 먹어보기 위해서라도 마다가스카르에 갈 가치가 있다.


*정확한 명칭은 스파이니 랍스터, 크레이피쉬로도 알려져 있다. 말라가시들은 그냥 랍스터로 통칭하고 있었다.






오프로드 끝판왕


 험난한 길을 즐기는 모험가라면 꼭 마다가스카르에 가봐야 한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는 기본, 얕은 강 정도는 그냥 차로 건너버리는 마다가스카르의 드라이빙 환경은 엄청난 스릴을 선사한다.

 칭기 투어를 가는 날, 달리다 보니 강을 만났다. 차가 있는데 강을 어떻게 건너지 하고 있는데 믿기 힘든 광경이 벌어졌다. 딱 차바퀴가 통과할만한 가느다란 나무판 두 개를 육지와 뗏목 사이에 놓더니 건너오란다. 자칫 잘못했다간 차가 강물 속으로 고꾸라 질 수 있는 상황, 한치의 오차도 없이 운전하는 드라이버의 운전실력을 보고 있자면 뒷머리가 쭈뼛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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