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지만 같은 사무실에서 일합니다 #2
"택시 자격증을 따두어야 할 것 같아"
고등어구이에 살을 바르며 툭 그가 꺼낸 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호기심에 알아본다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따두면 좋지~ 자격증은 있으면 좋으니까"
솥밥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나는 대꾸했다.
그러고 약 한 달 후 이른 퇴근한 남편이 양복 재킷에서 작은 봉투 하나를 꺼내더니 말했다.
"택시 자격증 왔어. 경기도랑 서울시랑 해서 두 개. 잘 놔둬. 나 사람 좀 만나고 올게"
어안이 벙벙했다. 이 사람 정말 택시 운전사라도 하겠다는 건가? 3년 전이었다. 그가 퇴사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준비해온 일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었지 택시 자격증이 아니었는데. 운전을 잘하고 좋아하지만 택시 운전석에 앉아있는 그의 모습은 솔직히 상상하기 어려웠다. 24년간 여의도 금융권에 사무직만 해오던 그가 택시를? 어떻게? 복잡한 마음에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그를 기다렸지만 그는 그날 늦게 귀가한 것으로 기억한다. 늦게 들어온 사람을 붙들고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나는 다음을 기약했다.
며칠 후, 남편과 서류를 뗄 일이 있어 관공서에 갔을 때였다. 우리는 커피 한잔 마시고 가자고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여보, 그 택시 자격증 말이야. 정말 딴 거야? 정말 택시를 하겠다는 건 아니지?"
"......"
뜸을 들이던 남편이 말문을 열었다.
"혹시라도...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렸는데 손님이 없거나 하면, 먹고는 살아야 할 거 아냐... 당신 혼자 버는 걸로 주담대 이자랑 아이 학비랑 어떻게 계속 감당하겠어?
그러니 낮에 손님 없을 때 택시라도 뛰어야지. 나 운전 좋아해~ 혹시 몰라서 경기도 하나 서울 하나 두 개 따놨어. 그렇게라도 해놔야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할 것 같아서…“
아...
나는 순간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이렇게라도 살아보려는 사람에게, 택시 정말 하려고 하는 거냐고 물으려고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가장이라는 역할이 힘겹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었어도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던 것이다. 남편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다. 남편 퇴사 후 자리를 잡을 1년간 어떤 고난이 닥쳐도 이 악물고 버티겠다고, 지금 하는 일에 더해서 악착같이 생활을 꾸려 가겠다고. 그게 18여 년간 그 힘든 바닥에서 묵묵히 버텨온 남편에 대한 내 마음일 거라고. 대답 대신 나는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두 개의 택시운전사 자격증을 아일랜드 식탁 투명한 서랍에 잘 보이도록 넣어두었다. 내 마음이 해이해지는 날에 보려고. 남편에 대한 원망이 생기려고 하는 날에 보려고. 신용카드 사이즈의 택시 자격증 속 양복을 입은 남편이 묵묵히 웃고 있었다. -끝-