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아이의 중간고사 기간이다. 올해는 시험일이 하필이면 아이의 생일이라 어쩐지 아이가 더 측은하게 느껴진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 부모인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공부할 때 기분이 좋으라고 아이가 좋아하는 뉴진스의 음악을 피아노 버전으로 찾아서 나지막이 틀어주고는 한다. 시험기간인데 늦은 시간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러 간다고 해도 망설임 없이 잘 다녀오라고 하고 있다. 공부란 무릇 마음이 즐겁고 편안해야 잘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이 일주일 남았는데 앉아서 공부하라고 다그쳐 봐도 머리와 마음은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을 것이고, 나를 향한 원망의 마음은 풀릴 문제도 안 풀리게 막아버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아이에게 혹시 내 말이나 행동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고 있는지 한번 더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아이가 외출하고 들어오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아... 이제 다시 공부해야겠다." 라며 책상에 앉았다. 내가 없는 사이에 공부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를 보고 공부를 하겠다고 생색을 내며 자리에 앉는 아이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뭐라고 해주고 싶어 생각하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햄버거가 떠올랐다.
아이는 여느 아이들처럼 햄버거를 좋아한다. 건강을 위해서는 미뤄둬야 되는 음식이지만 아이에게 깜짝 햄버거를 주면 좋아할 것이라 아이 몰래 배달을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더 힐끔 배달현황을 보게 된다. 빨리 도착해서 아이한테 '짜잔' 하고 햄버거 하나를 들이밀고 싶은 생각에 도파민이 솟아오른다.
내가 집에 온 후 공부 모드로 갑자기 변신한 아이에게 햄버거를 내밀었다.
"햄버거 왔다!" 아이의 눈이 반달눈이 되기를 내심 기대하며 건넸다.
"아... 어떡하지?" 아이는 좋아하기는커녕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해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고백이라도 받아 정중한 거절의 말을 떠올리는 듯했다.
"나 사실... 아까 점심때 친구들 만났을 때 맥도널드 가서 햄버거 같이 먹었어."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내 눈이 커졌다. 당황한 내가 아이에게 햄버거 대신 다른 음식을 해주냐고 물어봤는데 아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기분 좋은 해프닝이네! 하루에 2개 먹어도 괜찮겠지?"
"엄마 나 지금 농구 다녀와서 햄버거 먹을게!"
이것은 무슨 말인가! 햄버거를 먹고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 되는데 시나리오가 다 어긋나고 말았다. 잠시 동안의 공부모드는 순식간에 다시 운동모드로 바뀌어 버렸다. 역시 사춘기 아들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중간고사가 일주일 전인데 공부보다 운동에 더 열심인 아이의 나가는 뒷모습에 그냥 웃는다. 엄마는 공부인이든 생활체육인이든 네가 행복하면 됐다. 행복은 오늘 이 순간에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