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가 6미터

지하까지 내려간 그의 심지

by 꿈꾸는왕해


'심지가 6미터’라는 글을 쓰고 싶어서,

메모장에 떠오른 문장을 적어놨다.


남편이 쓱 보더니 이게 뭐냐고 웃으면서 자꾸 묻더라

설명을 하려 했는데 내 의도를 잘 모르는 거 같아서

웃으면서 '작가의 마음을 누가 알겠어? '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얘기가 뭔가 하면

심지가 6미터인 사람이 이야기란 말이다.


가끔 나는 효율적이라는 명목하에

이것저것 빠르게 바꿔버리는 나의 돌발성과 변덕에

놀라운데 여태까지는 이게 나의 삶에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새는 심지가 곧은 사람이 되고 싶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앞에 어떤 힘듦이 몰려와도

굳세게 본인의 방향을 지키는 사람이 너무 멋지다.


이건 또 끈기랑 다른 이야기다.


끈기는 굳세게 끝까지 해보는 마음이라면,

심지는 몸 밑으로 땅까지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웬만한 일엔 흔들리지 않고,

한 번 결심한 바는 끝까지 지켜낼 수 있다.


나는 행동은 빨라서 결심은 잘하는데,

뒤에 오는 충격엔 휘청인다.

흔들흔들하다가 끝까지 해내기가 어렵다.

남편은 결심까지는 느리지만 한 번 시작하면,

방향을 바꾸지 않고 끝까지 해낸다.

끈기와 심지가 둘 다 있는 사람은 엄청난 사람이다.


타고난 걸까? 겁나게 부럽다.


하지만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나한테는 심지 백 개가 더 잘 맞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남편처럼 단단한 심지를 가진 사람을 닮고 싶다가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 내 방식도 제법 괜찮다 생각한다.


남편은 뿌리가 깊다.

한 방향으로 묵묵하게 내려가, 단단한 심지를 만든다.

나는 뿌리가 많다.

여기저기 퍼지고, 가끔은 엉키기도 하지만

대신에 더 멀리 나아가서 다양한 흙을 맛본다.

100개의 뿌리가 튼튼하게 커질 수도 있는 거다.


그게 나다.

그게, 나만의 심지다.


이렇게 심지의 바로미터는 사람마다 다른 거다.
남편은 6미터짜리 하나, 나는 1미터짜리 심지 100개.



누구의 심지가 더 멋지게 뻗어나갈까요?

저는 둘 다, 각자의 방식으로 멋질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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