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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세이 Mar 14. 2024

진짜 힘을 빼는 기술

유연한 몸에서 말랑한 여유가 나온다


요즘 부쩍 건강에 관심이 생겼다. 나도 이런 내가 어색하다. 대학생 때는 야작,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야근으로 먹고 자는 습관이 엉망이었다. 졸린 것 같은데 막상 잠은 안 오고 입이 심심해 새벽에도 배달을 시키는 사람..  나야 나.



주문을 하고 나면 안도감 때문인지 음식이 오길 기다리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리곤 했다. 그러다 알람 없이 반동으로 깨서 허겁지겁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봉투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마음이 안 좋더라. 차게 식은 얘의 처지도 그렇고, 조용한 새벽에 이러고 있는 나도 그렇고. 언제부터 잘 먹고 잘 자는 게 어려웠나 싶었다.



올해는 다르다. 건강을 사수하려고 필사적이다. 하루에 영양제 3알을 챙겨 먹고, 아이크림은 꼭 바르며, 주말에는 몸보신할 노포 맛집을 찾아다닌다. 7일 중 남은 하루는 나를 위해 쓴다. 숏츠를 보다가 저장해둔 레시피를 따라 브런치를 만들고, 좋아하는 작가의 글에 몰입하다 보면 하루가 저문다. 그렇게 일요일을 보내고 나면 월요일이 싫지 않다. 이번 주는 무엇으로 나를 즐겁게 할지. 한 주가 반갑다.



헬스를 시작하고 나의 건강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몸 쓰는 게 여러모로 좋다는 걸 드디어 안 거다. 이리저리 근육이 찢기는 기분이 들고나면 개운했다. 어릴 때 쭉쭉이를 하고 나면 딱 그랬는데. 그땐 집에서 엄마 아빠가 늘려줬다면, 이제는 혼자서 시커먼 운동 기구를 척척 든다.  



운동을 끝내고 나면 몸이 너덜너덜해진다. 평소 긴장도가 높은 편인데, 이제야 살짝 바람 빠진 풍선처럼 자연스럽게 보인다. 똘망해 보이려고 눈을 부릅 뜨는 데 쓸 힘은 없다. 살짝 지친 상태라 누군가 말을 걸어도 쉽게 놀라거나, 무슨 말로 대화를 이어갈지 앞서 생각하지 않는다. 머리가 아닌 감정을 따라가면 어느 순간 긴장 풀고 그 대화를 즐기고 있더라.  



문득 힘을 뺀다는 의미를 깨달았다. 침대 위로 늘어지기? 노놉. 적당히 움직여 몸을 말랑하게 한다는 뜻이었다. 하나 둘 속도에 맞춰 운동 기구를 들면 묘한 안정감이 생긴다. 일정한 규칙 안에서 긴장감이 녹은 것이다. 서서히 말랑해질 것. 딱딱한 면은 냄비에 넣기도 전에 톡-하고 부러진다. 하지만 어느정도 수분을 머금은 면은 물에서 요리조리 헤엄치고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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