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지만 같은 사무실에서 일합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를 보고 첫눈에 이 사람이다 생각하고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15년이 지나도록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도 그랬을 것입니다.
부부 생활 20년 차에 가까워질 무렵 남편의 갑작스러운 퇴사와 사무실 개업으로 우리는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던 제가 어느 날 갑자기 사무실살이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제 사무실이 아닌 남편 사무실에서요.
모든 게 정반대인 부부였기에 사무실에서는 자꾸만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났습니다. 그런 부부가 딱딱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미처 알지 못한 모습을 하나씩 알아가게 됩니다. 마주 보는 게 아닌 모니터 너머 서로의 등을 지켜보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선명했던 라테 아트가 우유와 섞이면서 점점 그 경계가 부드러워지듯 말이죠.
이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입니다. 다시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는 시간이 오지 않더라도 그 시간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퍽퍽한 세상 속에서 그래도 의지할 사람은 서로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시간이기에.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 시간이기에.
지금 배우자를 이해할 수 없어서 힘든 분들이 계시다면 그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고 다정한 안부를 건네고 싶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자고. 그게 부부일지도 모른다고.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조금씩 이해해 가는 게 부부일 테니까요.
시어빠진 레몬같은 고난인 줄 알았는데 지나고 나니 고난 만은 아니었던, 어쩌면 레몬에이드를 만드는 시간이었던, 그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사랑을 담아, 혜숙 작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